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장 개방 논란 확산… 정치권·업계 "금은 국가 전략자산, 관리체계 구축 시급”
국가 전략자산 금시장 관리 시스템 구축 토론회
“금 유통 관리·비축 정책 등 국가 차원 논의 필요”
지난 8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 전략자산 금시장 관리 시스템 구축 토론회’에서 정치권과 업계, 한국거래소 관계자들이 금시장 운영 방향과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비온미디어 제공
국내 금시장의 해외 개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과 업계가 금을 단순 투자상품이 아닌 국가 전략자산으로 보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국거래소의 KRX금시장 개방 조치를 계기로 시장 효율성 제고와 국내 산업 보호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는 가운데, 금 유통 관리와 비축 정책 등 국가 차원의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 전략자산 금시장 관리 시스템 구축 토론회’에서는 정치권과 업계, 한국거래소 관계자들이 참석해 금시장 운영 방향과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오세희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주얼리산업단체총연합회가 주관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금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을 단순한 귀금속이나 투자 수단이 아니라 국가 경제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전략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영교 의원은 “금은 국가 경제와 국민 자산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전략자산”이라며 “금시장의 투명성과 신뢰 확보는 소비자 보호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강준현 의원도 “금시장 관리체계가 미흡하면 소비자 피해와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며 “투명한 거래 환경 조성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병덕 의원은 최근 국제 금값과 국내 금값 간 가격 괴리가 확대된 점을 언급하며 “금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국내 금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쟁의 배경에는 한국거래소의 KRX금시장 제도 개편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런던금시장협회(LBMA) 인증을 받은 해외 제련업체의 KRX금시장 참여를 허용했다. 거래소는 금 공급망을 다변화해 국제 시세와 국내 시세 간 가격 차이를 줄이고 투자자 보호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손승태 부장은 “국내 금 공급 구조의 한계로 국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시장 신뢰 회복과 가격 정상화를 위해 공급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귀금속 업계는 해외 대형 제련업체의 시장 진입이 국내 제조·유통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주얼리산업단체총연합회 오효근 회장은 “무분별한 시장 개방은 국내 산업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금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연결된 전략 자산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는 해외 기업의 시장 진입 시 국내 기업과의 협력 의무 부과를 비롯해 주얼리산업법 제정, 금 유통관리 제도 강화, 금 원자재 부가가치세 제도 개선 등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정치권은 시장 개방과 산업 보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오세희 의원은 “국내 산업 기반을 보호하면서도 시장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국거래소와 업계, 소상공인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KRX금시장 개방 논란을 계기로 금의 국가적 역할과 관리 체계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금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정책 논의의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실물자산 토큰화(RWA)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금의 전략적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향후 금 유통 관리 체계, 국가 차원의 금 비축 정책, 디지털 금 토큰 시장 육성 등으로 논의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