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앱까지 만들어… 교묘해지는 투자 리딩방 사기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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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거래소 시스템 설치 유도
공모주 청약된 것처럼 속이고
수익금 출금 요구 땐 잠적 수법
부산 강서경찰서 수사 나서

부산 강서경찰서 건물 전경 부산 강서경찰서 건물 전경

공모주를 미끼로 투자자들을 속이는 주식 투자 사기가 기승을 부려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실제 주식시장과 똑같은 유사 거래소 사이트나 주식 거래 앱을 만드는 등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져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최근 공모주를 미끼로 투자자들을 속여 자금을 편취한 사건을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이들은 가상의 거래소 시스템을 만들어 증거금 대비 많은 수량이 배정된 것처럼 속이고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는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거주하는 50대 A 씨는 지난 1월 12일 온라인에 올라온 투자 전문 유명인 강의를 신청했다. 강의를 신청하자 자칭 투자 코치라는 사람이 오픈 채팅방 링크를 보내왔다. 투자 코치가 오픈 채팅방에 올리는 정보와 이들이 만든 거래소 시스템 등이 실제 주식시장과 똑같았다. A 씨는 의심을 접어두고 이들이 만든 계좌에 5000만 원을 입금했다.

A 씨가 돈을 입금하자, 투자 코치는 좋은 공모주가 있으니 A 씨에게 청약을 넣으라고 제안했다. 투자금이 클수록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는 말에 A 씨는 친척에게 돈을 빌리면서까지 1억 원을 계좌에 입금했다. 얼마 뒤, A 씨는 이들이 만든 거래소 시스템을 통해 공모주 1만 2000주에 배당됐고 2억 8800만 원 수익을 얻은 점을 확인했다. 수익금 일부를 인출하려고 하자 이들에게서 돈을 돌려받으려면 수수료 10%를 내야 한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원금만 달라고 했더니 불가능하다고 했고, 급기야 연락이 끊겼다.

A 씨가 당한 피해는 피해자들에게 공모주 청약에 성공한 것처럼 속인 뒤, 이용자들이 출금을 요구하면 잠적하는 대표적인 수법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고 실제 주식시장과 유사한 가짜 거래소 사이트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가짜 거래소 사이트 화면에 증거금 대비 많은 수량을 배정한 것처럼 조작하고 투자자들에게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이 출금을 요구하면 수수료나 세금 등 각종 이유를 내세우며 추가 입금을 하라고 압박했다. 추가 입금을 하지 않는 경우 투자금을 편취하거나 대화방을 폐쇄하고 잠적하는 등 전형적인 사기 행태를 보였다.

A 씨는 “오픈 채팅방에 속해있던 다른 지역 피해자들도 있다”며 “투자 코치라는 사람은 전화도 꺼져 있고 연락도 안 된다. 거래소 사이트는 현재 접속도 안 된다. 피해액이 커 하루빨리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접수한 진정서를 확인하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리딩방 등을 통해 교묘하게 투자자들을 속여 돈을 가로채는 지능범죄가 늘면서 관련 피해 접수도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리딩방 사기 피해 민원은 2018년 906건에서 2022년 3070건으로 뛰었다.

금감원은 거래 상대가 제도권 금융회사가 맞는지 확인하고, 자체 홈트레이딩 시스템 설치를 요구하는 등 사기가 의심된다면 즉시 거래를 중단하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금감원에 제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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