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공원 고려청자 가마터 발굴 ‘노거수 딜레마’
부산박물관 ‘온천동 요지’ 발굴터
150년 이상 포함 26그루 서식
환경단체·학계 보호 대책 요구
8월 말 기한 내 완료 차질 우려
오늘 관계기관 모여 ‘묘책’ 모색
지난달 26일 부산 동래구 금강공원에서 열린 온천동 가마터(요지) 발굴조사 학술자문회의 참석자들이 발굴 현장을 둘러 보고 있다.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제공
지난해 고려청자 가마터가 발견되면서 올해 본격적인 정밀 발굴이 이어진 부산 동래구 금강공원 내 ‘온천동 요지(가마터)’ 발굴(부산일보 5월 27일 자 11면 보도)이 난항을 겪고 있다. 발굴 과정에서 조사 구역에 뿌리를 내린 150년 이상 된 노거수(오래된 거목)들이 손상을 입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박물관 측은 노거수 보호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문화재 발굴이라는 본래 목적 달성에 제약이 될까 우려하며 대책을 찾고 있다.
부산박물관은 8일 온천동 요지 발굴조사 수목 관련 회의를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이번 회의는 부산 동래구 금강공원 내 고려시대 가마터인 온천동 요지를 정밀 발굴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무들이 손상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이날 회의에는 부산박물관과 금강공원, 동래구청 관계자, 환경 활동가, 조경학자 등이 참석해 향후 발굴 방침과 나무 보호 대책을 논의한다.
지난달 초부터 금강공원 내 노거수의 뿌리가 발굴 과정에서 상처를 입거나 흙 밖으로 드러난 채 방치돼 말라 죽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잡목과 달리 노거수는 옮겨 심으면 생존 가능성이 크게 떨어져 사전에 조사 구역 내 노거수에 대한 보호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진철 범시민금정산보존회장은 “현재까지 땅을 파내려 가는 과정에서 최소 150년 이상된 소나무 약 10그루의 뿌리가 잘려 나가는 등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며 “문화재 발굴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이 땅에서 자란 생명의 가치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부산박물관에 따르면 발굴 작업의 영향권에 있는 나무는 단풍나무를 비롯한 잡목과 소나무 등 26그루다. 조사 구역 내부에 서식 중인 나무가 19그루, 줄기는 조사 구역 경계부에 있지만 뿌리가 구역 내부로 뻗어 발굴 과정에서 손상될 가능성이 있는 나무가 7그루다. 이들 중 오래된 나무의 경우 수령이 300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수령이 150년에 이르는 노거수가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남은 발굴 과정에서 나무가 입을 피해를 줄이려면 우선 나무에 대한 별도의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아대학교 차욱진 조경학과 교수는 “도지미(도자기를 구울 때 바닥에 달라붙지 않도록 받쳐주는 흙덩이)에 뿌리가 확산된 소나무는 발굴 작업이 계속되면 고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정확한 수령과 현재까지 나무가 입은 손상의 정도, 지표면 아래 뿌리 분포 등을 파악해야 향후 나무 보호와 조사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물관 측은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달 26일 학술자문회의를 열고 나무 보호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잡목은 다른 곳으로 옮겨 심고, 이식이 어려운 노거수에는 영양 주사를 놓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박물관 측은 통상적으로 발굴 조사에서 노거수 보호가 문제가 된 적이 없다 보니 그에 대한 별도의 대책을 미리 마련하지는 못했다는 입장이다. 박물관 측은 문제가 제기된 이후 나무 주변을 피해 발굴을 하고 있다. 발굴 작업에 따른 뿌리 손상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굴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정밀한 발굴에 어려움이 있는 등 조사에 한계도 불가피하다. 발굴 기한은 다음 달 말로 예정됐는데, 조사 구역 내 넓게 뻗어 있는 뿌리를 피하다 보면 발굴에 제약이 크다.
부산박물관 김은영 조사연구팀장은 “사실상 나무뿌리 아래는 손을 못 대는 상황이어서 기대만큼 조사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어 난감하다”며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충분히 공감하기 때문에 자문회의 등을 거쳐 문화재 발굴과 노거수 보존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대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