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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드라이브] (커)피 튀기는 전쟁 - 부산 프랜차이즈 커피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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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수정동의 한 골목. 건물 사이로 차가운 골바람이 분다. 오후 12시 40분. 점심 식사를 끝낸 직장인들이 쏟아진다. 턱 끝까지 내려온 다크 써클. 흐리멍덩하고 충혈된 눈. 부른 배를 내밀고 뒤뚱거리며 어디론가 걸음을 옮긴다. 뭔가 중얼거린다. "배부르다, 졸리다" 따위의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다. 서너 명씩 무리를 지어 이동한다. '꼬순내'를 따라 습관처럼, 중독처럼 어디론가 향한다. 작은 창문이 뚫린 작은 가게다. 무표정한 얼굴로 '1500원'을 내고 '검은 물'을 산다. 맞다. 바로 커피다.
그들이 서 있는 거리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곳은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소리 없는 전쟁터다. 선공은 상위 10% 원두를 사용하는 곳. 매달 특정 일에 아메리카노를 1500원이라는 가격에 공급한다. 부산 지역번호에서 상호를 딴 가게도 질 수 없다. 캔 포장을 내세우며 맞대응한다. 두 가게는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월요일이면 생각나는 가게. 그리고 작은 사이즈를 주문하면 큰일 날 이름을 가진 가게도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우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130년 전부터 시작된 '가배' 사랑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커피 소비량은 세계 6위, 2018년 기준 20세 이상 인구의 국내 1인당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전 세계 평균 132잔의 약 3배에 달한다. 부산은 커피 도시다.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다. 기원을 따지면 1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0년대 전후 부산에서 커피를 마신 기록들이 속속 나온다.
부산해관(부산세관) 민건호가 기록한 〈해은일록〉 1892년 12월 16일 자에는 "양주 3병, 갑배차(甲琲茶·커피) 1갑, 영국 담배 1갑을 부쳤다"는 기록이 있다. 부산세관박물관 이용득 관장은 "민건호는 커피를 아는 이들에게 선물로 부치게 되는데, 아마 영국인 해관장에게 받은 선물을 다시 지인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그보다 일찍 초량왜관을 통해 나가사키, 대마도를 거쳐 서구의 설탕이 들어오면서 부산으로 커피가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식문서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통리기무아문 보고서에는 1898년 8월 19일 동래부사 연회비 내용에 '가배(커피)차 1통, 한 냥 오 전' 기록이 있다. 로컬문화 연구자 김만석 작가는 "동래부사가 '외국인 손님이 오니' 커피를 대접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가배를 요청하는 내용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커피는 원두가 맛을 결정한다. 그래서 원두를 얼마나 빨리 신선한 상태에서 커피로 가공하는지가 중요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수입하는 커피류(원두·커피 대용물 포함)의 90% 이상이 부산항으로 들어온다. 부산이 커피 도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산 커피, 무한 경쟁 시대
2014년 부산대 앞 '더벤티'는 경쟁 프랜차이즈 커피를 크기로 압살하는 벤티(590ml) 사이즈 커피를 1500원에 내놓아 성공을 거뒀다. 이어 '컴포즈' '더리터' 등 맛과 가격에서 경쟁력을 갖춘 향토 프랜차이즈가 속속 탄생했다. 현재는 '베러먼데이'와 '텐퍼센트' 등 후발 주자들도 등장했다.
2019년 기준 부산 시내의 커피전문점은 4807개다. 2017년은 3596개에 비해 2년 만에 1211곳 증가했다. 2019년 종사자 수는 무려 1만 5177명, 2017년 종사자 수는 1만 1285명이었다.
부산 커피 프랜차이즈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8년 27개였던 부산의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3년 만에 3배 넘게 늘었다. 2021년 12월 현재 부산시에 등록된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무려 94개다.
가맹점 수도 크게 늘고 있다. 2018년 부산 시내에 카페 351곳을 가맹점으로 뒀던 부산의 한 커피 프랜차이즈는 2021년 해를 넘기 전에 가맹점 수 787곳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부산 커피 프랜차이즈의 전국 가맹점 수는 2018년 981개에서 2020년 1545개, 2021년 2529개로 늘었다. 부산 시내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무서운 확장세다. 부산 커피 프랜차이즈의 특징과 강점은 뭘까?
커피 맛, 기본은 한다! 그럼 딸기라테는 어떨까?
프랜차이즈 커피 맛은 구별하기 힘들다. 바리스타같은 미각과 후각도 없다. 하지만 쓰는 원두도 한정적이고, 원샷이냐 투샷이냐 정도의 차이일뿐 에스프레소 기계도 대동소이하다. 원두를 강하게 로스팅해 만든 탄 맛을 '깊은 맛'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산미가 있는 원두를 쓴다고 광고해도 직접 로스팅도 하지 않고, 핸드드립이 아닌 이상 가맹점에서 맛을 비교하기도 뭣하다.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구분하기가 힘들다. 저가 프랜차이즈의 아메리카노는 저렴한 가격에 '평타만 치면' 불만없이 마시게 된다.
그래서 텐퍼센트, 카페051, 하이오커피, 베러먼데이커피, 블루샥의 '딸기라테'를 비교해보기로 했다. 갑자기 왜 이 메뉴냐고 물으신다면, 첫 번째로 기자의 '최애' 메뉴고, 두 번째로 딸기가 제철이라서다. 도합 1만 9600원짜리 리뷰다. 너무 주관적으로 평가될 우려가 있어 평소 딸기 라테를 즐기는 J와 단맛을 싫어하는 S가 시음에 도움을 줬다. 표기법상 '라테'가 맞다. 그러나 메뉴 이름은 가게가 적는 방식 그대로 썼다.
한국의 '응커피'라고요?
먼저 '텐퍼센트커피'. 심플한 외관과 상호로 사람들의 눈을 잡아끄는 이곳은 2017년 부산 시청본점을 1호점으로, 21년 12월 기준 전국 337개 지점을 가지고 있다. 세계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의 기준으로 평가된 80점 이상의 상위 10% 생두를 사용한다고 하며 나뭇결을 베이스로 한 브라운색의 인테리어로 익숙한 곳이다.
개점 초기 아시아의 '블루보틀'이자, 일명 '응커피'라고 불리는 일본의 '퍼센트 아라비카'라는 카페와 심볼이 비슷해 이야기가 많았다. 왜냐하면 두 브랜드 모두 '%'를 심볼로 삼기 때문이다. 퍼센트 아라비카의 심볼이 더 각지고 검은색으로 심플한데 비해, 텐퍼센트는 '%'의 동그란 부분이 원두 모양이고 컬러도 카모플라주 패턴이다. 퍼센트 아라비카는 2014년 일본 교토에 처음 문을 열었다. 흐린눈으로 보자.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다크'와 '미디엄' 원두를 고를 수 있다. 아메리카노 가격은 2000원, 가끔 특정일에 1500원으로 할인한다. 시그니처 메뉴는 '텐라떼'. 8온스 양이 적다는 지적을 받아들였는지, 지난해 말 10온스(283ml)로 사이즈 업했다. 그래도 작은 편이다. 먼저 쫀쫀한 크림이 입술에 닿는다. 후루룩 마시면 우유와 에스프레소가 섞여 들어온다. 첫맛이 달고 끝맛은 부드럽다.
