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낡고 사람 없어 잇단 폐업… 지역 경제 ‘휘청’ [무너지는 부산 산단]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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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녹산산단 가동률 74.1%
전국 평균보다 10%P나 낮아
입주 기업 5년 만에 114곳 줄어
인력 고령화·노후 환경 개선
대기업 유치 등 체질 전환 필요

국가산단인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의 가동률이 74.1%로 전국 국가산단 평균 84.1%보다 10%포인트나 낮게 나타났다. 24일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국가산단인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의 가동률이 74.1%로 전국 국가산단 평균 84.1%보다 10%포인트나 낮게 나타났다. 24일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삼중고’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부산 산업단지들이 가동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부산의 산단은 노후화된 곳이 많고 대기업과 고부가가치 산업이 부족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대책이 시급하다.

24일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발표한 주요 국가산업단지 산업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현재 녹산산단의 제조업 가동업체 수는 1239곳, 가동률은 74.1%로 집계됐다. 울산·미포(90.8%), 대구(89.9%)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전국 평균(84.1%)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녹산산단의 제조업 가동업체 수가 많은 탓이라고 하지만, 배 이상 가동업체가 많은 창원(80.0%)보다도 낮다.

가동률이 줄어드는 만큼 기업들의 폐업도 줄을 잇는다. 특히 녹산산단은 2019년에 비해 입주 기업이 114곳이나 줄어들었다. 가동률이 떨어지니 생산액과 수출액도 크게 줄고 있는 형편이다. 신평장림산단의 경우 2023년 3분기 누계 생산액은 3조 9831억 원이다. 2022년 3분기 누계 생산액 4조 2981억 원에 비해 7.3% 줄었다. 수출액은 더 심각하다. 2023년 3분기 누계 수출액은 15억 4349만 달러로 전년 동기(19억 6280만 달러) 대비 21.3%나 감소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산단 노동 인력도 크게 줄어들었다. 실제로 부산 산업단지의 전체 고용 인원은 1년 만에 2000여 명이나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부산 산단 특성상 글로벌 경제 위기 장기화로 인해 산단 입주 기업 상당수가 원자재 가격 상승, 대출 이자 상승을 버텨낼 체력이 바닥났다고 분석한다.

부산 산단 27곳 중 20년 이상된 곳이 8곳에 달하고, 중장년 인력 중심의 ‘늙은 산단’이 돼버린 것도 문제다. 산단 입주 기업 상당수는 교통 편의가 확보되지 않아 출퇴근에만 4시간 이상 소요되는 현실에서 청년 인력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소연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노후 산단의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산단 주변의 대중교통체계를 확충하고, 만성 체증을 해소할 수 있는 도로 건설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부산상공회의소의 대기업 유치 추진에도 관심이 모인다. 대기업이 자리잡게 되면 산단의 기업 생태계를 개선하고 청년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차전지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산업 중심의 업종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시 차원의 지원책 마련도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지역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고 고급 인력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산학은 물론 지자체도 적극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부산상의 심재운 경제정책본부장은 “시 외곽에 산단이 몰려있는데다 특정 분야에 집약된 부산 산업구조상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부산 산단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부산 기업들이 첨단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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