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통합·산업 대전환… PK 새 판 짜자
PK 민선 9기 일제히 닻 올려
반도체 소외 등 난제 수두룩
각개격파론 산업 육성 한계
단체장 3인, 정당 넘어 협치
광역화로 PK 도약 이끌어야
민선 9기 전재수(왼쪽부터)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김상욱 울산시장이 1일 각 시도 청사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연합뉴스
부산·울산·경남(PK) 민선 9기 지방정부가 1일 일제히 출범했다. 전재수 부산시장, 김상욱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지사가 취임 첫날 발신한 메시지의 공통 키워드를 뽑자면 바로 ‘변화’와 ‘도약’, ‘대전환’이었다. 민선 9기를 맞은 부울경은 이전과는 크게 다른 경쟁 환경에 놓이게 됐다. 악화일로인 수도권 집중에 더해 비수도권 내에서도 새로운 주도권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호남과 충청권이 각각 수백조 원에 달하는 반도체·AI 관련 국가적 프로젝트를 확보하며 존재감을 키우면서 부울경은 대한민국 제2경제권이라는 위상마저 흔들릴 처지다. 과감한 협치를 통해 동남권 재도약을 위한 ‘새 판 짜기’가 부울경 민선 9기의 최대 과제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광주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청와대에 전담팀을 두고 전 과정을 끝까지 책임 있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AI·반도체 메가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경제 지형을 바꿀 수 있는 규모다. 부산시 한 해 예산의 50배에 달하는 890조 원이 호남에만 투입되는데, 직간접 생산유발효과만 100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부울경은 AI·반도체라는 거대한 산업 혁명의 흐름에서 소외되는 형국이다.
물론 민선 9기를 맞아 부산은 해양수도 완성, 울산은 AX(AI 전환)를 통한 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의 고도화, 경남은 우주항공·방산·원전 산업 육성이라는 각각의 경제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규모와 속도가 지배하는 대전환의 시대에서 각개격파 식으로는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지역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해법은 ‘광역화’를 통해 부산·울산·경남을 실질적인 경제·생활 공동체로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박 지사는 기존 ‘경제 동맹’ 수준의 협력을 선호하지만, 민주당 소속인 전, 김 시장은 최대한 빠른 메가시티 복원을 추진한다. 자칫 협력의 구조 자체를 놓고 부산·울산과 경남이 또 다시 대립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세 단체장이 정당을 뛰어넘는 대담한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산업 구조의 대전환 역시 세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부산의 항만과 금융, 울산의 자동차와 석유화학, 경남의 우주항공·방산·조선이 각각 강점을 갖고 있지만, 기존 산업 경쟁력만으로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통적인 제조업 경쟁력에 안주하기보다 AI와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조선·기계의 디지털 전환, 해양AI 등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동남권이 산업 생태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울경 연계 교통망, 남해안 관광벨트, 깨끗한 물 공급 등 각 지역의 숙원 역시 해묵은 지역 경쟁 의식을 극복해야 가능하다.
박재율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부울경이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공공기관 2차 이전과 국가 전략산업 유치, 해양수도 완성 등 핵심 현안에 공동 대응하고, 연대와 협력을 제도화해야 동남권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