드디어 딸기라테를 평가할 차례다. 텐퍼센트에는 딸기라테라고 이름 붙은 메뉴는 없다. 대신 '스트로베리라떼'가 있다. 가격은 3500원. J는 "얼음이 커서 섞어 먹기가 힘들다"며 "우유 자체에 설탕이 들었는지 단맛이 꽤 강하다"고 평했다. 기자의 평가도 비슷했다. 너무 달다. 원인은 딸기청과 우유 위에 올려진 딸기 생크림이다. 다른 가게에서 볼 수 없는 구성이다. S는 "딸기잼 맛이 난다"며 "싸고 단 강렬한 맛이 혀끝에 남는다"고 말했다.
지역번호 051을 눌러주세요
'카페051'은 남포점을 본점으로 2016년 들어섰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051'은 부산지역번호 '051'을 의미한다. '가격이 퀄리티를 정하지 않는다'라는 카피에 걸맞게 아메리카노 가격은 1500원이다. 특이한 점은 캔으로 포장된 콜드브루, 바닐라 라떼 등을 판다. 블랙&화이트의 모던한 느낌의 타일로 내부를 꾸몄으며 네온사인으로 포인트를 준 '인스타 각' 인테리어도 이채롭다.
시그니처 메뉴 이름도 부산 프랜차이즈답다. '라떼더해운대'는 텐라떼와 같은 10온스의 작은 사이즈인데 코코넛밀크 위에 콜드브루와 크림이 올라가 있다. 딸기라테라는 메뉴 대신 '설향우유'라는 메뉴를 먹었다. 설향은 딸기 품종의 일종으로 과즙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다. 특이하게 캔에 들어있다. 300mL는 3800원 500mL는 4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설향우유는 텐퍼센트에 비해 단맛은 적었지만 딸기 본연의 맛이 더 느껴졌다. 딸기 과육이 씹히는 게 맛있다. S는 "다른 곳 딸기라테보다 딸기가 씹히는 맛이 좋다"고 말했다. J는 "먼저 패키지가 가장 이쁘고, 얼음이 들어있지 않아 캔을 흔들면 쉽게 섞인다"며 "맛은 가장 조화로운 편"이라고 했다.
갈매기를 마스코트로 하던 야구단은…
다음은 2019년 새로 생긴 '하이오커피'다. 구서직영점을 시작으로 2022년 2월 기준 전국 가맹점 수는 98개다. 갈매기를 마스코트로 삼는다. 가게 내부는 흰 벽과 우드톤으로 어우러져 있는데 갈매기 마스코트 덕분에 지중해 바다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하얀 돛단배에 몸을 싣고 뱃머리에 앉은 갈매기를 바라보는 느낌도 있다.
특이한 점은 친환경 '리유저블 컵'을 사용한다. 커피를 주문하면 플라스틱 텀블러에 담아주는데 씻어서 재활용이 가능하다. 테이크아웃과 배달에 적합해 보였다. 환경오염을 더 유발하는 건 아닐까. 생각보다 '그립감'도 편하고 마시기도 좋다.
3900원 '리얼딸기라떼'를 마셔 봤다. 겉보기에 신경 쓴 듯 길쭉한 보틀이 다른 가게보다 더 예쁘다. 딸기의 단맛은 부족했지만 상큼한 맛이 괜찮았다. 시음을 한 S와 J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S는 "약간 밍밍한듯하나 맛있다"고 말했고 J는 "껍질로 덮여있는 포장 덕분에 흔들어 먹기 편하다"며 "딸기라테의 기본 맛"이라고 평했다.
월요병은 치료제가 없다
월요일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베러먼데이'. 역시 부산에서 탄생한 스타트업이다. '따봉' 모양의 엄지 심볼은 간결하고 직관적이다. '좋아요' 눌러주고 싶다. 프랜차이즈 카페뿐만 아니라 플랫폼 사업 등을 통해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상품을 판매한다.
특이한 음료 메뉴들이 많다. 검은깨콩스무디, 오디 열매가 들어간 '피로뽕', 쑥 분말로 만든 '디톡쑥', 아몬드와 오르니틴이 더해진 '숙취라떼'까지.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재밌는 음료다. 커피 원두는 콜롬비아 후일라 지역에서 재배된 수프리모와 브라질 세하도 원두를 블랜딩해 사용하고 있다. 산미는 적고, 부드럽고 고소해 호불호가 적다.
4000원 '딸기라떼'를 주문했다. 드디어 딸기라테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가게를 만나 반가웠다. 그러나 맛은 가장 연했다. S는 "학창시절, 친구가 가져온 딸기 네스퀵을 반 숟가락 얻어 타 먹는 맛"이라고 평했다. J도 "딸기'향'라테다 이때까지 마신 음료 중 제일 연하다"고 말했다. 여기 딸기라테로는 월요일이 행복하게 바뀌진 않는다.
블루보틀보다 블루샥?
서울 성수동에 블루보틀이 있다면, 부산에는 '블루샥'이 있다? 블루샥 또한 부산 프랜차이즈다. 상어 지느러미 모양의 마스코트가 시원해 보인다.
블루샥은 저가 프랜차이즈 브랜드 최초로 서김해점과 민락점에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열기도 했다. 원두는 고소한 '깊은 맛' 나이트 블렌드와 산미가 있는 '가벼운 맛' 선셋 블렌드로 나뉜다.
다섯 개 브랜드 중 가장 비싼 4400원짜리 딸기라테인 '설향 딸기 라떼'. 메뉴판 옆에 오늘의 '샥 픽'이라며 딸기라테가 선정됐다. 5개의 브랜드 중 색은 가장 분홍빛을 띠고 있다. J는 "다른 가게와 달리 우유 베이스 위에 딸기청을 올려 준다"며 "덕분에 딸기청이 우유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예쁜 색을 띤다 신의 한 수"라고 말했지만 "맛은 부족하다"고 했다. S도 "우유 맛이 강한 편이지만 색처럼 딸기 맛이 강하진 않다"고 평했다.
딸기 라테 '맛잘알'이 선정한 순위는 ?
1위는 카페051의 설향우유가 차지했다. 2위는 텐퍼센트의 스트로베리라떼, 그다음은 하이오커피의 리얼딸기라떼, 블루샥의 설향딸기라떼, 베러먼데이의 딸기라떼다. 다만 텐퍼센트의 스트로베리라떼의 경우 '강력한 단맛'으로 호불호가 있다. 또한 각 가맹점마다 맛이 상이할 수 있으니 절대적인 비교는 아니라는 점을 밝혀둔다.
