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북한군 첫 참가… 동맹 관계 과시
우방국 중 유일하게 北 참여
북한 관영매체 10일 상세 보도
양국 군사 동맹 관계 공개 과시
민심 악화, 열병식 규모 축소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에 러시아와 북한 군인들이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북한군이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리기념일인 러시아 전승절 군사 행진에 처음으로 참여하며 양국의 군사동맹 관계를 공개적으로 과시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종결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북한군 부대의 퍼레이드 영상을 게시했다. 총을 들고 정복을 입은 북한군이 열을 맞춰 행진하는 가운데, 행렬 맨 앞에는 북한 인공기와 전승절 기념 메시지가 적힌 러시아 깃발을 든 기수가 섰다. 관람석에서는 신홍철 주러시아 북한대사 등이 박수로 이들을 맞이했다. 타스 통신은 “북한군이 러시아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로이터·AP통신은 붉은광장을 행진한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참전한 부대 소속이라고 보도했다. 두 통신사는 이번 행진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파견한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공식적인 예우라고 분석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국제문제위원장도 타스 통신에 “이번 열병식 행진은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동맹 관계를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서남부 지역으로, 2024년 8월 우크라이나군에 일부를 점령당했다. 북한은 파병을 통해 러시아의 쿠르스크 재탈환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러시아는 지난해 4월 26일 쿠르스크 영토 회복을 공식 선언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같은 해 말 쿠르스크 전투에 참전한 북한군 지휘부에 훈장을 수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 전승절에도 북한은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등 군 대표단 5명을 파견했지만 부대가 직접 행진에 나서지는 않았다. 올해 처음으로 북한군 부대가 열병식에 직접 참가함으로써 양국 군사협력이 한층 가시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나토의 지원을 받는 공격적 세력에 맞서고 있다”며 “우리의 영웅들은 전방과 후방에서 승리하며 전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승절 리셉션에서는 “현재 형성되는 다극 체제는 유엔 헌장에 기반해야 하며, 각 민족의 문화·문명적 다양성과 자결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당성을 국제질서 재편 논리와 연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러시아에 주둔하며 전쟁에 참여하는 북한군은 약 9500명 수준이다. 북한은 2024년 6월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뒤 같은 해 10월부터 병력을 파견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푸틴 대통령에게 전승절 81주년 축전을 보내 양국 동맹을 재확인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10일 “러시아 초청에 따라 조선인민군 육해공군 혼성종대가 모스크바 승리 열병식에 참가했다”고 전하며 이번 행사를 상세히 보도했다. 양국이 자국 매체를 통해 이번 열병식을 동시에 부각시킨 만큼 북러 군사밀착이 더욱 공고해질지 주목된다.
다만 이번 러시아 열병식은 이전에 비해 규모가 작게 열렸는데, 길어진 전쟁으로 민심이 악화하고 푸틴 대통령의 기세가 그만큼 꺾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통상 전승절에 군사력을 한껏 과시하는 퍼레이드를 벌여왔지만, 올해는 규모를 한층 축소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모바일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수도 전역의 보안도 대폭 강화해야 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장소는 모스크바여야만 한다고 못 박았다. 모스크바 이외의 장소에서 만나려면 장기적인 평화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