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삼성전자 노조, ‘벼랑 끝 투쟁’ 멈춰야
서울경제부 김진호 차장.
삼성전자 노사가 정부 중재 아래 다시 테이블에 앉는다. 오는 21일 총파업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분수령이 될 협상 자리다. 극적 타결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난항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초기업노조가 협상 시작 전부터 “만족할 결과가 아니면 망설임 없이 총파업”이라며 강경기조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협상은 단순한 노사 교섭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총파업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재계와 시민사회의 우려가 담긴 자리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도체가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한국경제가 예상 밖 성장률를 기록하고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배경에 반도체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이는 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삼성전자가 있다.
문제는 노사 갈등 역시 한국경제 전체의 불안 요인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JP모건은 최근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DS부문 매출이 약 8조 원 감소할 것으로 봤다. 씨티는 파업 리스크만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상황을 더 우려스럽게 만드는 것은 노조의 태도다. 노조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 당시만 해도 경영진을 조롱하거나 “망해야 정신 차린다”는 극단적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AI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시작되자 올해 영업이익의 15%, 약 45조 원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총파업 카드를 꺼냈다.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다. 하지만 지금 노조 행보는 ‘공정한 보상 요구’가 아니라 ‘단기 이익 투쟁’으로 변질된 상태다. 국민 여론은 물론 심지어 다른 노조 단체들까지 이들에게 등을 돌린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적정선에서 협상하고 끝내야 한다”는 ‘실리론’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DS부문에서도 강경 투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아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초기업노조를 대신해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힘을 얻고 있다.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의 독단적 운영 방식에 대한 반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잇단 실언과 상식 밖 행보로 스스로 이른바 ‘호화 투쟁’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 역시 사내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협상에 앞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투쟁이 아니다. AI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회사를 어떻게 지키고 성장시킬 것인지에 대한 책임 있는 고민과 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태도다. 정당한 보상은 그 다음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