소개한 브랜드 외에도 '하삼동커피', '어벤더치커피', '댄싱컵' 등 부산 프랜차이즈 커피는 많다. 부산 A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전국 저가 커피시장의 선두인 ‘메가커피’가 부산에서는 힘을 못 쓰는 이유도 향토 프랜차이즈의 힘”이라며 "젊은 임직원이 주축이 돼 브랜딩과 트렌드를 읽는 감각이 뛰어나다"고 했다.
부산 B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젊고 가벼운 조직의 장점으로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하고 공격적인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해외에서 유행하는 상품을 파악하기 위해 수시로 날아가서 마셔 보고 시장 분석을 하고 돌아올 정도로 거침이 없다”고 말했다.
우후죽순 프랜차이즈 카페, 3년을 못 넘긴다?
앞서 말한 동구의 한 골목, 프랜차이즈 가게들의 '전쟁 반경'은 100m 안쪽이다. 한 집 걸러 프랜차이즈 카페라는 말. C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부산 시내에서는 업체마다 내부적으로 정한 가맹점 간 이격거리를 준수하지만 거의 한계까지 매장이 확장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9년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커피전문점 현황 및 시장 여건 분석'에 따르면 창업 후 단기간에 폐업하는 매장이 많이 증가하면서 2018년 전체 폐업매장의 절반 이상은 영업 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폐업한다고 한다.
영업 기간이 3년 미만인 폐업 매장 수는 2013년 1924개에서 2018년 4574개로 약 2.4배 증가하였으며 2018년 기준 전체 폐업 매장의 52.6%는 영업기간이 3년 미만으로 조사됐다.
특히, 커피 프랜차이즈의 경우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매장 운영이 가능하고 음식점 등에 비해 영업이익률도 높아 신규 창업수요도 높아, 저가 브랜드로 중심으로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 프랜차이즈 점주는 "앞 카페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폐업하는 경우를 봤다"며 "코로나로 매출도 점점 줄고 있어 우리 가게도 언제 문 닫게 될지 두렵다"고 말한다.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원두 가격이 급상승한 데다 각 매장의 품질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인력이 한계 수준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커피협회 이호상 이사는 “저가 커피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부산의 프랜차이즈는 가격 대비 훌륭한 커피 맛으로 그동안 좋은 결과를 냈지만 ‘스타벅스’ 등 고가 시장의 가격 상승 릴레이가 이어지면서 '내년부터는 가격을 놓고 눈치 게임이 시작될 전망”이라며 “한참 달려온 부산 커피 업계도 내년부터는 확장보단 내실을 다질 타이밍이 왔다”고 조언한다.
2022-02-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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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드라이브] '4000원의 행복'…MZ세대가 사랑한 '아날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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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는 곳이 있다. 가맹점은 자꾸만 늘어가고, 어떤 곳은 매서운 한파에도 밖에서 대기할 정도로 인기를 끄는 곳. 무엇을 파는 ‘맛집’인고 하니, MZ세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인생샷(인생에 길이 남을 만큼 잘 나온 사진)’ 맛집, 무인 셀프 사진 부스다.
사진사 없이 리모컨으로 셀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들과는 또 다르다. 무인 셀프 사진 부스 점포들은 사진을 찍고 즉석에서 인화할 수 있는 기계를 여러 대 배치해 놓는다. 별도의 예약도 필요 없고, 상주 인력도 없어 내킬 때 언제나 들러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보통 4컷·6컷의 사진을 받아볼 수 있다. ‘인생네컷’, ‘포토 시그니처’, ‘포토이즘’, ‘하루필름’ 등과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부산에서도 주요 번화가를 중심으로 포토 박스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부산 서면 권역(부전동·전포동)에는 7개 브랜드 15곳의 점포가 운영 중이다. 부산 전역으로 확대하면 서면, 남포동, 경성대, 광안리 일대에 총 38곳 이상의 점포가 있다.
대부분 브랜드는 4000~5000원 가격에 1+1으로 사진 2장을 제공한다. 추가 금액을 내면 짝수 단위로 여러 장 뽑을 수도 있다. 초기에는 한 줄에 사진 4장이 들어가 세로로 긴 형태였으나, 점차 종류가 다양해져 2x2형태의 4컷과 2x3형태의 6컷 사진도 선택할 수 있다. 기기에 따라 4장만 찍는 것도 있고, 여러 장을 찍어 4장 또는 6장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브랜드 별로 현금만 가능한 곳도 있으며, 점주에게 계좌이체를 한 뒤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최근에는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매장도 늘어나고 있다.
매장에는 선글라스와 인형, 모자 등 다양한 소품이 놓여 있다. 외모를 단장할 수 있도록 거울과 빗, 헤어 스타일러를 갖춘 매장도 있다. 사진 부스 외에도 인테리어 소품과 네온사인, 거울 등으로 포토존을 꾸며놓기도 한다. 벽에는 이용자들이 남는 사진을 붙여놓을 수 있는 공간을 꾸며놓은 곳들도 있다.
■ ‘뉴트로(새로운 복고)’의 부활
무인 셀프 포토 부스가 유행하기 전, 2000년대에는 ‘스티커 사진’이 유행했다. 오늘 날 포토 부스처럼 점포에 스티커 사진 기계를 넣어 두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뽀샤시’한 사진 필터에 얼굴의 반은 가린 포즈. 사진을 찍은 뒤엔 글을 쓰거나 꾸미기도 할 수 있었다.
사람 수 만큼 사진이 나오는 오늘날 ‘4컷 사진’과 달리, 스티커 인화지에 크기가 다양한 사진 1장이 나온다. 나온 사진을 가위로 잘라 함께 찍은 친구와 나눠 갖곤 했다. 스티커다 보니 휴대폰이나 교과서, 편지 등에 붙일 수 있었다.
2000년대를 휩쓸었던 스티커 사진은 2010년 중반 이후로 점점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특정 브랜드의 4컷 사진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포토부스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레트로(복고)를 넘어선 뉴트로(새로운 복고)의 부활이다.
4컷 사진은 스티커로 붙일 수 없다 보니 스마트폰 케이스나 지갑 등에 넣거나 다이어리 등에 테이프로 붙여 보관한다. 4컷‧6컷 사진에 익숙한 인구가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4컷 사진을 보관할 수 있는 앨범도 아이디어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MZ세대에게는 만나면 4컷 사진을 찍는 코스가 일상이 됐다. 평소 친구들과 무인 셀프 포토 부스에서 사진을 즐겨 찍는 이다혜(23) 씨는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밥 먹고 카페 가듯, 사진 찍는 코스가 당연한 코스가 됐다”라면서 “실물 사진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하고, QR코드를 찍으면 영상까지 받아볼 수 있어서 더 추억에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컷 사진이 카메라나 영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한 MZ 세대들에게는 새로운 놀이 문화라고 분석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최지혜 연구위원은 “‘MZ세대’라고 부르는 이 세대는 일상적으로 사진을 찍고 사진과 영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한 세대”라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여행도 못 가고 놀 거리가 많이 없다 보니, 만남의 시간을 사진으로 기념하는 것이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특히나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다 보니 아날로그 실물 사진을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도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짝 유행’에 그칠 우려도
무인 셀프 포토 부스가 인기를 끌면서 브랜드도 다양해지고 있다. 각 브랜드들은 가맹점 수를 늘려 영향력을 키우는 데 열을 올린다.
