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얼굴 사진 밟고 찢자”…선 넘는 삼성전자 노조(종합)
노조원 4만 명 집회
성과급 지급과 상한제 폐지 촉구
주주단체 맞불 집회 “회사 주인은 주주”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3일 평택사업장 앞에서 대규모 투쟁결의대회를 연 가운데 노조원들이 경영진을 조롱하는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 독자 제공.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40조 원 규모의 성과급 지급과 상한제 폐지를 촉구하기 위해 4만 명 규모의 집회를 열고 총파업을 예고했다.
23일 오후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노조의 투쟁결의대회는 경찰과 노조 추산 약 4만 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동안 더 나은 삼성전자를 만들기 위해 성실하게 교섭했다”며 “그러나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성과급 제도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사측은 일회성 보상이라는 명목으로 교섭을 마무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더 참을 수 없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이 투쟁은 삼성전자의 미래를 위한 싸움,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위한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이공계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미래를 책임질 인재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우리가 바꿔야 한다”며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으로 ‘인재 제일’ 원칙을 되살리며, 우리의 당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집회 참가자들은 ‘투명하게 바꾸자, 상한폐기 실행하자’라는 손 푯말을 들고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수차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노조는 현재 회사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성과급 상한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사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집회 현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경영진을 조롱하는 표현물을 설치해둔 모습. 독자 제공.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경영진을 향한 노골적인 불만 표출 행동도 여럿 발생했다. 바닥에 이 회장과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부회장 겸 대표이사 그리고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의 대형 얼굴 사진이 깔렸다. 사진 아래에는 각각 ‘째째용(째째한 이재용)’·‘전시황(전영현시황제)’·‘노때문(노태문때문)’이라는 조롱성 별칭이 적혀 있었다. 조합원들은 사진을 밟고 지나갈 것을 요구하고 이에 응했으며, 또 한쪽에서는 이 회장과 전 부회장 그리고 노 부문장의 얼굴을 프린트하고 물건을 던져 구멍을 내라며 ‘여기다 풀고 가세요’라는 현수막도 등장했다.
반면 노조 행동에 우려하는 주주들의 행동도 이날부터 본격화됐다. 이날 오전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캠퍼스 인근 투쟁 결의대회장 맞은편에서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비판하는 맞불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 주최자인 민경권 씨(스타트업 운영)는 성명서 낭독과 질의응답을 통해 “직원들의 무도한 요구 속에 500만 삼성전자 주주들이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며 현 상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주주운동본부는 노조의 파업 움직임이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주주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반도체 공장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은 주주들이지, 직원들이 아니다”라며 “반도체 호황 사이클에서 공장을 멈추면, 주주들의 재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거론되는 직장 폐쇄나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에 대해 “우리 경제와 기업 역사에 매우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이라며 사측과 노조 모두 파국을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문제는 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대법원이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성과 인센티브(OPI, 옛 PS)는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만큼 임금 교섭에서 성과급의 배분 기준 변경을 요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측은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반도체 사업장의 안전과 직결된 설비 운영은 쟁의행위와 별개로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노조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사는 전날 사내 게시판을 통해 반도체 생산라인의 안전보호시설 유지·운영에 관여하는 일부 인력에 한해서라도 정상 근무를 요청했다. 해당 인력은 전체 임직원의 약 5% 수준이다.노동조합법은 쟁의행위 중에도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 유지·운영을 중단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생산 측면에서도 반도체 공정의 핵심 원재료인 웨이퍼는 일정 시간 내 후속 공정을 거치지 않으면 변질돼 폐기될 수 있고, 클린룸 환경이 유지되지 않으면 설비 자체에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공급망 안정성에 민감한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고객사 납기 지연과 협력사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