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미술관, 송주웅 작가 초대전 '삶의 흔적' 개최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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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항이 내려다보이는 부산 중구 산복도로 위에 자리 잡고 있는 '달리 미술관(관장 박선정)'이 개관 1주년을 기념해 5일부터 25일까지 송주웅 작가 초대전 '삶의 흔적'을 개최한다.

부산 동구 안창마을 출신이자 울산 민미협 회원이기도 한 송주웅 작가는 1988년 첫 개인전을 연 이후로, 32년 간 여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붓과 화폭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 없었던 가난한 예술가로서의 고된 삶 속, 그는 조선소 노동자이자 아이들의 미술 선생님으로서의 삶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한 삶의 현장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한 겹 한 겹 쌓여 화가의 작품 속에서 녹아 난 것일까. 송주웅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기계의 부품으로 전락해 버린 현시대의 초라한 인간이 아닌, 거친 삶 속에서도 굴하거나 노여워하지 않는 당당하고 강인한 한 인간이 느껴진다. 작품 속 그 누군가가 살아왔을 삶 그 자체가 털컥하고 보는 이의 가슴을 후려친다.

그는 특히, 격동하던 시대를 살아 온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 같은 인물들의 주름 가득한 모습을 화폭에 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 인물의 주름은 그저 붓 끝으로만 표현되지 않는다. 그 인물을 화폭에 담기 위해서 작가는 오랜 시간 그 인물과 대화를 나누고 교감의 시간을 가졌다. 누군가의 외형만으로는 그를 온전히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작가의 말이다. 이런 이유로 송주웅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면 우리는 하나의 장편소설을 읽는 것처럼 작품 속 인물의 삶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송주웅 작가가 그린 인물들은 다양하다. 언양 장에서 시래기를 삶아다가 파는 할머니로부터, 함께 노동일을 했던 노동판의 김씨, 폐지를 모아다 파느라 굽은 허리로 리어카를 끄는 동네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송 작가의 시선이 머물렀던 곳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잊고 있거나 어쩌면 외면하고 있던 곳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원인 모를 애잔함이 떠오르다가 오히려 점점 더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솟아오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처음에는 어머니 아버지 또는 이웃 아저씨를 연상시키던 작품 속 인물들의 모습이 어느 순간 '나 자신'의 모습임을 깨닫는다.

이기철 시인은 초대전 서문에서 "거친 채색은 그가 견뎌온 그리고 시대가 함께 져야 했던 짐이 그대로 얹혀 있다. 하지만 정작 슬픔이라든가 분노보다 내재된 충만이 더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고 표현했다.

송주웅 작가는 삶의 고통이나 아픔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강인한 삶에의 의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특히, 산복도로 위에 자리한 '달리 미술관'에서의 이번 전시를 위해 송주웅 작가는 산복도로 곳곳의 풍경을 대나무 펜과 먹으로 표현한 작품들도 선보인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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