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방불케 한 마약 조직 검거
경남경찰, 국제 유통 일당 체포
대마 합법 태국 등에 농장 운영
영국·벨기에 등 유럽으로 유통
초국가적 마약 유통 조직이 운반하다 적발된 대마가 든 캐리어. 경남경찰청 제공
37세 베트남 국적 A 씨와 45세 중국 국적 B 씨. 서로 일면식도 없는 이들은 각각 초국가적 마약 유통 조직 총책으로 지목돼 적색수배 목록에 올랐다. 이들 마약 유통 조직을 일망타진한 경남경찰청 전승원 마약범죄수사계장은 “그간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수법의 마약 유통 범행”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 결과로 드러난 이들 범행은 한 편의 영화를 방불케 했다. △총책 △운반 관리책 △모집 총책 △운반책 △자금 세탁책 △항공·숙박 예매책 등 점조직으로 구성된 이들 조직은 체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먼저 총책은 대마가 합법인 태국과 캐나다에서 농장을 운영해 대마를 재배하거나 따로 구매해 대마를 대량으로 확보했다.
한국인인 운반관리책과 모집 총책은 국내에서 지인을 중심으로 운반책을 모집했다. 모든 비용을 대신 내줄 테니 여행처럼 외국을 다녀오면서 대마가 든 캐리어(15~70kg)만 수하물 위탁 방식으로 운반하면 수당도 주겠다고 꾀었다. 조직이 운반책에게 약속한 성공 사례는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수준이었다.
운반책은 태국과 캐나다로 출국한 다음, 다시 영국과 벨기에 등 유럽으로 떠나기 직전 조직으로부터 대마가 든 캐리어를 건네받았다. 왜 하필 영국과 벨기에였을까. 전 계장은 “한국인에게 허용된 사전 온라인 입국 승인 제도와 자동 입국심사를 악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반책은 유럽 출국 직전 캐리어부터 출발·경유·도착 전 과정을 모두 사진으로 촬영해 조직에 인증했다. 인증 사진을 확인한 조직은 운반책이 성공하면 계좌로 수당을 이체하거나 가상화폐로 지급했다.
조직은 운반책에게 만일 적발되면 ‘여행 중 모르는 외국인에게 부탁받고 운반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도록 지시했다. 공범이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서, 동시에 적발되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식으로 운반책을 안심시켰다.
실제로 한 운반책은 현지에서 적발됐으나 추방 조치에 그쳤다. 조직은 적발된 운반책에게도 이른바 ‘실패 수당’을 지급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 범행은 경찰의 끈질긴 수사로 결국 덜미가 잡혔다. 지난해 10월, 외국에서 운반책이 검거된 사실이 경찰에 알려졌다. 경남경찰청은 경남에 주소지를 둔 운반책을 상대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해 올해 1월까지 증거를 수집했다. 그 결과, 경남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14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7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각각 마약류인 대마 ‘운반 관리책’(2명), ‘모집 총책’(2명), ‘운반책’(8명), ‘자금세탁책’(2명)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총책 A·B 씨 등 외국인 3명에게 국내법인 마약류불법거래방지특례법을 적용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도 요청했다.
최환석 기자 ch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