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극심한 가슴·등 통증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로
대동맥 박리
심장 가까운 부위 손상 급성 A형
48시간 내에 치명적 상태 진행
대동맥 확장 확인 땐 추적 관찰해야
“부산지역 ‘대동맥 네트워크’ 운영 중”
대동맥 박리에서는 ‘얼마나 빨리 진단하고, 얼마나 빨리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연결되느냐’가 중요하다. 부산대학교병원 이수진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대동맥 박리가 의심되는 경우 바로 119를 부르고, 가장 가까운 응급실로 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부산대병원 제공
흔한 병은 아니지만 한 번 생기면 매우 치명적인 ‘대동맥 박리’는 일반인에게 낯선 질환이다. 대동맥 박리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의 안쪽 벽에 찢어짐이 발생하고, 그 틈으로 피가 파고들어 혈관 벽이 두 겹으로 갈라지는 질환이다. 혈관이 터지는 것만이 아니라 혈관 벽이 층층이 벌어지는 대동맥 박리는 드물지만 치료를 하지 않으면 초기 치사율이 시간당 약 1%에 달하는 응급질환이다.
■흔하지 않지만 치명적 질환
대동맥 박리는 시간에 따라 증상 발생 후 2주 이내를 급성, 그 이후를 만성으로 분류한다. 의료 현장에서는 보통 스탠포드 A형과 B형 분류를 많이 사용한다.
부산대학교병원 이수진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박리가 상행대동맥이 포함되면 A형, 상행대동맥은 침범하지 않고 하행대동맥 쪽만 침범하면 B형이다”라며 “특히 A형은 심장 가까운 부위가 찢어진 상태라 훨씬 더 위중하다”라고 설명했다.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급성 A형 대동맥 박리’는 첫 24~48시간 동안 시간당 사망 위험이 계속 올라가 48시간 안에 치명적인 상태로 진행할 수 있다.
급성 대동맥 박리 발생은 연간 10만 명당 4.8명 정도로 추정된다. 환자 평균 연령은 60대 전후로 중장년층과 고령층, 남성에게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알려져 있다. 대동맥 박리 치료 결과가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고 하지만, 입원 중 사망률도 여전히 높다. 이런 이유로 대동맥 박리는 고위험군을 미리 찾아 추적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시점에 치료해서 막아야 하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다.’ ‘칼로 등을 찌르는 것 같다.’ 대동맥 박리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갑자기 시작되는 매우 심한 가슴통증 또는 등통증이다. 가슴통증으로 시작해 등, 어깨 사이, 목, 턱, 배, 허리 쪽으로 통증이 옮겨가거나 퍼질 수 있다. 하지만 통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대동맥은 심장으로부터 온몸에 피를 전달하는 혈관이므로 대동맥에서 뇌, 심장, 장기, 척수로 가는 혈류에 문제가 생기면 실신, 식은땀, 호흡곤란, 저혈압, 한쪽 팔다리 마비, 말이 어눌해짐, 의식저하, 혼돈, 보행장애 같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대동맥 박리 환자 일부는 심장병이나 뇌졸중이 발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가슴통증의 경우는 심근경색 등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환자 입장에서 구분이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대동맥 박리는 통증이 갑자기 높은 강도로 시작되고, 가슴뿐 아니라 등이나 배로 번지고 때로는 신경학적 증상이나 실신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심근경색은 가슴을 짓누르는 통증과 호흡곤란이 중심인 경우가 많다. 이 교수는 폐색전증, 심낭염, 기흉, 위식도질환, 근골격계 통증, 공황발작 등도 대동맥 박리와 혼동되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하며 “대동맥 박리는 처음 진료에서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심한 흉통이 생겼을 때 ‘체했나 보다’라고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높은 혈압, 혈관 벽 약화 불러
대동맥 박리를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고혈압이다. 지속적으로 높은 혈압이 대동맥 벽에 강한 압력을 주면, 혈관벽이 약해지고 찢어질 위험도 커진다. 고혈압 외에도 혈관 노화, 동맥경화, 기존 대동맥류, 가족력 등이 위험도를 높인다. 마르판증후군, 로이스-디에츠증후군 같은 선천적 또는 유전성 결합조직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이 교수는 “드물게는 교통사고 같은 외상, 심장·혈관 시술이나 수술, 임신·분만 전후 또는 순간적으로 혈압을 크게 올리는 상황에서도 대동맥 박리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원래 약해진 혈관벽에 강한 압력이 더해질 때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고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동맥 박리는 전조증상 없이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더 위험한 질환이다. 따라서 위험 신호를 미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이 오래됐거나, 가족력이 있거나, 마르판증후군 같은 결합조직질환이 있거나, 과거 검사에서 대동맥이 늘어나 있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더 주의해야 한다.
이 교수는 “건강검진이나 다른 검사에서 대동맥이 확장돼 있는 것이 발견됐다면 반드시 정기적으로 추적·관찰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동맥 직경이 계속 커지거나 수술 적응 단계에 해당하는 수준이 되면 박리나 파열이 생기기 전에 예방적으로 계획 수술을 하는 것이 훨씬 안전할 수 있다.
■의심 땐 바로 119 불러야
대동맥 박리 확진과 범위 파악을 위해서는 조영증강 CT, 즉 CT 혈관조영(CTA)가 가장 중요하다. 일부 상황에서는 경흉부 또는 경식도 심초음파나 MRI가 도움이 된다. 치료는 대동맥 박리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A형 대동맥 박리는 응급수술이 원칙이다. 반면 B형은 합병증이 없는 경우에는 혈압과 심박수를 강하게 조절하는 내과적 치료를 먼저 하고, 장기 허혈이나 파열 위험, 통증 지속과 혈압 조절이 되지 않을 때는 스텐트삽입술이나 수술이 고려된다.
대동맥 박리는 시간과 싸우는 질환이다. 대동맥 박리가 의심되는 순간 바로 119를 부르고, 현재 있는 곳에서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병원에서 진단과 초기 처치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에는 환자 상태와 병원 여건에 따라 응급 CT 촬영이 가능하고 심장혈관흉부외과, 순환기내과, 중환자 치료 체계가 갖춰진 병원으로 신속히 연계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부산 지역에는 대동맥 박리 환자를 신속히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연결하기 위해 의료진 사이에 수용 가능한 병원 정보를 공유하고 전원을 조율하는 ‘대동맥 네트워크’가 운영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대형병원을 찾는다고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상태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대동맥 박리는 처음에는 ‘가장 가까운 곳으로 빨리’ 그다음에는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안전하게’ 가는 것이 원칙이다. 이 교수는 “대동맥 박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진단하고, 얼마나 빨리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연결되느냐’이다”라고 말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