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부어라 제대로 마셔라 [비즈앤피플]
주류 시장 흔드는 ‘소버 큐리어스’
과음 피하는 MZ 세대 문화 확산
10년 새 주류 출고량 21% ‘증발’
클립아트코리아
한국 특유의 회식 문화를 상징하던 ‘부어라 마셔라’ 식의 음주 풍경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한때 고성장 가도를 달리던 국내 주류 시장이 최근 10년 사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구조적 변곡점을 맞았다.
12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주류 출고량은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감소했다. 2015년 약 401만 kL에 달했던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24년 기준 315만 kL로 집계됐다. 10년 만에 전체 시장의 21.5%가 줄어든 것인데, 전체 주류 시장이 양적 침체 국면에 들어섰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체 주류 출고량뿐만 아니라 개인이 마시는 술의 양도 줄었다.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17년 8.29L에서 2023년 7.7L로, 6년 새 약 7% 감소했다.
전반적인 술 소비량이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국내 주류업체의 실적도 뒷걸음질 쳤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매출은 2조 498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21억 원으로 17.3% 줄었다.
지난해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 매출 역시 전년 대비 7.5% 감소한 752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8% 줄었다. 구체적으로 소주, 맥주, 청주 등 롯데칠성음료의 내수 주류 카테고리 모두 지난해 전년 대비 역신장했다. 무학도 지난해 1~3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1%, 36.2% 감소했다.
주류 소비 감소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음주 패러다임 변화가 꼽힌다. MZ세대(198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생)의 사이에서 술을 마시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트렌드가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과거의 금주가 알코올 중독이나 건강 악화 등 부정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챙기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맑은 정신으로 시간을 보내려는 욕구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가속화된 회식 문화의 붕괴도 주류 소비 감소세를 가속화시켰다.
남서울대 이종우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회식 문화가 없어지면서 술자리가 줄었고, 건강을 생각하는 웰니스 트렌드에 주류 소비가 줄어들었다”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주류 소비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경제적 요인도 작용했다. 지속되는 불경기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외식·유흥 지출을 줄이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평가다. 실제로 삼일PwC경영연구원의 '술 즐기는 시대' 보고서에 따르면 불황형 상품인 소주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식 경기에 매출이 연동되는 경향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외식 수요가 계속 축소되면서 기존의 불황형 소비로 여겨지던 저렴한 주류 또한 한계에 맞닥뜨리고 있다”면서 “수요 부진에 음주를 줄이는 ‘소버 라이프’ 문화 확산은 주류 업계의 고민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유승호 기자 peter9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