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수천만 원 없어 포기하는데…” 라 스칼라 극장 초청에 뿔난 부산 문화계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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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기자회견 열고 라 스칼라 초청 중단 촉구
세계적 공연 유치 취지 공감하면서도
지역 예술계와 소통 부재에 거센 반발

7일 오후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산오페라단연합회 장진규 회장이 라 스칼라 공연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모습. 김준현 기자 joon@ 7일 오후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산오페라단연합회 장진규 회장이 라 스칼라 공연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모습. 김준현 기자 joon@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공연으로 부산시가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의 ‘오텔로’ 공연을 추진하는 것(부산일보 4월 29일 자 2면 보도)에 대해 지역 문화계에서 ‘문화 사대주의’라는 거센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시민 혈세 낭비 라 스칼라 초청 중단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7일 오후 3시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 스칼라 초청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이번 대책위는 부산민예총, 부산오페라단연합회, 이기대 난개발 퐁피두 분관 반대대책위원회 등 지역 문화예술계 단체들이 연대해 구성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부산오페라단연합회 장진규 회장은 “부산에서 오페라를 제작하는 것은 그야말로 '버티는 것'과 다름없다”며 “지역의 수많은 오페라단이 불과 수천만 원의 제작비가 없어 작품을 포기하는 실정”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그럼에도 우리도 수준 높은 오페라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버텨왔으나, 개관 공연 한 편에 11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소식은 지역 예술인들에게 자괴감과 소외감을 안겨주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개관 공연 추진 과정에서 정작 지역 예술계와의 실질적인 공론화 과정이 생략되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평소 지역 기초 예술 분야에 대한 고질적인 지원 부족에 서운함이 쌓여온 상황에서, 개관 공연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시의 행보가 지역 예술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부산오페라단연합회는 지난 4일 화상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오페라 본고장인 라 스칼라 극장의 상징성을 고려하더라도, 115억 원으로 추정되는 초청 예산이 지나치게 과도하게 책정되었다는 점을 공통으로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세계 무대를 지향하며 추진된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출발점을 고려할 때, 세계 최정상급 극장을 초청하는 접근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유명 극장의 공연을 부산에서 선보임으로써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고, 오페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충분한 사전 공론화나 지역 예술계에 대한 배려가 전제되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따라붙는다.

부산의 한 지역 오페라 관계자는 “전 세계 유명 오페라단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했다면 훨씬 합리적인 예산으로 공연을 유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이름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시가 정명훈 음악감독의 명성에만 기대어 정책을 손쉽게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온다”고 꼬집었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확산하자, 부산시는 지난 6일 오후 부산문화회관에서 부산음악협회 측과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예술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된 이 자리에는 시 관계자와 부산음악협회 소속 회원 70~80명이 참석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간담회에서는 라 스칼라 극장과의 계약 현황과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이후 지역 예술인을 위한 청사진 등이 공유된 것으로 파악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사전에 충분한 소통과 논의가 선행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간담회 자체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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