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 대신 ‘확통런’ 대세… 지망 대학 요강 면밀히 살펴야 [수능 수학 영역 지형 재편]
올해 첫 학평서 확통 선택 비율 높아져
의대 17개교, 여전히 미적분 지정 과목
서울대 제외 이공계, 대부분 제한 없어
이공계 학생, 기초 수학 역량 하락 우려
2027학년도 대학수험능력시험에서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는 학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진행되는 모습. 정종회 기자 jjh@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수험생들 사이에서 ‘확통런’ 현상이 더 확대될 모양새다. 이공계열 지망생조차 학습 부담이 큰 ‘미적분’이나 ‘기하’ 대신 ‘확률과 통계(이하 확통)’로 대거 이동하면서, 수능 수학 영역의 지형이 재편되는 모양새다. 대학들이 입시 전형에서 미적분·기하 필수 응시 요건을 대거 폐지한 데다, 선택 과목 간 표준점수 격차까지 줄어들면서 ‘전략적 확통 선택’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미적분’ 지고 ‘확통’ 뜬다
최근 발표된 입시 전문 기관들의 데이터는 이러한 ‘확통런’의 위력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메가스터디교육이 최근 3년간 학력평가 서비스 이용자 13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실시된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확통 선택 비율은 49.5%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0.0%)과 비교했을 때 1년 만에 무려 19.5%포인트(P)가 급증한 수치다. 반면, 이과생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적분 선택 비율은 68.0%에서 48.3%로 20%P 가까이 급락했다.
종로학원이 발표한 자료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고3 학력평가 응시생을 표본 분석한 결과, 확통 선택 비율은 전년 39.0%에서 올해 57.8%로 18.8%P나 치솟았다.
2026학년도 수능에서 이미 확통 응시자 수(26만 4355명)가 미적분 응시자 수(19만 3395명)를 추월한 데 이어, 올해는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확통’ 해도 이공계 간다
수험생들이 이토록 확통으로 쏠리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 입시 장벽의 붕괴다. 7일 종로학원이 174개 2027학년도 대학별 전형계획 기준을 분석한 결과 전국 174개 대학 중 이공계 학과 지원자에게 미적분이나 기하 응시를 강제하는 곳은 서울대가 유일하다. 일부 학과만 지정한 대학을 포함해도 7개교에 불과하다. 부울경 지역 역시 부산대를 포함해 이를 강제하는 곳은 없다.
서울 주요권 대학도 대부분 수학 지정과목을 두지 않는다. 특히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권 19개 대학은 수학과, 수학교육과 지원 시에도 미적분과 기하가 필수가 아니다.
입시학원 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대학들이 미적분, 기하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수험생 입장에선 학습량이 2~3배나 많은 미적분을 고수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확통런’은 금물
수험생들은 수학 공부 시간을 줄여 국어나 탐구 영역에 투자하는 ‘학습량 재배분’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적분 공부량이 확통보다 학습량이 많다 보니 중하위권은 물론 상위권 이과생들 사이에서도 효율성을 고려한 확통 선택이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확통런’에 주의를 당부한다. 부산시교육청 진로진학지원센터 박상호 연구사는 “의대 중 서울대 등 17개교는 여전히 미적분을 필수 응시로 두고 있으며, 미적분 선택 시 10%의 높은 가산점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어 지망 대학의 요강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소위 ‘메디컬 라인’으로 불리는 경성대 약대의 수시와 정시, 동의대 한의예과 일부 전형, 인제대 약대의 수시와 정시에서 미적분과 기학을 반영하고 있다.
고등교육 현장의 우려도 깊다. 이공계 신입생들의 기초 수학 역량이 하락하면서 대학들이 별도의 보충 수업을 편성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2028학년도부터는 미적분2(심화 부분)는 수능 범위에서 제외될 예정이어서 이공계 학과들의 역량 저하 문제는 더욱 심화할 수 있다”며 “국가적 차원의 이공계 육성 정책과 부합하는지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