4컷 사진 브랜드 중 가장 잘 알려진 A 업체는 “디지털 시대 인간적 감성의 부활을 이끌었다”고 브랜드를 소개하며, “실패할 수 없는 사업비전과 투자에 대한 안정성을 보장하는 비즈니스 시스템”이라며 가맹 홍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가맹점 수를 폭발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는 B 업체는 이 업종이 ‘코로나에도 매출이 증가하는 아이템’이라고 홍보한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만큼 인건비도 들지 않고, 24시간 운영 가능하며, 운영비 대비 수익은 극대화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다. 이 브랜드는 무료 상권분석과 맞춤형 창업 솔루션도 제공한다는 점을 앞세워 가맹점주 모집에 나서고 있다. 신생 브랜드들도 기존 브랜드들과의 차별점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아이템이 ‘반짝 유행’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브랜드별로 가맹점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면서 이미 과경쟁 상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산 서면에서 포토 부스를 운영하는 50대 박 모 씨는 “지금은 손님이 많지만, 또 인기를 끄는 신생 브랜드가 생기면 쏠림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인형뽑기방도 우후죽순 생겼다가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 듯, 2~3년 뒤에는 아이템을 바꿔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창업 전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부산대 경영학과 김영희 교수는 “인건비가 들지 않고 기계만 들이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좋은 위치를 선점해야 하고 타 업체와 차별점이 분명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면서 “특히나 타겟 층인 MZ세대는 유행에 민감하지만 쉽게 싫증을 느끼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트렌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맹점의 경우 유연한 대처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2-02-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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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드라이브]'부산의 명물' 물떡의 원래 이름은 물떡이 아니다
*'B:드라이브'는 온갖 궁금증과 이슈를 다루는 <부산일보>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 저장소입니다. 이 기사는에서 인터랙티브 스토리로 볼 수 있습니다.
"떡 하나요."
날이 차가워지면 부산 길거리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떡 하나 달라고? 떡볶이 1인분이라는 뜻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손이 어묵이 익고 있는 쪽으로 가는 걸 본다면 순간 의문이 들 것이다. 게다가 긴 꼬치를 잡는다. 꼬치 끝에 당연히 있어야 할 어묵은 없고 대신 말랑말랑한 가래떡이 있다. 물떡은 떡오뎅, 떡꼬치 등으로 불리며 부산·경남 지역을 벗어나면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음식이다.
■물떡은 무슨 맛인가
부산 중구 남포동 포장마차들이 즐비한 거리. 부산에서 인기가 많은 씨앗 호떡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지만 물떡에 대한 관심도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처음보는 음식에 대한 두려움은 늘 있는 법.
가래떡을 어묵 국물에 푹 끓인 맛은 딱 상상이 안 된다. 대구에서 부산으로 여행 온 김종걸(40) 씨는 "부산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어묵은 확실히 맛있는데 옆에 있는 물떡은 사실 먹기가 걱정이 된다"며 "그냥 물에 불은 떡 맛이 아닐까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떡을 한 번 맛본 이들은 그 '감칠맛(감칠맛이라 쓰지만 사실 짭조름함)'에 매료된다고 한다. 물컹거리는 식감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물컹보다는 쫄깃에 가깝다.
부산 동구 수정동의 분식점에서는 "어묵 5개가 나가면 물떡은 2개 정도가 나간다"며 "특히 남성보다 여성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물떡과 어묵은 보통 700~1000원을 받는데 원재료 가격은 가래떡이 더 비싸다.
■부산 어묵의 숨은 맛 비결은 물떡
'이상하게 부산에서 먹는 어묵은 더 맛있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묵은 기본적으로 추워야 더 맛있는데 따뜻한 부산에서 어묵이 더 맛이 있을 리가 없다. 음식문화 칼럼니스트 최원준 시인은 "비밀은 국물에 있다"고 설명한다.
물떡은 어묵과 같은 육수에 오랜시간 끓인다. 잔잔한 불에 오래 끓이다 보니 안에 육수가 잘 배이고 반대로 떡에 있는 성분들이 밖으로 나온다. 그래서 색깔이 어묵만 조리했을 때에 비해 탁하다.
하지만 그 맛이 감칠맛의 비밀이기도 하다. 최원준 시인은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끓일 때 쌀뜨물로 요리를 하면 더 구수하고 맛이 있지 않나"며 "물떡에 육수가 배어 맛있게도 되지만 물떡 때문에 어묵 국물이 더 맛있어지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물떡은 간장? 떡볶이 소스?
부산 물떡을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대중적인 것은 사실 그냥 먹는 것이다. 이미 육수가 촉촉이 배여 있기에 충분히 맛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오래 육수에서 데워져 약간 흐물흐물한 상태인 경우가 더 맛있다.
간장을 찍어먹는 이들도 많다. 어묵 국물이 배여있는 만큼 기본적으로 조합이 좋다. 물떡이 심심하다 싶은 이들은 간장에 있는 청양고추를 곁들여 먹기도 한다. 남포동 먹자골목 상인들은 물떡과 함께 부평동 일대 명물인 오징어무침과의 궁합을 강조하며 물떡을 시도해볼 것으로 권유하기도 한다. 초장 느낌이랑 섞이는 물떡의 맛도 나쁘진 않다.
떡볶이 소스도 좋은 궁합이다. 아예 떡볶이를 달라고 하면 물떡을 잘라서 주는 경우도 있다. 부평동 사거리분식 관계자는 "그냥 떡볶이보다 물떡을 사용하면 양념이 묻어있지 않아도 특유의 맛이 살아있어 한 입 베어먹고 다시 양념을 찍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물떡의 원래 이름은 '떡'
물떡이 언제부터 시작됐다는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주변의 기억을 되짚어보면 1960년대에도 이미 물떡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부산에서만 물떡이 널리 퍼진 배경에는 어묵이 흔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원준 시인은 "부산은 수산업이 발달해 어묵이 흔한 편이라 간식으로 때로는 식사 대용으로 어묵을 많이 먹었을 거로 보인다"며 "'곡기'를 중시여기던 사람들이 어묵만으로는 허전해 떡으로 대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물떡이라는 이름도 없었다.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부평시장 상인들의 말을 정리하면 관광객들이 오면서 떡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어려워 물떡, 떡꼬치, 떡오뎅 등의 이름으로 불려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어르신들은 "떡 하나 묵고 가라"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 원래 이름은 그냥 '떡'이었던 셈이다.
가게에서도 물떡은 아예 메뉴가 없다. 그냥 어묵이랑 같다. 20년 이상 영업을 했다는 남포동 먹자골목 상인은 "원래 오뎅이랑 물떡은 같은 개념으로 메뉴에 안 뒀다"고 말했다.
