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필우 부산인재개발원 전임교수 “느낌 쓰기보다 밑줄 친 문장 4개 고르게 하라”
'독서카드 기반 지식공유' 특허
밑줄·요약·지식·변화 ‘독서법’
카드 분류·공유 통한 지식 확산
“AI 시대, 질문력·사고력 중요”
“아이들에게 책을 읽은 후 ‘느낌을 쓰라’고 하지 말고,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허필우 부산시인재개발원 전임교수는 독서 교육의 방식을 이렇게 제시했다. 막연한 감상 대신 ‘밑줄 친 문장 옮겨 쓰기’에서 시작하는 그의 독서법은 특허로 이어졌다.
허 교수가 개발한 ‘독서카드 기반 지식공유-창출 방법’(부산일보 2024년 1월 3일 자 20면 보도)이 최근 특허(제10-2941753)로 등록됐다. 이처럼 독서 방법 자체를 체계화해 특허로 인정받은 사례는 드물다.
출원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기존 독서노트나 독서논술 방식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한 차례 거절 의견을 받았다. 허 교수는 카드의 구조와 활용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결국 특허 등록에 성공했다.
그는 “지식이 개인에 머무르지 않고 분류와 공유를 통해 확산되는 구조를 만든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기존 독서노트와 달리 카드를 재배열하고 타인과 공유하는 방식까지 포함된 점이 인정받았다.
허 교수가 제시한 독서카드는 단순하다. 카드 한 장에 네 가지만 담는다. 밑줄 친 문장을 옮기는 ‘카피’, 내용을 정리하는 ‘콘텐츠’, 책에서 얻은 지식과 지혜 ‘게인’, 독서 후 생긴 변화 ‘체인지’다.
카드 크기는 가로 15cm, 세로 10cm로, 제한된 공간이 오히려 ‘핵심만 남기는 사고’를 만든다. “수많은 문장 중 4~5개만 고르는 순간, 내가 이 책을 어떤 시각으로 읽었는지 드러납니다. 그 문장을 기반으로 내용을 요약하고, 결국 나의 변화까지 이어지는 구조이죠.”
허 교수는 1999년부터 매주 한 권씩 책을 읽고 독후감을 기록해 왔다. 독서카드가 쌓이면서 생각이 해체되고 다시 편집되는 경험을 했다. 이후 카드를 ‘랙(카드 꽂이함)’에 분류하고 재배열하는 과정에서 독서가 개인 기록을 넘어 지식 공유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최근 SNS에 올린 글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에게 느낌을 쓰라고 하지 말고, 밑줄 친 문장 4개를 고르게 하라’는 내용이었다. 잠잠했던 댓글창이 ‘눈높이 꿀팁’ ‘아이들과 해보겠다’ ‘저장각’ 등 댓글이 이어졌다. “느낌을 쓰라고 하면 ‘재밌었다, 슬펐다’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너무 추상적인 요구입니다. 대신 무엇을 하라고 명확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그는 독서를 ‘훈련’으로 본다.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문장 옮겨 쓰기’다. “문장 하나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한 문장을 두 문장, 세 문장으로 확장하는 힘, 그게 사고력입니다.”
내년부터는 독서카드 기반 독서 그룹을 실험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어린이·청소년·성인 등 연령별 교재 개발도 구상 중이다. “아이들은 부모와 대화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고, 청소년은 또래와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인은 자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어야 하고요.”
허 교수는 최근 공직 사회의 변화를 보며 우려도 드러냈다. 보고서나 인사말까지 생성형 AI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생각조차 외주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AI 시대에는 오히려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질문력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를 잘 쓰려면 질문을 잘해야 합니다. 인간이 주도권을 가져야 합니다.”
공무원 대상 ‘책 읽기와 글쓰기’ 관련 저서도 준비 중이다. 번아웃과 조직 문화 속에서 사고력을 회복하는 방법을 담을 계획이다. “책을 읽으면 새로운 경험을 합니다. 세상을 넓게 보는 훈련이죠. AI 시대일수록 더 필요합니다.”
한편 허 교수는 부산시 공무원으로 약 30년간 재직해 3급(부이사관)으로 명예퇴직했으며, 저서로는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지 않는다〉 등이 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사진=정대현 기자 jhyun@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