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서울 상당수 잔류” 되풀이… 속내는 ‘반쪽 이전’?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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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부산행 전격 합의 불구
노사 모두 “영업·금융부문 서울에”
알맹이 빠진 ‘무늬만 이전’ 우려
구체 이전·조건 논의 ‘첩첩산중’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이 30일 본사 부산 이전에 대한 노사 합의서 서명식을 열고 부산 이전을 확정지었다. 사진은 부산신항 4부두에 정박한 HMM 프로미스호. 부산일보DB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이 30일 본사 부산 이전에 대한 노사 합의서 서명식을 열고 부산 이전을 확정지었다. 사진은 부산신항 4부두에 정박한 HMM 프로미스호. 부산일보DB

HMM(옛 현대상선) 노사가 본사 부산 이전에 전격 합의했지만, 서울 인력 상당수가 잔류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온 것으로 확인돼 ‘반쪽 이전’ 우려가 나온다. 해양수산부와 부산시의 이전 지원책 논의 또한 시작 단계로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관련 예산 지원 절차까지 고려하면 실제 집행이 연내에는 불가능해 본격 이전이 언제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잿빛 전망도 제기된다.

5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30일 노사가 서명했던 본사 부산 이전 합의는 세부 조건에 대한 논의는 제쳐둔, 오는 8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 대한 사전합의 성격이 강하다는 게 업계의 절하된 평가다.

극한 대립을 반복하던 노사가 구체적인 조건 없이 대승적 차원의 합의를 도출한 데 대해 갑작스런 합의의 진짜 배경이 무엇인지 의구심이 컸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업계 분위기다. 서명식 질의답변에서 합의 배경에 대한 이렇다할 설명이 없었기에, 일각에서는 앞으로 이전 계획 등을 논의하면서 합의가 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이날 HMM 정성철 육상노조 위원장은 “언제든지 합의가 지켜지지 않고 조합원 불이익 등 문제가 생길 경우, 단체행동권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더욱이 그동안 노사가 공통적으로 서울에 잔류해야 하는 인력과 조직을 언급해왔던 탓에, 핵심 인력이 빠진 ‘무늬만 이전’이 될 수 있다는 실망 섞인 우려도 나온다.

HMM 최원혁 대표이사는 서명식 질의답변에서 “영업과 금융 부문 직원은 본사가 부산으로 옮기더라도 지점 형태로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성철 노조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7일 최 대표이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면서 “현재 서울 본사 인력의 상당수가 잔류하면, 상징적 차원의 본점 부산 이전은 논의할 수 있다”고 언론에 인터뷰했다. 당시 그는 “부산에서 원하는 것은 HMM의 본점이 왔다는 상징성 아니냐”며 “그렇다면 상징적으로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고, 그에 따른 상징적 조치를 하되 현재 서울 본사에 근무하는 인력 상당수가 잔류하는 정도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2024년에도 이같은 입장을 보였다. 그해 4월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과 간담회를 가진 HMM 전정근 해원노조 위원장은 “해외 영업을 담당하는 국제본부와 국내 사업을 관할하는 국내본부로 분할한 뒤 국내본부와 자회사가 입주하는 사옥을 북항에 건설하면 내부 저항을 최소화한 본사 이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더해, 이전의 현실적 동력이 되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책 논의도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 있다. 해수부는 지난달 8일 HMM과 부산시,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이전기업 지원 협의체(TF)’ 첫 회의를 포함해 현재까지 두 차례의 대면 회의를 열었으나 아직 뚜렷한 지원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해수부 김혜정 해운물류국장은 “대략적인 방향을 잡고 HMM 측과 수시로 지원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부산시도 “해수부 이전 때만큼의 지원은 할 수 없다”며 수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다, 세제·금융 지원 방안은 기획예산처 등과의 협의가 필요해 예산안 마련 후 실제 집행까지 상단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부산시 조영태 해양농수산국장은 “빠르게 진행되면 선거 이후 6월 중에 해수부와 TF 논의를 통해 세부 내용을 확정하고, 7월 시의회를 거쳐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는 식”이라며 “예산 집행은 내년에야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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