■부산의 특색이 있어 더 좋다
부산 어묵은 이미 전국적인 네임 밸류를 가지고 있다. 반면 단짝 음식인 물떡은 함께 진출하지 못하고 경상도에만 남아있다. 이는 아마 부산 어묵을 생산하던 업체들이 대기업화, 베이커리화의 과정을 통해 전국구화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떡을 감싼 어묵도 있지만 물떡만큼의 역할을 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뜨끈한 어묵과 쫄깃한 떡의 조합은 좋은 간식거리이자 관광객에게는 좋은 도전거리다. 물떡을 설명하면 '어묵 국물에 퉁퉁 불린 떡이라니'라고 대답이 먼저 나올 정도로 도전적인 음식이다. 게다가 부산, 경남 일대가 아니고는 먹을 기회도 없고 값도 싸니 언제든지 포기해도 된다. 최원준 시인은 "물떡은 부산에서만 맛볼 수 있기에 재미있는 음식이자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2-02-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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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드라이브] 기장 신평소공원 백악기 시간 여행
*‘B:드라이브’는 온갖 궁금증과 이슈를 다루는 <부산일보>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 저장소입니다. 이 기사는 (https://url.kr/oan5ue)에서 인터랙티브 스토리로 볼 수 있습니다.
실물을 본 사람은 없다. 그래도 꾸준히 사랑받는 동물이 있다. 온순하게 풀을 뜯거나 포악하게 활보하는 대형 생명체. 수많은 어린이가 열광하고 다 큰 어른까지 호기심을 보이곤 한다.
공룡은 사라졌지만 익숙한 존재다. 만화 속 단골 주인공이며 영화 ‘쥬라기 공원’은 여전히 명작으로 꼽힌다. 인형이나 캐릭터 상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백악기 말기에 멸종한 게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인류가 공룡의 모습을 추정하는 방법은 단 하나. 발자국이나 뼈 화석 등을 기반으로 생김새와 움직임을 유추한다. 최소 수천만 년간 퇴적층에 보존된 흔적을 통해 간접적인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특히 한반도는 백악기 공룡 흔적이 속속 드러난 땅이다. 1972년 경남 하동군 해안에서 공룡알 화석이 처음 발견됐다. 뒤이어 전남과 경남 일대에서 공룡 발자국, 뼈, 알 화석 등이 연이어 보고된 상태다.
■부산 해안에 드러난 공룡 발자취
백악기 공룡은 부산에도 여러 흔적을 남겼다. 2020년에도 기장군 일광면 신평소공원 일대에 발자국 화석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태종대와 백양산 등에 이어 기장군 해안가에도 그 증거가 드러난 셈이다.
신평소공원 공룡 발자국은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백인성 교수 연구팀이 처음 찾아냈다. 당시 대학원생 박정규 씨가 공룡이 걸어 다닌 흔적인 ‘보행렬’을 갯바위에서 발견했다.
백인성 교수 연구팀은 이듬해인 2021년 5~9월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 기초학술조사’를 진행했다. 중생대 백악기 후기 퇴적층에서 화석 산지가 발견된 만큼 지질 유산적 특성과 가치를 연구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조사를 총괄한 백 교수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위원장을 역임했고, 1999년 경남 하동군에서 초식공룡으로 추정되는 ‘부경고사우루스’ 화석을 발견하기도 했다.
■두 발과 네 발 공룡 흔적
연구 결과 신평소공원 일대에는 다양한 공룡 발자국이 있었다. 목이 길고 네 발로 걷는 ‘용각류’와 두 발로 걷는 ‘조각류’ 공룡까지. 추정되는 지층 나이는 대략 9000만 년 정도. 백악기 공룡 흔적이 남았다는 뜻이지만, 정확한 종류는 알기 어려운 상태다.
다만 발자국 모양과 위치 등으로 용각류와 조각류 구별은 가능했다. 이달 중순 현장에 동행한 백 교수는 “네 발로 걷는 용각류 보행렬은 앞발이 약간 반달 모양인 데다 뒷발보다 작다”며 “크고 둥그렇게 움푹 들어간 발자국도 용각류가 남긴 흔적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룡 보행렬이 불룩 튀어나온 이유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발자국이 찍힌 부분에 다른 성분이 채워지는 캐스트(cast) 상태가 된 것”이라며 “물이 들어왔다가 건조해지면 퇴적이 되는 원리”라고 밝혔다. 백 교수는 이어 “경남 고성에는 침식에 의해 발자국이 찍힌 면이 드러난 곳도 있다”며 “교육이나 야외 전시를 위해 발자국 한족 정도는 퇴적층을 인위적으로 걷어내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변에 찍힌 조각류 발자국은 상대적으로 모양이 뚜렷한 상태였다. 백 교수는 “두 발로 걷는 조각류 공룡 발자국은 발가락 3개가 구별될 정도로 선명하다”며 “신평소공원 일대 핵심 발자국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수각류 발자국까지 다양한 화석이 인근에서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함께 발견된 공룡 뼛조각
발자국과 함께 주목해야 할 부분도 있다. 조사 과정에서 공룡 뼈 화석도 발견된 점이다. 백 교수는 “공룡 뼈 화석은 파편 상태로 한 점만 발견됐다”면서도 “공룡 발자국 화석이 나타나는 퇴적층에 뼈 화석이 같이 나오는 경우는 국내에서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파편 상태인 공룡 뼈 화석은 길이 약 15cm, 두께 약 4cm 정도 규모다. 편광현미경에서 ‘망상골(cancellous bone)’ 조직이 관찰됐고, 뼈 화석이 산출된 돌과 대체로 같은 퇴적물이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룡 뼈가 화석으로 바뀌는 과정과 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연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다는 없었다”고 말하는 빨간 암석
백악기 공룡 흔적만으로 이곳을 다 설명하긴 어렵다. 갯바위에서 발견된 ‘빨간 암석’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세한 석영 결정으로 만들어진 돌은 중요한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빨간 암석은 방산충으로 만들어진 ‘처트(Chert·규질암)’다. 방산충은 플랑크톤의 일종인데 처트는 바다에 사는 미생물이 무수히 쌓여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딱딱한 성질을 가진 방산충이나 주조 등이 처트의 성분이 된다.
처트는 한반도 공룡 시대에 ‘동해(East Sea)’가 없었다는 점을 증명할 증거로 꼽힌다. 백 교수는 “현재 한국 땅에는 빨간 처트의 모체가 되는 암석이 없다”며 “방산충 화석을 함유한 처트는 근원지가 일본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늘에서 돌이 갑자기 떨어지진 않는다”며 “백악기에 우리나라와 일본이 육지로 연결됐다는 점을 뜻하는 암석”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부터 일본 기원의 방산충 처트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경북 영덕군과 청송군 등에서 발견됐는데 과거 지형 특성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암석으로 꼽힌다. 학계에서는 현재 이러한 처트를 쉽게 찾기는 어렵다고 본다.
