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현서 부산대 리걸클리닉센터 교수 “공익 소송은 굳게 닫힌 사회의 문 계속 두드리는 과정”
지난해 12월 임상법학 교수로 부임
리걸클리닉 전담 교수 전국 세 번쩨
학생 실무교육·주민 법률복지 강화
“부산대가 공익 사건 지역 허브로”
“공익 소송은 설령 지더라도 판례나 제도를 바꾸는 밑거름이 됩니다. 당장의 승소 여부보다, 우리 사회의 굳게 닫힌 문을 계속 두드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2월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리걸클리닉센터 임상법학 교수로 부임한 박현서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자란 박 교수는 2018년 서울의 한 로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인권, 재심, 노동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공익 사건을 다수 맡았다.
2021년에는 서울대 로스쿨 공익법률센터(리걸클리닉센터) 지도변호사로 자리를 옮겼다. 리걸클리닉센터는 의대 임상실습처럼 학생들이 실제 사건을 통해 실무를 배우는 동시에, 지역 주민에게 법률복지를 제공한다.
박 교수는 부산대에서 리걸클리닉센터의 틀을 새로 잡고 있다. 그의 합류로 전담 교수가 리걸클리닉센터를 운영하는 대학은 서울대, 인하대에 이어 전국에서 3곳으로 늘었다. 지방 거점 국립대 가운데서는 부산대가 유일하다. 현재 부산대 리걸클리닉센터는 센터장 1명, 임상교수 1명, 직원 1명 등 3명으로 운영된다.
그동안 부산대 리걸클리닉센터는 상근 변호사가 없어 기능이 제한적이었다. 연간 상담 건수도 4~5건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박 교수가 부임한 뒤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리걸클리닉센터를 학내외에 적극 알리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상담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이 본격화됐다. 학회 학생들과 함께 상담을 진행하고, 금정구청과 연계해 지역 주민의 법률상담 수요를 연결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수업도 실무 중심으로 운영된다. 리걸클리닉 과목은 2학점으로 학생 12명이 참여한다. 학생들은 실제 사건의 서면 작성에 참여하고, 박 교수가 이를 첨삭한다. 이번 학기에는 학생들과 함께 2건의 공익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중 하나는 장애인의 시외버스 이동권과 관련한 소송이다. 시내버스와 달리 시외버스에는 저상버스나 승강설비가 거의 없어 장애인의 이동권이 사실상 제한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박 교수는 예비 법조인들에게 프로보노(pro bono·공익을 위한 전문직 무보수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이런 변호사도 있고, 이런 소송도 있다’는 것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싶다”며 “훗날 법조인이 됐을 때 전업 공익변호사가 아니더라도 프로보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보여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대가 지역공익 사건의 ‘허브’가 되길 바란다. 미국 로스쿨 리걸클리닉이 지역 공익법률의 거점 역할을 하는 것처럼, 부산에서도 “어려운 법률 문제가 생기면 일단 부산대로 가보자”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서울은 법률 취약 계층이 법적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하지만, 부산은 이런 역할을 하는 곳이 부족하다”며 “부산대가 지역 주민과 학내 구성원에게 실질적인 법률복지를 제공하는 거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도 큰 보람이라고 했다. 그는 “예전에 공익·인권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이 나중에 실제 변호사가 돼 현장에서 다시 만나면, 우리가 뿌린 씨앗이 자라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리걸클리닉센터가 자리 잡으면 부산대가 다른 지역 대학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에 비해 부산 생활은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확실히 서울대보다 부산대 학식이 맛있다”고 답했다. 서울 생활을 접고 부산으로 돌아온 그의 말에는 지역에 뿌리내리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