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재 사각지대 넓은 부산, 노동 안전 컨트롤타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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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영세 기업·고령화로 재해 노출
부산형 통합 대응 기구, 예방 주력해야

부산항 북항 1·2단계 재개발 사업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항 북항 1·2단계 재개발 사업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은 산업재해에 취약하다. 항만·조선·건설 등 고위험 산업이 밀집해 있고, 50인 미만 소규모 비중이 높으며, 고령 노동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구조적으로 산재 사각지대가 넓다. 부산연구원이 내달 발간할 ‘노동안전보건센터 설립 타당성 및 운영 모델 제시 연구’에서 부산형 노동 안전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부산시가 2028년까지 설립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사업장의 안전과 노동자 건강에 대한 대응 체계는 지자체·고용노동부·민간으로 분절되어 있어 통합된 전략도 없고 현장 대응도 더딘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센터’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산재 대응 체계 전반을 재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신설되는 ‘노동안전보건센터’는 ‘예방 체계’로 전환되는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사후 약방문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공사장에서 화재가 나면서 6명이 희생됐다. 2년 전 경기 화성 아리셀 배터리 공장 화재에서는 무려 20명이 넘는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최근 대전 안전공업 본사에서 불이 나 14명이 숨졌다. 작업장 내 불법 구조 변경이나 안전 관리 소홀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산업안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예방 중심의 통합 관리 체계로 전환을 미루는 것은 산재를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결연한 각오가 필요하다.

일부 지자체가 운영 중인 노동권익센터 등을 그대로 따라 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부산 특유의 조건을 반영한 운영 전략이 필수다. 예컨대 부산은 고령 노동자가 전체 재해의 약 36.5%, 사망자 중 54.7%를 차지하고 있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가장 많은 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맞춤형 대책이 부산 컨트롤타워의 1순위가 돼야 한다. ‘노동안전보건센터’의 성공은 지역 밀착형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통합형 시스템 구축에 달려 있다. 공공과 민간으로 흩어진 안전과 보건 업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정책의 일관성과 현장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사후 대응이 아닌 예방에 주력할 수 있다.

‘노동안전보건센터’가 제대로 된 통합 컨트롤타워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노동 안전이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인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야 정책 중심이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으로 바뀔 수 있다. 새 조직 출범 뒤 기존 기관과의 기능 중복이나 누락의 허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밀한 설계와 역할 조정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재해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소규모 사업장에 예방 교육, 컨설팅, 현장 점검을 확대하며, 고위험 업종을 집중 관리하는 체계 확립이 필수적이다.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발생하는 비극적 사건은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노동 안전 통합 컨트롤타워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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