■호수 물결과 식물 줄기 흔적
신평소공원 갯바위에는 물결 흔적도 곳곳에 남아있다. 당시 바다 대신 호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화석이다. 빨래판 같은 줄무늬 화석은 백악기 시대 강 하류 쪽 호수에서 잔물결이 치면서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물결무늬는 호숫가에 물이 차올랐다가 빠지거나 마르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남은 것으로 분석된다. 화석 주변에서는 공룡 발자국도 발견됐는데, 당시 공룡이 물을 마시기 위해 호숫가를 찾았을 가능성이 크다.
초식공룡이 먹이로 삼았을 식물의 흔적도 곳곳에 새겨져 있다. 당시 백악기에는 활엽수 대신 침엽수나 양치류 식물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 교수는 “전문가에게 자문한 결과 환경이 건조한 지대에서 물가에 살았던 식물로 추정되는 화석이 나왔다”고 말했다. 공룡 발자국 화석이 나온 퇴적암층에서 먹이가 된 식물 화석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또한 국내에서 드문 사례다.
■강소형 관광지로 활용 기대
신평소공원 일대 공룡 흔적은 비교적 뒤늦게 알려졌다. 공룡 발자국이 더 많이 발견된 지역도 있지만, 이곳 역시 현장 학습이나 지질 관광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진 상태다.
학계에서는 ‘강소형 관광지’로 거듭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공룡 발자국과 뼈, 새 발자국뿐만 아니라 식물이나 물결무늬 등 다양한 화석이 비교적 좁은 공간에 밀집해있기 때문이다. 지진으로 인한 변형을 증명하고 과거 지형도 알 수 있는 암석도 찾을 수 있다.
특히 도심에서 접근성이 높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백 교수는 “1~2시간 정도 시간을 투자하면 한반도 공룡 시대 당시 환경, 생태, 사건 등을 압축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며 “주변에 관광 인프라를 갖추고 전문적인 해설사가 안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은 지질 관광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장군청은 지난해 신평소공원 일대 연구 용역을 맡긴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안내판 두 곳 이상을 설치하기로 했다. 다만 관광 자원으로 삼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기장군청 문화관광과 문화재팀 관계자는 “올해에는 안내판 등 조형물 설치 예산만 반영이 됐다”며 “관광 자원으로 삼으려면 좀 더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정밀 학술 조사가 먼저 필요하다고 본다”며 “문화재 지정 추진 등은 아직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도 신평소공원 일대는 관광지나 교육 장소로 활용할 기반을 갖춘 곳이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백악기 시간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질 수 있지 않을까.
2022-01-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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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드라이브] '비틀스보다 비싼 아이유' 유행은 돌고, LP 가격도 돌고
*'B:드라이브'는 온갖 궁금증과 이슈를 다루는 <부산일보>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 저장소입니다. 이 기사는 에서 인터랙티브 스토리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자극적인 제목으로 '어그로'를 끈 점, 비틀스와 아이유 팬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
굳이 두 뮤지션을 끌어들여 제목으로 쓴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LP 시장을 대표하는 국내·외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미국 닐슨 뮤직에 따르면 2010~2019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LP는 1969년 비틀스의 '애비 로드'다. 컴 투게더(Come Together)·섬씽(Something) 등 히트곡이 담겼다. 55만 8000장이 팔렸는데 2019년에만 무려 26만 장이 나갔다.
2014년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는 LP로도 한정 판매되었다. '나의 옛날 이야기', '너의 의미' 등 명곡이 수록됐다. 출시가격은 '3만~4만 원'대. 그러나 2022년 기준, 프리미엄이 붙고 붙어 중고가는 무려 '300만 원'에 달한다. 이것마저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 그래서 기사의 제목을 정확히 말하면 '비틀스보다 비싼 아이유'라는 말은 '꽃갈피'의 가격에만 해당하는 말이다.
구시대의 유물이자, 뮤직박스에 DJ가 앉아있던 시절 볼 수 있었던 LP가 어떻게 다시 인기를 끌게 됐을까?
LP의 어떤 매력이 MZ 세대들의 마음을 훔쳐 지갑을 열게 했을까?
■ 부활한 LP? 요즘 LP는 '활황'
LP는 음반 규격의 일종으로 '장시간 음반'(Long Playing Record)이라는 말이다. 1948년 LP가 탄생한 이후 초기 축음기에 쓰이던 SP(Standard Playing Record)에 비해 훨씬 긴 재생 시간을 가지고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또 음반의 재질이 플라스틱(Vinyl)으로 제조되어 영어권에서는 '바이닐'로도 불린다.
최근 전 세계 음반 시장의 핫이슈는 'LP의 활황'이다. 2020년 상반기, 미국에서는 LP가 CD보다 많이 판매됐다. LP 판매량이 CD를 추월한 건 1986년 이후 34년 만의 일이다. 미국 음반 산업 협회 (Record Industry Association of Americ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LP의 판매량은 약 2억 3210만 달러로 같은 기간 CD 판매량은 약 1억 2990만 달러였다. 그해 미국에서 판매된 LP는 약 2750만 장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국내 음반 판매 사이트 예스24에 따르면 2018년부터 3년간 LP 판매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0년 LP 판매량이 2019년 대비 73.1% 증가했다.
■ 이문세에서 씨엘까지
LP의 인기에 힘입어 오래된(?) 가수들의 앨범이 LP로 다시 나오고, 아이돌도 LP 발매에 힘을 쏟는다.
1990년 가수 이문세의 베스트앨범 '골든베스트14'는 지난해 재발매한 뒤 큰 인기를 얻었다. 올 2월 가수 이상은의 5집 '언젠가는'과 6집 '공무도하가'와 이적의 1집 'Dead End' 등이 LP로 재발매될 예정이고, 봄여름가을겨울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 앨범 발매 20주년을 기념해 올 하반기 LP 발매를 계획 중이다.
또 아이돌 가수 씨엘도 자신의 첫 솔로 정규 앨범인 ‘ALPHA’를 내달 LP로도 발매한다.
이들 LP는 대부분 예약 판매로 당일 완판되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대학생 이정민 씨는 "CD보다 더 구하기 어려운 게 LP 음반"이라며 "발매 날을 기다려 '광클'하지만 못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갑자기 높아진 LP의 인기에 오래된 레코드점들도 다시 활력이 돌고 있다. 부산의 중앙동 명성레코드 주인 정도일 씨는 "30년 넘게 레코드점을 하고 있는데, 어린 친구들이 LP를 사러 오는게 신기하다"며 "김광석, 유재하 등 7080 세대가 좋아할 만한 가수의 음반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 MZ세대 저격한 오래된 LP
음악은 항상 우리 곁에 존재했다. 그러나 음악은 악기 또는 가수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경우를 제외하곤, 모두 별도의 저장매체에 저장된 음원을 듣는 형식이다. 1948년 LP가 발명된 이후 1970년대까진 턴테이블 위의 LP가 음악을 전달했다. 이후 '마이마이' 안 카세트테이프가, CD플레이어 속 CD, 그리고 mp3 파일, 현재는 디지털 스트리밍이라는 형식으로 음악은 존재한다.
