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과 불법 사이 업종 베팅… ‘카지노 홀덤펍’ 도심 성업
입장료 받고 술·포커 등 게임 장소 제공
예약 손님 넘쳐 대기해야 할 정도로 인기
환금성 물건·포인트 등 획득 때는 불법
복지부는 청소년 출입 금지 업소로 지정
경찰, 최근 단속 도박사범·업주 등 적발
지난 22일 오후 9시께 부산진구 부전동의 A 홀덤펍. 20~40대 손님 20여 명이 테이블마다 모여 있었다. 이들은 만 원 가치의 게임용 칩을 나눠 갖고 테이블에서 포커 등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게임당 칩을 거는 규모에 따라 테이블이 나눠지기도 했다. 테이블마다 게임 결과에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인근 B 홀덤펍은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12명이 앉은 테이블은 이미 만석으로 한창 게임 중이었다. 가게 종업원이 최소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귀띔했다.
‘도심 속 카지노’라 불리는 홀덤펍에서 환전 등 불법 영업 행위가 이어지는 데다 온라인까지 범죄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 수개월째 경찰 단속이 이어지지만 정작 시민들은 불법 도박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7일 홀덤펍·홀덤카페 등에 청소년 출입과 고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고시를 제정했다. 도심 속에 위치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홀덤펍이 도박과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청소년 접근이라도 차단하겠다는 최소한의 조처다.
홀덤펍은 술과 음료를 마시면서 카드 게임 등을 즐기는 가게다. 카드 게임의 하나인 ‘홀덤’과 술집을 뜻하는 ‘펍’이 합쳐진 단어다. 몇 년 전부터 대학가, 번화가 등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홀덤펍에서 놀이가 아닌 도박으로 불법 영업을 이어가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게임으로 따낸 칩을 현금, 포인트 등으로 돌려주거나 주류 등 상품으로 교환해 주는 것이다. 특히 거액의 상금이 걸린 상위 대회 초대권을 걸고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무대는 인터넷과 오프라인을 넘나들기도 한다. 홀덤펍에서 도박으로 획득한 대회 초대권 등을 특정 애플리케이션에서 거래하는 식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초대권을 8만~10만 원 정도에 거래된다. 사설 도박장으로 타락한 일부 홀덤펍에 대해선 부산 경찰도 단속을 펼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3월부터 홀덤펍 내 불법 도박을 단속하면서 불법 홀덤펍 등 도박사범 8명을 적발했다.
정부와 경찰의 경고와 단속 덕분에 홀덤펍 내 불법 도박 사례를 궁금해하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게임 결과에 따라 ‘재산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받을 수 있다면 이는 불법 도박이다. 가령 홀덤펍 게임으로 딴 칩을 현금이나 상품권, 포인트 등으로 환급받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다. 칩을 주류나 상품으로 교환하는 것도 불법 도박이 성립된다.
게임으로 따낸 칩을 가게에 적립 혹은 보관하는 것도 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 칩을 다음 게임에서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칩이 재산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 단속이 강화되자 불법 홀덤펍 영업은 더욱 교묘해지는 실정이다. 검증된 사람만 초대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이어가는 것이다. 간판도 없어 외부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곳도 있다는 게 경찰 관계자 설명이다.
경찰은 올바른 홀덤펍 이용을 권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자리에서 술과 칩을 받고 놀다가 끝나면 문제가 될 게 전혀 없다”며 “문제는 재산 가치를 지닌 무언가를 얻는 경우로 이것은 얻는 사람과 잃는 사람이 나뉘는 엄연한 불법 도박이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