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 정상 향해 장쾌하게 날렸다 “나이스~ 샷!” [일본 시즈오카 골프 여행]
고원지대 위치한 후지클래식컨트리클럽
만년설 덮힌 후지산 웅장한 위용에 전율
완성도 높은 자연 그대로의 초원형 코스
호쿠사이 ‘큰 파도’ 모티브 17번 홀 유명
클럽하우스 소고기·연어스테이크 일품
일본 최고 시즈오카산 녹차 체험은 필수
눈 덮인 후지산을 바라보며 날리는 티샷은 마치 풍경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감동적이다.
일본 시즈오카현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후지클래식컨트리클럽. 차량이 클럽하우스에 도착하기도 전에 숨이 턱 막혔다. 눈 덮인 만년설 후지산의 위용에 압도됐다. 출발하기 전 “후지산을 보며 골프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는 설명 만으로 설레였다. 실제 눈 앞에 펼쳐진 눈 덮인 후지산은 설렘을 넘어 전율이 들 만큼 보는 이를 압도했다.
후지클래식CC 시그니처홀인 17번 홀(파3).
■코스를 지배한 만년설 후지산의 위용
후지클래식CC는 일본 골프장 중에서도 후지산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골프장으로 유명하다. 유럽풍의 클럽하우스가 후지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마치 클럽하우스가 후지산을 업고 있는 듯 하다.
단아한 클럽하우스 내부 구경도 잠시, 눈은 벌써 후지산을 담고 있다. 전날 비가 내린 덕분에 날씨는 정말 쾌청하다. 후지산 정상에 걸린 작은 구름이 만년설과 어울리며 한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후지산의
웅장한 자태를 온전히 마주하는 날은 드물다. 짙은 구름에 가려 하루 종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화창한 맑은 날의 후지산은 한마디로 행운이다.
티박스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연신 “와~”하는 감탄사가 쏟아진다. 곳곳에서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내방객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골프는 뒷전이다. 후지산에 마음을 빼앗긴 듯 하다.
티박스에 들어섰지만 코스를 봐야 할 시선은 여전히 후지산에 가 있다. 연습 스윙도 잊은 채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골프장이 아닌 거대한 풍경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다. “사진 그만 찍고 공을 쳐라”는 동반자의 ‘외침’에 정신을 차려 티샷을 했다. 공이 어떻게 날아가던 별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잘 갔네. 정확히 맞지 않은 것 같은데 거리가 생각보다 많이 났다. 해발 1200m 고원지대 덕분이다.
라운드가 계속될수록 후지산을 향한 감탄은 더 잦아졌다. 매홀 후지산이 따라 다녔다. 홀 하나하나가 후지산의 다른 프레임처럼 느껴질 정도다. 후지클래식CC는 거의 모든 홀에서 후지산 조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즈오카의 명물인 녹차밭.
■자연 그대로를 살린 초원형 코스, 평이한 난이도
9번 홀을 마칠 때 쯤 비로소 코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코스 완성도 또한 훌륭하다. 18홀로 구성된 후지클래식CC는 미국의 코스 설계가 데스먼드 뮤어헤드가 디자인했다. 일본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후지산 36경’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각 홀은 단순히 난이도 조절에서 벗어나 후지산을 어떤 각도로 바라보게 할 것인가에 중심에 둔 듯 하다.
고원지대 특유의 단단한 페어웨이 컨디션, 균일한 그린 스피드, 부담스럽지 않은 러프 등이 조화를 이루며 무난한 플레이가 펼쳐졌다. 숲이 빽빽한 일본 특유의 산악 코스와 달리 초원형과 같은 열린 구간과 구릉지형이 섞여 있어 시야가 넓게 트인다. 그렇다고 지루하지 않다. 페어웨이는 마치 파도처럼 일렁이는 언듈레이션(굴곡)으로 가득하다. 평평한 구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의 기복이 그대로 살아 있다. 인위적으로 다듬기보다 지형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설계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린은 전체적으로 크고 언듈레이션이 살아 있다. 골퍼들로 하여금 풍경의 여유를 즐기며 라운드 재미까지 더한 코스로 설계돼 있다.
