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밥벌이의 지겨움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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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책 표지. 문학동네 제공 <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책 표지. 문학동네 제공

월급쟁이 이야기 거기서 거기지 생각하면 오산이다. 책에 실린 밥벌이 이야기들이 다 제각각 뼈아프다.

제목처럼 재미는 고사하고 밥 벌자고 비루해지는 순간이 낯익다. 공연 잡지 기자가 밀린 퇴직금을 받으려 시작한 긴 싸움에서 아끼던 후배는 적이 되고 경계한 동료는 아군이 된다. 무명 개그맨이 연출팀 눈에 들자고 커피 취향을 꿰는 대목에서는 비루함을 넘어 처연하다. 월급쟁이라면 한 번쯤 보거나 겪었을 구질구질한 풍경이다.

유독 잦은 먹는 장면이 눈에 띈다. 치킨을 뜯고 초밥을 시키고 소주를 기운다. 일 얘기에서 밥 얘기를 떼어놓을 수 없는 건 이게 다 밥 벌자고 하는 일이라 그렇다. 밥은 끊을 수가 없다. 죽는 날까지 밥을 벌자고 사람들이 몸서리치면서 거리에 나선다.

지금 여기 먹고사는 문제를 써보자고 모인 ‘월급사실주의’ 동인들이 낸 책. 소설집을 기획한 장강명은 노동시장 고통의 원인도 대책도 알 수 없지만, 다만 그것이 고통이라는 사실이 분명해 이 기획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책을 덮을 즈음 밥벌이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심지어 밥에는 내 밥과 네 밥이 엮여 있어, 종종 내 밥 벌자고 네 밥을 밀어내야 한다. 책이 보여주는 것은 그 막막함이다. 다만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김훈은 말했었다.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도리가 없다.” 강보라 외 7명 지음/문학동네/304쪽/1만 7500원.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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