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가자, 북극항로] 영하 50도·유빙 뚫고 나아가는 북극용 K선박
④ 북극 누비는 특수 선박
대우조선해양이 2019년 세계 최초로 건조한 쇄빙LNG운반선이 북극해 얼음을 깨면서 운항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북극항로는 얼음으로 덮인 바다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일반적인 선박으로는 항해가 불가능하다. 북극의 혹독한 환경을 견디고 안전하게 운항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선박들이 필요하다.
북극해를 통과할 때 가장 큰 위협은 유빙(Floating Ice)과 저온이다. 그래서 이들 특수선에는 모두 영하 40~50도까지 떨어지는 기온에서도 장비가 얼지 않도록 하는 동파 방지, 즉 ‘디아이싱’(De-icing)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일반 선박이 얼음에 부딪히면 깡통처럼 찌그러지거나 구멍이 날 수 있어 선체 파손을 막는 강력한 보강이 필요하다.
쇄빙선(Icebreaker)은 북극항로 개척의 일등 공신이자 필수 선박이다. 스스로 얼음을 깨며 길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쇄빙선은 얼음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초고강도 특수 강판을 사용하며, 선체 아래쪽이 둥근 모양이라 얼음 위로 올라타서 선박의 무게로 얼음을 눌러 깨뜨린다.
최근에는 대형 쇄빙선에 원자력 추진 방식을 적용해 별도의 연료 보급 없이 장기간 항해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화물선이 북극해를 지나갈 수 있도록 앞장서서 ‘얼음 길’을 열어주는 에스코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또 다른 선박은 내빙선(Ice-class Vessel)이다. 쇄빙선처럼 얼음을 적극적으로 깨부수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의 얼음 조각이 있는 해역을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선박이다. 얼음을 견디는 능력에 따라 내빙등급이 Arc4, Arc7 등으로 나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더 두꺼운 얼음을 통과할 수 있다. 내빙선은 또 얼음과의 충돌에 대비해 선체 앞부분과 측면 외판을 단단하게 보강하고, 엔진 출력을 높여 얼음 저항을 극복하도록 설계돼 있다.
쇄빙선과 화물선의 기능을 합친 쇄빙 화물선(Ice-breaking Cargo Ship)도 있다. 별도의 쇄빙선 도움 없이 스스로 얼음을 깨며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최첨단 선박으로, 얼음이 없는 곳에서는 일반 화물선처럼 앞으로 가고, 두꺼운 얼음을 만나면 뒤로 돌아서 프로펠러의 힘으로 얼음을 갈아버리며 전진하는 기술이 적용되기도 한다.
특히, 우리 조선기업들이 건조한 북극용 선박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한다. 쇄빙LNG운반선들은 별도의 쇄빙선 도움 없이도 2.1m 두께의 얼음을 스스로 깨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2019년 3월 경남 옥포조선소에서 세계 최초로 건조한 4척의 쇄빙LNG운반선은 현재 러시아의 북극권 LNG 생산·수송 사업인 ‘야말 프로젝트’에 투입돼 활약 중이다.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도 기술을 확보하고 쇄빙LNG운반선을 건조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