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유럽발 유물 반환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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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국빈으로 방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한국을 찾은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는 김혜경 여사와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로 반출됐다가 2011년 반환된 외규장각 의궤를 관람했다. 이 의궤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왔지만 오랫동안 존재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중국 서적으로 분류돼 관리되기도 했다. 그러다 1975년 역사학자 박병선 박사가 현지 연구 중 이를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이는 한국 문화재 반환 운동의 계기가 됐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따르면 약 25만 6000점에 이른다. 일본,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등 29개국 800여 기관에 흩어져 있다. 이 중에는 일제강점기 부산 연산동 고분군에서 도굴돼 일본으로 반출된 뒤 아직 반환되지 않은 유물도 있다. 도쿄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원두대도와 차양투구, 갑주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인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는 1921년부터 도굴꾼을 동원해 연산동 고분군 유물을 비롯해 우리 문화재 1100여 점을 수집·강탈해 해방과 함께 일본으로 반출했다. 이른바 ‘오구라 컬렉션’이다.

최근 유럽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에서 식민지 시대에 약탈한 유물을 반환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는 불법 취득 문화유산의 반환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독일과 네덜란드도 유산의 출처를 추적하며 무조건 반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의미가 크다. 그동안 소유권은 유지한 채 장기 대여하거나 국빈 방문 등 계기에 맞춰 반환하던 관행에서 한발 더 나아간 흐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에 대한 일본의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현재 일본에 남아 있는 해외 유출 우리 문화유산은 약 43%(11만여 점)에 이른다. 문화재 반환은 상당 부분 보유국의 ‘도덕적 자각’에 달려 있지만 일본의 반환 움직임은 일부 민간 차원에 머물 뿐이다. 일본은 침략 과정에서 자행한 문화재 약탈을 오랫동안 외면해 왔으며 이를 군국주의의 전리품처럼 취급해 왔다. 이제라도 일본이 유럽 국가들의 반환 움직임을 배웠으면 한다. 문화재 반환은 소유권 이전을 넘어 역사 회복과 문화 다양성 존중, 나아가 국가 간 신뢰와 화해의 출발점이다. 이는 미래를 여는 일이기도 하다. 내년은 연산동 고분군이 국가 사적지가 된 지 어느덧 10년이 되는 해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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