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에 묻지마 흉기 공격' 살해범 구속…계획범죄 정황 드러나(종합)
7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묻지마 살인' 피의자 장 모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야 도심 거리에서 귀가하던 여고생을 상대로 별다른 목적 없이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고 다른 남고생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7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광주지법 정교형 영장전담판사는 살인, 살인미수 등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장 모(24)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 씨는 지난 5일 오전 0시 11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보행로에서 고교 2학년생 A(17) 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다른 고교생인 B(17) 군에게도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도주 우려 등 구속 필요성을 인정했다.
경찰 초기 수사 내용에 따르면 광산구 원룸촌에 거주하고 있던 장 씨는 사건 현장에 자신의 차를 세우고 범행 대상을 찾던 중, 혼자 귀가하던 A 양을 발견하고 1차 범행을 저질렀다. 희생된 A 양은 장래 희망이 응급구조사로,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한 뒤 귀가하던 중에 잔혹한 참변을 당했다. 또 우연히 주변을 지나던 B 군은 말다툼하는 듯한 소음에 이어 여성의 비명이 들리자 도움을 주려고 사건 현장에 다가갔다가 장 씨의 2차 범행의 피해자가 됐다.
장 씨의 습격에 부상을 입은 B 군이 현장에서 몸을 피했지만, 그는 B 군을 한동안 뒤쫓다가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승용차와 택시를 갈아타며 달아난 장 씨는 사건 약 11시간 만인 오전 11시 24분께 사건 현장에서 멀지 않은 주거지 앞 거리에서 검거됐다. 그는 광산경찰서로 압송된 이후 일면식 없는 피해자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이유로 "사는 것이 재미가 없어서 자살을 고민하던 중 범행을 결심했다. 누군가 데려가려 했다"고 주장했다.
7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묻지마 살인' 피의자 장 모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범행 후 체포까지 약 11시간의 공백이 있었는데, 진술과 달리 장 씨의 자살 시도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또 경찰은 장 씨가 범행 이틀 전부터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사건 당일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토대로 정확한 범행 목적을 파악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는 범행 이틀 전부터 흉기 2점을 소지한 채 거리를 배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두 주방에서 쓰는 칼로, 범행 도구로는 1점만 쓰였고 나머지 1점은 포장이 뜯기지 않은 상태로 전해졌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광산구 첨단지구 권역을 벗어나지 않은 장 씨는 승용차를 버린 뒤 택시를 여러 차례 갈아탄 것을 비롯해 도보로 같은 곳을 맴도는 등 경찰 추적을 따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범행도구를 배수로에 버리고, 무인세탁소에 들러 혈흔이 묻은 외투를 세탁하는 등 증거인멸도 시도했다. 이에 경찰은 범행 유형이 전형적인 이상동기 범죄, 이른바 '묻지마 범죄'일뿐, '무계획 범죄'는 아닐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규명하고자 장 씨 스마트폰의 디지털포렌식 조사를 의뢰했고, 이날 장 씨의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진단 검사도 실시했다. 아울러 경찰은 장 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오는 8일 심의할 예정이다. 현행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은 중대한 피해, 수단의 잔인성,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권리, 공공의 이익 등 요건을 충족하면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