디지털이 '네이티브' 상태인 MZ 세대에게 LP는 옛날 물건이 아니라 새로운 물건이다. MZ세대가 즐겨 찾는 카페와 음식점에는 어김없이 LP와 앨범재킷으로 장식되어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월 7900원 정도면 전 세계 모든 가수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를 살면서, 왜 그들은 LP를 선택한 걸까?
레코드점에서 만난 평범한 사회초년생 장영민 씨는 "LP 특유의 부드럽고 따뜻한 감성이 좋다"며 "주말에 좋아하는 LP를 틀어 놓고 휴식을 즐기는 게 요즘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또 "옛날 가수들의 옛날 음악은 왠지 LP로 들어야 '제대로' 듣는 방법같다"고 덧붙였다.
■ LP로 재테크를?
물론 MZ 세대는 음악을 '듣는' 용도로만 LP를 사지는 않는다. 스스로를 아이돌 덕후라고 칭하는 조민성 씨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굿즈' 개념으로 LP를 사서 모은다"며 "'최애'의 사진이 실린 재킷은 마치 화보집을 보는 듯한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특히 "대부분의 LP가 한정판으로 발매되다 보니 희소성이 높다"고 말했다.
단순히 '유행'을 쫒는 무리도 있다. LP를 유행하는 장식품으로 여긴다는 말이다. 명성레코드 정도일 사장은 "미적으로 뛰어난 앨범 재킷은 유명한 미술작품만큼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며 "가게를 찾는 사람들 중에서 턴테이블이 없는데도 LP를 사거나, 판 없이 앨범 재킷만 팔아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희소성이 높고, 유행하는 상품에는 '프리미엄'이 붙는다. 한정판 스니커즈 시장이 떠올랐듯, LP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 정가로 샀다 수십 배 웃돈을 얹어 되파는 '리셀러'도 많아지고 있다. 정도일 사장은 "판도 재테크가 된다"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개봉 후 몇몇 사람들이 퀸 앨범을 쓸어갔다"고 말했다. "그때 당시엔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리셀러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LP는 새롭게 생산되는 양이 거의 없다 보니 중고거래 시장이 어떤 상품들보다 활성화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MZ의 세대의 유입은 'LP 판테크'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 천정부지, 국내 가요 LP 가격
아이유의 '꽃갈피'는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00만 원에서 시작한다. 미개봉이나 '민트급'의 경우 호가는 300만 원이다. 물론 아이유의 앨범만 이런 가격은 아니다. 일부 희귀·초판 LP도 가격이 세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유독 '국내 가요' 가격만 뛰고 있다는 점이다. 17일 현재 가수 아델의 4집 '30'은 3만 3500원, 지난해 재발매 된 샘 스미스의 1집 'In The Lonely Hour'는 3만 7900원에 팔리고 있다.
정도일 사장은 "팝과 클래식은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며 "1, 2년 사이 국내 가요 LP 가격이 많이 올랐고 프리미엄이 붙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예스24에 따르면 2020년 가요 LP 판매량의 경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판매량이 262.4%나 급성장했다.
국내 가요 LP에 대한 '리셀'이 성행하자 LP로 음악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가수 이승환은 지난해 10월 발매한 LP ‘폴 투 플라이’ 한정판이 리셀러들에 의해 되팔이 되자 SNS를 통해 "(앨범을) 사지 마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보다 안정적인 LP 시장을 위해 한정 판매 방식이 아닌 선구매 등 수요를 미리 파악해 생산하는 방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 아날로그의 귀환
LP가 MZ세대에게 인기를 끌자 '아날로그 가치'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이런 경험 해본 적 없나? 음원 스트리밍 앱을 열어 터치 한 번으로 노래를 재생했다. 그러다 곧 "이 노래보다 더 좋은 노래 없을까?"라는 생각에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노래를 기웃거린다. 결국 한참을 고민하는 사이에 음악은 끝나버리고 무슨 노래를 들었는지, 가사는 어땠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던 경험.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영상이 있지만 정작 내가 보고 싶은 게 무엇인지 한참을 고민하게 만든다. 프로그램 목록만 넘겨보다 잠들기 일쑤다.
뭔가 빠진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날로드의 반격> 저자 데이비드 색스는 바로 그 빠진 부분, 디지털에서 잃어버린 그 무엇을 '아날로그'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즐거움'이다. 레코드점에서 빽빽이 꽂힌 LP를 한 장 한 장 꺼내보며 비교한다. 재킷 디자인, 녹음 연도, 프로듀싱, LP 상태 등을 비교한 후 집으로 가져온다. 포장을 뜯어 가사집, 화보 등 구성품을 감상한다. 턴테이블의 전원을 켜고 바늘을 정성스레 LP 위에 내려놓는다. 그전에 손과 입으로 LP판 위의 먼지들을 청소하기도 한다. 바늘이 LP의 표면을 긁으면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들리고, 곧 음악이 흐른다. MZ세대에게 LP의 성가시고 번거로움은, 곧 새로운 즐거움이다.
장영민 씨는 "LP를 사면 그 노래가 완전히 '내 것'이 되는 느낌이 든다"며 "생각날 때마다 꺼내 들을 수 있는, 나와 평생 함께하는 노래가 된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복제되고 공유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LP를 통해 내 취향을 저격하는 '내 가수'와 '내 음악'을 찾는 일은, 음악을 '소유'하는 기쁨을 준다는 말이다.
LP는 다시 부활했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 아이돌 굿즈의 한 종류로, 리셀을 통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이유는 많지만 어쨌든 MZ세대가 LP를 즐기는, 아날로그를 즐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2022-01-1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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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드라이브] 달이 밝으면 진짜 생선이 안 잡힐까?
*'B:드라이브'는 온갖 궁금증과 이슈를 다루는 <부산일보>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 저장소입니다.
매달 음력 14일. 보름이 가까워지면, 고등어·오징어잡이 배들이 일제히 육지로 뱃머리를 돌립니다. 불빛을 비춰 고기를 유인한 뒤 어업을 하는 방식인데, 보름에는 달이 밝아 고기들이 분산 된다는 믿음 때문이죠.
수백년, 어쩌면 수천년을 이어온 이 믿음 때문에 뱃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보름달이 뜨면 조업을 쉬어 왔습니다. 휘영청 밝은 달이 뜨는 음력 14일부터 19일까지, 이 시기를 '월명기(月明期)'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달이 밝은 시기를 말합니다.
월명기의 정확한 유래는 알려진 바 없습니다. 아주 오래 전, 보름 때면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 것을 경험한 어부들 사이에서 구전처럼 전해져왔을 거라 추측됩니다.
커다란 그물로 물고기를 둘러싸 잡는 대형선망은 한 번 출항 할 때 6척의 배가 한 선단을 이룹니다. 그물과 장비가 실려 있는 본선 1척, 불을 밝히는 등선 2척, 나머지 3척은 운반선입니다. 운반선은 평소에도 고기를 나르기 위해 항구에 종종 들어오지만, 본선과 등선은 25일동안 바다 위를 지키고 있는데요. 월명기에는 본선과 등선까지 한꺼번에 입항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조업을 쉬는 이 엿새가 선원들에겐 휴가 기간입니다. 이 기간을 이용해 그물을 정비하기도 하고, 배를 점검하는 등 밀린 작업을 하곤 합니다.
