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품질 올라가는 건 좋은데…통신 판도 바꿀 ‘5G SA’, 요금 인상 명분 되나 [비즈앤피플]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5G 단독모드(SA) 서비스를 하고 있는 KT에 이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5G SA 연내 상용화 방침을 밝혔다. 5G 서비스가 한 단계 더 진화하면서 휴대전화 사용자는 물론 공장 자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급효과가 커질 전망이다. 다만 통신 3사가 5G SA를 ‘프리미엄’ 서비스로 분류해 결과적으로 요금 인상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운로드 속도 빠르다

국내에서는 KT가 2021년 7월 최초로 5G SA를 상용화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언론 행사에서 5G SA를 연내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도 지난 2월 실적 발표 당시 연내 5G SA 상용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올 연말에는 통신 3사가 모두 5G SA 상용 서비스를 하게 된다.

5G SA는 4G LTE 망을 사용하지 않고 독립된 전용 코어망을 사용하는 서비스다. LTE망을 함께 사용하는 NSA모드는 더 많은 주파수를 활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5G 특화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반면 5G SA는 데이터 전송 속도, 통화 품질, 배터리 소모량 등 일반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더 나은 ‘체감 품질’을 제공한다. 글로벌 네트워크 분석기관인 ‘우클라’의 보고서에 따르면 5G SA의 전세계 다운로드 속도 중앙값(2025년 4분기 기준)은 269.51Mbps로 NSA 대비 52%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클라가 자사의 속도 측정 분석 솔루션인 ‘스피드테스트 인텔리전스’를 사용해 측정한 결과 5G SA 다운로드 속도는 국가별 주파수 환경 등에 따라 차이가 컸다. 5G SA가 가장 빠른 나라는 UAE로 다운로드 속도 중앙값이 1.24Gbps에 달했다. 한국은 5G SA 다운로드 속도 중앙값이 767Mbps로 UAE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일반 휴대전화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은 배터리 수명 연장이다. 우클라가 영국에서 측정한 데이터에 따르면 통신사에 따라 배터리 효율성이 11~22%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SA 단말기가 4G와 5G망을 넘나드는 비효율 없이 5G 안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5G SA는 통화 품질도 일부 개선된다. 음성통화도 5G망을 전용으로 이용하는 ‘VoNR(Voice over New Radio)’ 기술 때문이다. KT는 2024년부터 VoN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5G SA를 지원하는 단말기는 갤럭시 S20 시리즈 이상, 아이폰 17 시리즈 등이다.

■통신망 쪼개 쓰고 묶어 쓰고

통신업계에서는 5G SA의 최대 강점이 네트워크 슬라이싱에 있다고 말한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란 하나의 통신망을 여러 개의 가상 채널로 분리해 사용하는 기술이다. 통신망을 교통망에 비유한다면 4G와 5G NSA는 모든 차가 같은 도로를 함께 사용해 차량이 많아지면 모두 느려지지만 5G SA로 슬라이싱을 하면 용도별 전용 차로 분리가 가능해져 일부 차로에서는 속도가 유지된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특히 산업 부문에서 주목받고 있다. 공장 자동화 등을 위해서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한 통신 품질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백 대 규모의 자동화 로봇이 한 개 통신망에서 제어될 경우 네트워크 슬라이스를 통해 간섭 없이 핵심 기능을 통제할 수 있다.

싱가포르 항만공사의 경우 2025년부터 싱가포르 텔레콤의 5G SA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활용해 항만의 무인운반차량(AGV)을 통제하고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으로 통신 안정성이 확보되면서 이런 자동화가 가능했다는 것이 싱가포르 항만공사의 설명이다.

개인 사용자도 네트워크 슬라이싱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 통신사들이 ‘게임 전용 슬라이스’를 서비스하면 데이터 혼잡도가 높은 상황에서도 휴대전화 단말기로 끊김 없이 게임을 할 수 있다. 혼잡 상황에서 고화질 비디오 감상 역시 네트워크 슬라이싱으로 개선될 수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5G망을 사용하는 ‘고정형 무선 접속’(FWA) 서비스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FWA는 초고속 유선 인터넷망을 대신 5G망을 이용해 ‘고정형’으로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와이파이 환경을 제공한다.

5G NSA의 경우 FWA를 제공할 수 있지만,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 저녁 시간대처럼 사용자가 많아지면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5G SA의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사용하면 FWA 트래픽을 모바일 사용자와 분리해 속도 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5G SA는 네트워크 슬라이싱과 반대 개념인 ‘주파수 묶어 쓰기’(Carrier Aggregation, CA)도 고도화돼 FWA의 약점이었던 업로드 속도를 광케이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재택근무 화상회의, 클라우드 백업 등이 FWA에서도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5G SA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가 요금제 신설되나

5G SA는 통신사 수익 창출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나 FWA 서비스를 통해 수십~수백억 달러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도어 인텔리전스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의 시장 규모가 2031년까지 연평균 40%씩 성장해 14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통신사의 ‘수익화’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해외의 많은 통신사가 5G SA의 핵심 기능인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유료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으로 혼잡 상황에서도 통신 품질이 보장되는 서비스를 고가 요금제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싱가포르텔레콤의 경우 네트워크 슬라이싱으로 속도 등을 보장하는 서비스를 ‘우선 요금제’(Priority Plus, Ultra)로 분리해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차이나모바일 등이 네트워크 슬라이스를 통해 우선 접속과 업로드 속도를 보장하면서 월정액에 추가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택했다.

영국에서는 보다폰이 기업용 네트워크 슬라이싱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서비스 수준 계약(SLA)으로 혼잡 구역에서 우선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한 품질 보장을 최고가 요금제에만 적용하는 방식이 등장했다. 또 미국에서는 공공안전을 위해 특정 기능에 통신 품질을 보장하는 5G SA 기반 공공안전 슬라이스를 공공기관을 상대로 유료로 제공한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5G SA 서비스를 하는 통신사의 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ARPU)이 전세계적으로 5~15%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통신사들이 5G SA 전환 과정에서 고가 요금제를 새로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6년도 연말엔 5G SA 전환에 따른 새로운 요금제 출시가 예상”된다면서 “설비투자(CAPEX) 증대를 빌미로 요금 인상이 용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가 통신 요금 인상에 부정적이고 통신 3사도 지난달 ‘통신의 국민 신뢰·민생·미래를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국민 기본통신권 보장을 강조한 바 있어 요금 인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5G SA는 기본통신권보다 프리미엄 서비스 성격이 강해 별도 요금제 신설이 가능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