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행복한 노년과 지역사회
한동희 (사)노인생활과학연구소 대표
필자는 1997년 노인생활과학연구소를 개소하고 거의 10년 동안 국내외 석학들을 매년 부산에 초청해 강연을 개최했다. 그들이 먼저 준비하고 경험한 해외 국가들의 미래 노인 정책 사례를 듣는 것은 중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강연에서 얘기했던 미래가 이제는 현재가 됐다.강연에서 노인정책과 서비스는 그 당시 강조되었던 것들이 우리 사회에 현실화되고 있다. 노인 복지서비스의 변화 유형은 여러 나라에서 매우 유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노년을 지역사회에서 보내자’는 개념은 20세기 중반 유럽과 미국,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시작됐다. 노인돌봄을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 변화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효율적인 비용은 물론 독립적 생활, 존엄, 사회적 관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영국은 1989년 정부 백서에 국민을 위한 돌봄이 정책화됐고, 미국은 노인을 위한 사회적 지지망과 자연발생적 노인공동체를 중요하게 다뤘다. 덴마크나 노르웨이는 공동 주거 개념을 지역사회에서 심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건강한 노년, 활기찬 노년, 통합돌봄은 초고령사회의 핵심 정책이 되고 있다.
한국 역시 지역사회복지, 지역간호, 사회적 관계망 등 삶의 중심에 지역사회의 중요성을 두었다. 그러나 노년 중심이라기보다는 생애 전반을 대상으로 했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가족의 돌봄 부담 해소를 목적으로 2008년 장기요양보험 제도 속에 재가 서비스, 주야간 보호시설, 방문간호, 방문목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집에 거주하는 등급자에 국한된 서비스이다.
지역사회 돌봄은 2018년 병원, 시설이 아닌 자택,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받는 지역사회 돌봄이 시범사업으로 운영됐다. 서비스 범위를 주거지원),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지원으로 정했다. 2022년에 사업은 더 확산됐고 2026년 올해 통합돌봄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의료수가의 현실화, 지방재정 연계 강화, 사회적 서비스 확보 방안 등의 과제가 남아있어 보인다. 지속가능한 통합돌봄이 안착되기 위해서는 지역자원의 활용과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노인의 욕구 사정을 통한 촘촘한 돌봄 계획을 바탕으로 재택의료, 방문간호, 사회서비스 등이 불평등 없이 제공돼야 할 것이다.
지역을 구성하는 사람은 항상 변화하고 노인 역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삶의 질에 대한 욕구의 관점이 변화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역할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 건강할 때는 예방과 사회참여를 이끌 수 있어야 하고, 병약할 때는 돌봄과 지원이 연속성에서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의료보건 복지가 협력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만 행복한 노년은 지켜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