후지클래식CC의 시그니처홀은 17번(파3)홀이다. 티박스가 높고 그린이 한 단계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아일랜드 홀이다. 호쿠사이의 걸작 ‘가나가와의 큰 파도’를 모티브로 만든 홀로 유명하다. 그린 앞뒤로 버틴 긴 벙커와 그린을 감싼 워터헤저드가 심리적 압박을 더한다. 바람이 방향을 조금만 바꿔도 볼 궤적이 크게 흔들리는 만큼 클럽 선택이 까다롭다. 그린 뒤로 펼쳐지는 후지산의 모습은 이 홀을 단순한 ‘난이도 높은 파3’가 아닌 풍경 속 한 장면으로 만든다. 티샷이 그린에 올라가지 못했지만, 다행히 파 세이브를 했다.
스코어는 망가졌지만 감동적인 여운이 남았다. 18홀 어디서든 인생샷이 가능한 후지산클래식CC. 눈 덮인 후지산을 바라 보며 푸른 잔디 위에 하얀 공이 하늘을 가르는 모습은 내 마음 속의 인생샷이다. 이 모든 게 후지산의 마법이다.
내방객들의 위한 골프장의 배려도 인상적이다. 우선 라운딩하는 모든 골퍼에게 무료 음료를 제공한다. 클럽하우스 입구와 코스 중간에 설치된 작은 휴게실(그늘집)에는 생수를 비롯해 녹차, 커피, 이온음료 등을 비치해 골퍼들이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한다. 기온에 맞게 냉·온 음료가 비치되는 배려가 푸근하다. 클럽하우스 식사도 추천한다. 소고기와 연어스테이크의 맛이 일품이다. 돈까스에 함께 나오는 후지산 모양의 ‘후지산밥’은 보는 맛까지 좋다. 무엇보다 라운딩 고객 1인 1메뉴에 한해 정가에서 5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된다. 우동 세트와 파스타 등 일부 메뉴는 무료다. 턱없이 비싼 한국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음식이 생각났다.
후지산클래식CC를 자주 찾는다는 김대곤 와이투어앤골프 대표는 “18홀 내내 웅장한 후지산과 함께 라운딩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골프장을 많이 다녀봤지만 라운딩 내내 대자연 속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동적이다”면서 “지난 3월부터 부산-시즈오카 직항 노선이 생겨 접근성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시즈오카의 명물인 검은 오뎅.
■녹차와 와사비, 검은 어묵이 유명한 시즈오카
후자산을 품은 시즈오카(靜岡)는 일본 혼슈 중부에 위치한 소도시이다. 일본 최고의 녹차 산지로, 녹차 시음, 전통 다도 체험 등 다양한 녹차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시즈오카 공항에서 후지산클래식CC로 가는 들판 곳곳에 녹차 재배 단지가 보였다. 시즈오카는 ‘고요한 언덕’이라는 명칭처럼 자연과 전통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일본 녹차 생산량의 45%를 차지하는 시즈오카가 녹차의 고장이 된 것은 사무라이 덕분이다. 130여 년 전 일본은 메이지 유신으로 근대화 물결이 일었고, 사무라이들은 직업을 잃었다. 갈곳이 없던 사무라이들은 고원지대로 들어왔고, 생계를 위해 차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시즈오카는 고원지대이다 보니 계단식 차밭을 쉽게 볼 수 있다. 칼을 만지던 손으로 차밭을 가꾸고 녹차잎을 따는 모습을 떠올리니 제법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시즈오카 녹차가 최고의 맛과 향을 자랑하는 데는 이 지역 자연환경 덕이다. 시즈오카는 차 재배에 적합한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 특히 후지산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린 맑고 깨끗한 물이 녹차의 깊고 그윽한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후지노쿠니 차 박물관에 가면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시즈오카 차의 전통과 제조법에 대해 알 수 있고, 2층 체험 코너에서 차와 관련된 다양한 강좌와 함께 나만의 차 만들기의 체험도 가능하다.
시즈오카 와사비(고추냉이)는 녹차만큼 유명하다. 시즈오카는 일본 내 와사비 생산량의 60%를 담당한다. 와사비의 품질은 깨끗한 물이 좌우한다. 후지산에서 내려오는 만년설의 맑은 물과 낮은 수온이 고품질의 와사비를 만든다.
시즈오카는 오뎅(어묵)도 명물이다. 특히 등푸른생선으로 만든 검은 오뎅은 후지산 못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시내에 있는 오뎅 거리에는 20개 정도의 작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검은 오뎅인 ‘쿠로 한펜’이다. 정어리나 고등어 같은 등푸른생선을 내장만 제거한 뒤 통으로 갈아 반죽하기 때문에 오뎅의 색이 검고, 우리 어묵보다 향이 강하다.
취재 지원=와이투어앤골프
글·사진=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