엿새 동안 고기를 잡지 않으니, 월명기 이후에는 고기 값이 약간 오르기도 합니다. 가장 영향을 받는 어종은 고등어와 오징어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수산물 유통정보(KAMIS)를 토대로 지난해 음력 10월 1일~28일까지 중품 고등어 가격을 분석해봤는데요. 음력 10월 1일에 10kg에 4만 5000원에서 보름인 15일에는 4만 7000원, 월명기 직후인 20일에는 5만 1000원, 그 이후인 25일에는 5만 3000원으로 가격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달빛이 조업에 영향을 미칠까요?
국립수산과학원과 부경대학교는 2005년 꽁치봉수망어업에 달빛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요. 예상과 달리, 오히려 월명기의 어획량이 '그믐기'에 비해 12.5% 높게 나타났습니다.
2018년에는 군산대학교와 국립수산과학원이 남서대서양 오징어채낚기어업에 달빛이 어획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는데요. 평균어획량은 그믐기가 월명기보다 7.6% 높게 나타나긴 했지만,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결국 달빛의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오징어가 어군을 형성하는 수심까지 달빛이 미치기 않기 때문에 달빛이 어획 수층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어획과 관계없는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이외에는 연구된 바가 거의 없습니다. 특히 달빛의 밝기와 고등어 어획량의 관계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된 바 없죠.
월명이라고 무조건 조업을 쉬는 것은 아닙니다. 설날 대목을 앞두고 1년에 한 번, '월명 조업'을 나갑니다. 하지만 1년에 한 번을 가지고 월명과의 상관 관계를 밝혀내긴 어렵겠죠.
월명 조업 때 어획량이 적거나 많다고 해서 이게 꼭 '달빛'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날씨나 수온 등 또 다른 변수 때문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달빛이 어획량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달빛이 밝다한들 등선에서 비추는 불만큼 밝지는 않다는 겁니다.
대형선망수산업협동조합 한 관계자는"문헌에도 나왔듯 월명 때 달이 밝은 건 집어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과거부터 노사 간 월명 기간에 조업을 쉬다보니 관습에 따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진정한 휴식의 의미에 더욱 가까워진 월명기. 밤하늘을 환히 밝히는 보름달을 보며 물고기도 쉬고, 선원들도 쉬어 가는 날이 되었습니다.
※이 기사는 아래 링크를 통해 <부산일보> 인터랙티브 스토리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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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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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드라이브]선수 이적이 유니폼 가격에 미치는 영향(feat.손아섭)
프랜차이즈 스타가 떠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특히나 그 선수를 열렬하게 응원했던 이라면 그 상실감은 더할 나위 없다.
2007년부터 롯데자이언츠에서 활약하던 손아섭이 NC 다이노스로 지난달 24일 떠났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면 악몽이었던 셈. 이를 기점으로 손아섭 굿즈가 중고 매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1000만 원이 400만 원으로
가장 이슈가 됐던 중고매물 판매자는 아이디 '31f****'를 사용하는 이용자다. 31번 숫자는 손아섭의 등 번호이기도 하다. 그는 유니폼 90벌, 2000안타 기념 미니배트, 여러 기록 기념구, 사인볼 다수, 기념 티셔츠 다수, 롯데와 국대 등 관련 모자 20개 이상, 응원 타올 다수, 기타 굿즈들을 판매하며 "유니폼 값만 1벌당 11만 원을 잡아도 약 1000만 원 입니다. 마킹 비용까지 생각하면 유니폼 값만 저 가격을 훨씬 뛰어넘는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러 굿즈까지 포함한 가격을 생각하면 절반 이하 가격인 셈.
시간이 지나가며 가격 하락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처음 올라온 한 손아섭 친필 유니폼은 10만 원에서 해를 넘긴 1월 3일 5만 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이 팬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서 빨리 처분하고 싶다"며 가격 하락의 이유도 밝혔다.
다른 팬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네고(가격 협상) 가능'하다고 판매 방침을 정했다. 협상이지만 사실상 더 헐값으로도 처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제 추가 생산은 없다
손아섭은 롯데를 떠났지만 여전히 이를 구매하거나 소장하는 이들도 있다. 손아섭이 다시 롯데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입을 일이 있을지 없을지 미지수다. 이는 더 이상 손아섭의 31번이 찍힌 유니폼 생산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생산이 없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희귀 아이템'이 될 확률이 높다.
일부에서는 손아섭의 '레전드' 등극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레전드가 될 경우 오래된 유니폼은 구하기가 어렵기에 가격은 오른다. 손아섭은 2021시즌까지 통산 2077개의 안타를 쳤다. 1988년생인 손아섭은 이미 은퇴한 박용택의 2504 안타가 개인 최고 안타 기록을 넘을 수도 있다. 심지어 올해 향후 7년간 연평균 132안타를 치면 전무후무한 통산 3000안타도 가능하다. 누가 봐도 '레전드'의 조건을 갖추게 된다.
박철순(OB 베어스)의 경우 당시 사인볼만 5만~10만 원 사이를 오간다. 보통 사인볼보다 최소 5배 이상 비싼 가격. 박철순뿐만 아니라 이승엽(삼성 라이온즈)도 4만 원 전후로 책정되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근마켓에서는 홍대갈(홍성흔 이대호 가르시아 클린업 트리오)+강민호의 2008년 사인볼이 고가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미 가르시아와 강민호는 롯데를 떠났지만 2008년 제리 로이스터 시절 재미있는 야구를 했던 추억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만 깔 수 있다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프랜차이즈가 떠나는 것은 아쉽다. 많은 팬들도 손아섭을 잡고 못 잡고의 문제가 아니라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15년간 특유의 파이팅으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기에 더욱 그렇다.
롯데 팬의 특징이 있다. '까도 내가 깐다'다. 다른 팬들이 롯데 선수의 플레이 등을 비난하면 '욱'하기도 한다. 그만큼 애정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손아섭은 누가까도막아줄 수 없는 선수가 됐다.
한 팬은 "기왕 간 거 롯데전만 빼고는 잘했으면 좋겠다"며 "롯데 팬은 항상 투지넘치는 선수들을 좋아하는데 나중에 코치로라도 돌아오면 좋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내가 좋아해서 열심히 응원한 선수였지만 이제는 더 응원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내가 왜 부산에 태어나서 이 팀을 응원하고 있는지 아쉬울 따름입니다." 1000만 원이 넘게 유니폼을 사 모았던 팬이 남긴 글이다. 올 시즌에는 그 아쉬움이 사라지길...
※이 기사는 아래 링크를 통해 <부산일보> 인터랙티브 스토리로 보실 수 있습니다.
2022-01-05 [0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