고려아연 “영풍·MBK, 회사 사칭·사원증 위조 의혹”…주총 앞두고 공방 격화
의결권 대리행사 과정서 사원증 사용 의혹 제기
영풍·MBK “임시주총 파행 탓 안건 재제출” 반박
고려아연 울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려아연이 영풍 측의 회사 사칭 및 사원증 위조 의혹을 제기하며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 간 신경전이 한층 거세지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영풍·MBK 측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를 통해 고려아연을 사칭한 채 주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해당 업체 직원들은 고려아연 사원증으로 보이는 신분증을 목에 걸고 주주들과 접촉해 의결권 위임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연락이 닿지 않는 주주 자택 앞에 ‘고려아연㈜’이라는 사명만 적힌 안내문을 붙여 회사 관계자인 것처럼 오인하게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려아연은 이러한 행위가 자본시장법 위반이나 업무방해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주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제안한 안건 상당수가 과거 임시주주총회에서 가처분을 신청하거나 직접 반대한 안건이라고 지적했다. 집행임원제 도입과 액면분할 등 일부 안건이 대표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고려아연은 액면분할의 경우 지난해 1월 임시주총에서 이미 가결됐지만 영풍·MBK 측이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으로 효력이 정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이 관련 가처분을 철회할 경우 주총 이전에 거래소와 협의해 액면분할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영풍·MBK 측은 동일 취지 안건을 다시 제안한 것은 주주 의사를 다시 묻기 위한 적법한 절차라는 입장이다.
영풍·MBK 측은 지난해 임시주총 당시 고려아연 측의 불법 행위로 총회가 파행되면서 대부분 안건에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액면분할과 집행임원제 안건에 찬성할 경우 의결권 박탈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양측은 지난해 1월 임시주총 등과 관련한 법원 판단을 두고도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영풍·MBK 측은 “지난해 임시주총 직전 고려아연이 상호주 구조를 위법하게 만들어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박탈했다”며 “법원이 해당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임시주총 결의사항 다수에 대해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법원이 임시 주총과 관련해 가처분을 인용한 것은 SMC(고려아연 손자회사)가 주식회사 요건을 일부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였다”며 “이후 3월 주식회사 요건을 갖춘 SMH(고려아연 자회사)의 의결권 제한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오는 24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이 서로의 주장을 비판하는 입장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총 결과가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