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갈 길 먼 통합돌봄
초의수 신라대 명예교수
우리 국민 대다수는 본인과 부모의 노후 돌봄, 간병, 생활 유지, 관계 약화 문제 등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 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 3월 27일부터 시행됐다. 법의 목적은 노쇠·장애·질병 등 일상생활 유지의 어려움으로 복합적 지원이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위해 의료·요양 등 돌봄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데 있다.
이같이 중요한 통합돌봄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부산시의 계획에 핵심 사항이 빠져 있어 아직 갈 길이 멀게 느껴진다. 먼저 대상에 있어서 2단계에 가서야 모든 장애인과 중증 정신질환자를 포함해 추진하겠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서비스와 관련해 방문진료 등 의료의 추진이 가장 취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법 제정 의미를 가장 퇴색시키는 부분이다. 의료 공급의 지역 간 격차가 심각한데도 조사 외 대책은 전무하다. 동네 주치의 실현이 필수적이지만 동네의원들의 참여는 소극적이며 이에 대한 대책도 미흡하다.
셋째, 허술한 전달체계 운영이다. 영국(다학제팀과 통합돌봄체계), 독일(수발거점지원센터), 일본(지역포괄지원센터), 덴마크(헬스·케어센터) 등 주요 국가의 커뮤니티 케어에서는 사회복지, 간호, 보건의료, 케어매니저 등이 팀을 이루어 서비스를 지원하는 동네단위 플랫폼이 구축돼 있다. 로드맵에 제시된 읍면동의 창구 직원, 단순협의기구인 통합지원협의체 정도로 찾아가는 서비스, 전문적 케어플랜의 작성과 추진은 기대하기 어렵다. 핵심인력인 케어매니저는 우리 로드맵의 중장기 계획에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일본 돌봄 플랫폼인 지역포괄지원센터는 인구 2만명 내외(중학교 학군)에 설치되는데, 정작 우리는 돌봄 컨트롤타워라는 어정쩡한 이름과 역할로 평균 인구 23만명의 시군구 단위에서 운영하게 된다.
넷째, 빈약한 예산은 통합돌봄에 대한 정부 의지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올해 관련 예산 총 914억원 중 시군구 사업비 예산 620억원을 229개 시군구로 나누면 평균 2억 7천만원 수준인데, 일본의 2만명 동네 단위에 배치된 지역포괄지원센터 2개 예산(약 3억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다섯째, 공급 주체 및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방문진료, 방문간호, 방문재활, 돌봄서비스, 주거지원 등 관련 서비스를 위해서는 부족한 재택의료기관, 방문간호 인력, 돌봄기관의 확충과 지역균형적 공급계획 마련이 시급하며, 다양한 기관 간의 협력체계 구축도 필수적이다.
세계 최고로 치닫는 우리의 고령화 속도를 생각하면 돌봄사회로 가는 여정이 그만큼 절박하고 급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