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인공지능 바다에서 허우적거릴 당신에게
김백상 디지털콘텐츠 부장
인터넷 혁명과 2026년 AI 시대
신기술 앞 기성세대의 소외감
세대 간 격차 본질은 호기심 상실
배움이 생존 과제가 된 씁쓸함
후배 기자들의 발표를 듣고 있었다. 불현듯 20세기 말, 세상의 변화에 당황하던 그 당시 아저씨들이 떠올랐다.
20세기 말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다이내믹 코리아’였다. 1997년 IMF 사태(외환위기)가 터졌고, 국내 첫 정권교체도 있었다. 정치와 경제 상황이 요동치는 동안, 일상에서도 혁명이 일어났다. 다음이 한메일넷이라는 웹메일 서비스를 내놓은 게 1997년이다. 1998년엔 케이블망을 통한 초고속 인터넷 사업이 시작됐고, 1999년 네이버가 설립됐다. 인터넷 바다가 일상을 삼키기 시작했다.
당시 10·20대였던 일명 ‘엑스세대’까지는 비교적 빠르게 변화에 적응했다. 만날 필요 없이 이메일로 자료를 주고받고, 도서관에 가지 않고 검색으로 자료를 찾았다. 다음 카페, 프리챌, 아이러브스쿨 등의 게시판에서 일상과 정보를 공유했다. PC방에서 세계인을 상대로 스타크래프트 대전을 벌였다. 인터넷 덕에 시간도 아끼고, 일상의 스케일도 커졌다.
아버지 세대들은 우리와 달랐다. 인터넷의 바다에서 종종 허우적거리는 것 같았다.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한 그들은 스타크래프트보다는 무조건 족구를 해야 하는 세대였다. 자료만 오가는 소통이 익숙할 리 없었다.
그럼에도 억지로 인터넷을 배워야 했다. 외환위기 뒤 정년보장이 무너졌다. 인터넷을 다룰 줄 아는 것은, 상당한 경쟁력이었다. 당시 어른들은 책을 사서 읽으며 인터넷을 공부했다. 안쓰러웠다. 인터넷에 접속해 하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을, 굳이 저런 식으로 공부까지 해야 할까. 나이가 들면 뇌가 굳는 것인가라는 건방진 생각도 했다.
후배 기자들의 발표 주제는 ‘AI(인공지능) 활용법’이었다. AI와 각종 어플을 연동하니, 취재원과 주고받은 메일과 전화 통화 내용이 자동으로 데이터 처리가 됐다. 주요 기관장의 스케줄이 본인의 일정표와 연동되는 기술도 있었다. 국내외 주요 기사와 이슈를 AI가 개인별로 최적화해 분류하고 압축해 줬다. 후배 기자들은 AI로 취재 시간도 줄이고 취재 영역도 확장하고 있었다.
저런 작업을 시도할 생각도 못했다.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으니까. 그제서야 AI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며, ‘AI 바다’에서 가라앉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20세기 말, 인터넷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아저씨들이 생각났다. 다시 보니 2026년의 나였다.
AI 폭풍이 가장 먼저 덮친 분야가 프로 바둑의 세계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전 뒤, AI의 바둑은 정답지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많은 프로들이 바둑에서 인간미가 사라졌다며 낙담했다. 하지만 젊은 프로들은 AI에게 바둑을 배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바둑의 재미를 잃은 이세돌은 떠났고, AI를 스승으로 삼은 신진서는 바둑의 황제가 됐다. 한때 엑스세대라고 불렸던 지금의 40·50대는 대부분 신진서보다 이세돌에게 감정이입이 될 것이다.
유료 AI에게 물었다. “AI 같은 기술 혁신에 뒤처지고 있다.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AI는 원리 파악보다 용도에 집중하라는 식의 조언을 했다. 너무 잘하려 하지 말고, 적당히 남들만큼 따라 하라는 거다.
어느새 처음 접한 인터넷에 당황하던 그 시절 아저씨들도 이제 60, 70대가 됐다. 주변을 보면 웬만한 어르신들도 온라인을 충분히 활용한다. 유튜브, SNS 등이 없으면 못 버티는 이들도 있다. AI도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다. 20여 년 뒤 미래엔 결국 나이와 상관 없이 누구나 필요한 만큼 AI를 비서처럼 활용하고 있을 듯하다. 적당히 시대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AI 활용법을 익힐 터이니,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AI의 진단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어쩌면 후배들보다 AI를 잘 모른다는 게 본질적인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인터넷 바다에서 허우적대던 그 시절 40·50대들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면서 호기심이 사라진 게 진짜 문제일 수 있다. 10대, 20대들은 호기심 때문에 인터넷과 AI를 익혔다. 그들에겐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반면 열정과 호기심이 옅어진 기성세대에겐 같은 일이 과제 같은 것이 돼버렸다.
10대 말 PC방에서 처음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더블 클릭할 때가 있었다. 인터넷 세계가 열리기를 기다리며 들뜬 기분이었다. 오늘부터 호기심 가득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AI를 알아가려 한다. 벌써 AI가 무섭다기보다, 재미있어지는 기분이다. AI를 켜고 프롬프트에 첫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넌 누구냐?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