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장 블라인드 오디션, 정책 선거 활성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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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정치 이슈, 선거판 삼키는 상황
세 차례 정책 검증 통해 후보 판단을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12일 오후 부산MBC에서 열린 초청토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12일 오후 부산MBC에서 열린 초청토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아쉬움 가운데 하나는 지역 현안보다 중앙 정치 이슈가 선거판을 삼킨다는 점이다. 도시의 미래를 논해야 할 선거가 어느 순간 정당 대결과 정치 공방, 진영 논리에 매몰되면서 정작 시민 삶과 직결된 정책이나 검증은 되레 뒷전으로 밀려나곤 했다. 그런 점에서 〈부산일보〉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마련한 ‘부산시장 블라인드 정책 오디션’은 의미 있는 시도라 할 만하다. 후보 이름과 정당을 가린 채 정책 답변만으로 평가한 이번 기획은 유권자에게 정책 중심 선택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부산의 미래를 놓고 어떤 비전과 실행력을 가졌는지 시민이 직접 비교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첫 검증 대상이 된 금융·일자리·해양수도·공공기관 이전 등 경제 분야에서 두 후보는 비교적 선명한 차별성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는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북항 공공SPC 추진, 시장 직속 부산 세일즈단 설치 등 현실적 실행 방안을 구체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산업은행 이전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을 축으로 부산을 세계 해양데이터 허브 도시로 만들겠다는 큰 그림을 제시했다. 특히 ‘공항에서 북항까지 20분 시대’ 같은 시민 체감형 비전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북항 개발과 공공기관 이전 전략에서도 두 후보는 각각 실행력과 비전이라는 서로 다른 강점을 보였다.

정책 평가단은 “두 후보 모두 임기 내 달성 목표와 단계별 추진 일정 등 정량적 로드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평가 결과는 25점 만점에 전재수 후보 18.25점, 박형준 후보 17.25점이었다. 점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두 후보의 도시 비전과 정책 역량을 가늠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다만 아쉬운 건 이런 정책 경쟁이 실제 토론에서는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 점이다. 지난 12일 열린 방송 토론에서 두 후보는 정책 대결보다 “까르띠에 시계 받았나” “엘시티 왜 안 팔았나”와 같은 상대 흠집 내기에 가까운 네거티브 공방을 벌였다. 지금 부산은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후보에게 요구되는 것은 실질적인 정책과 해법 경쟁이다.

이번 블라인드 정책 오디션은 무기명 검증 방식 속에서도 유권자들이 두 후보의 시정 철학과 정책 방향을 분명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지역 유권자들은 이를 통해 부산의 미래를 비교할 기준을 얻게 됐다. 앞으로 두 차례 추가 정책 오디션도 예정된 만큼 남은 검증 과정에서는 부산 현안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가량 남은 선거 기간, 후보들은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유권자들은 그 실현 가능성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번 시도가 정당과 진영 중심 선거를 넘어 비전과 실행력을 겨루는 정책 선거 활성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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