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드라이브] '4000원의 행복'…MZ세대가 사랑한 '아날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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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는 곳이 있다. 가맹점은 자꾸만 늘어가고, 어떤 곳은 매서운 한파에도 밖에서 대기할 정도로 인기를 끄는 곳. 무엇을 파는 ‘맛집’인고 하니, MZ세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인생샷(인생에 길이 남을 만큼 잘 나온 사진)’ 맛집, 무인 셀프 사진 부스다.
사진사 없이 리모컨으로 셀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들과는 또 다르다. 무인 셀프 사진 부스 점포들은 사진을 찍고 즉석에서 인화할 수 있는 기계를 여러 대 배치해 놓는다. 별도의 예약도 필요 없고, 상주 인력도 없어 내킬 때 언제나 들러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보통 4컷·6컷의 사진을 받아볼 수 있다. ‘인생네컷’, ‘포토 시그니처’, ‘포토이즘’, ‘하루필름’ 등과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부산에서도 주요 번화가를 중심으로 포토 박스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부산 서면 권역(부전동·전포동)에는 7개 브랜드 15곳의 점포가 운영 중이다. 부산 전역으로 확대하면 서면, 남포동, 경성대, 광안리 일대에 총 38곳 이상의 점포가 있다.
대부분 브랜드는 4000~5000원 가격에 1+1으로 사진 2장을 제공한다. 추가 금액을 내면 짝수 단위로 여러 장 뽑을 수도 있다. 초기에는 한 줄에 사진 4장이 들어가 세로로 긴 형태였으나, 점차 종류가 다양해져 2x2형태의 4컷과 2x3형태의 6컷 사진도 선택할 수 있다. 기기에 따라 4장만 찍는 것도 있고, 여러 장을 찍어 4장 또는 6장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브랜드 별로 현금만 가능한 곳도 있으며, 점주에게 계좌이체를 한 뒤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최근에는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매장도 늘어나고 있다.
매장에는 선글라스와 인형, 모자 등 다양한 소품이 놓여 있다. 외모를 단장할 수 있도록 거울과 빗, 헤어 스타일러를 갖춘 매장도 있다. 사진 부스 외에도 인테리어 소품과 네온사인, 거울 등으로 포토존을 꾸며놓기도 한다. 벽에는 이용자들이 남는 사진을 붙여놓을 수 있는 공간을 꾸며놓은 곳들도 있다.
■ ‘뉴트로(새로운 복고)’의 부활
무인 셀프 포토 부스가 유행하기 전, 2000년대에는 ‘스티커 사진’이 유행했다. 오늘 날 포토 부스처럼 점포에 스티커 사진 기계를 넣어 두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뽀샤시’한 사진 필터에 얼굴의 반은 가린 포즈. 사진을 찍은 뒤엔 글을 쓰거나 꾸미기도 할 수 있었다.
사람 수 만큼 사진이 나오는 오늘날 ‘4컷 사진’과 달리, 스티커 인화지에 크기가 다양한 사진 1장이 나온다. 나온 사진을 가위로 잘라 함께 찍은 친구와 나눠 갖곤 했다. 스티커다 보니 휴대폰이나 교과서, 편지 등에 붙일 수 있었다.
2000년대를 휩쓸었던 스티커 사진은 2010년 중반 이후로 점점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특정 브랜드의 4컷 사진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포토부스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레트로(복고)를 넘어선 뉴트로(새로운 복고)의 부활이다.
4컷 사진은 스티커로 붙일 수 없다 보니 스마트폰 케이스나 지갑 등에 넣거나 다이어리 등에 테이프로 붙여 보관한다. 4컷‧6컷 사진에 익숙한 인구가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4컷 사진을 보관할 수 있는 앨범도 아이디어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MZ세대에게는 만나면 4컷 사진을 찍는 코스가 일상이 됐다. 평소 친구들과 무인 셀프 포토 부스에서 사진을 즐겨 찍는 이다혜(23) 씨는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밥 먹고 카페 가듯, 사진 찍는 코스가 당연한 코스가 됐다”라면서 “실물 사진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하고, QR코드를 찍으면 영상까지 받아볼 수 있어서 더 추억에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컷 사진이 카메라나 영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한 MZ 세대들에게는 새로운 놀이 문화라고 분석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최지혜 연구위원은 “‘MZ세대’라고 부르는 이 세대는 일상적으로 사진을 찍고 사진과 영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한 세대”라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여행도 못 가고 놀 거리가 많이 없다 보니, 만남의 시간을 사진으로 기념하는 것이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특히나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다 보니 아날로그 실물 사진을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도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짝 유행’에 그칠 우려도
무인 셀프 포토 부스가 인기를 끌면서 브랜드도 다양해지고 있다. 각 브랜드들은 가맹점 수를 늘려 영향력을 키우는 데 열을 올린다.
4컷 사진 브랜드 중 가장 잘 알려진 A 업체는 “디지털 시대 인간적 감성의 부활을 이끌었다”고 브랜드를 소개하며, “실패할 수 없는 사업비전과 투자에 대한 안정성을 보장하는 비즈니스 시스템”이라며 가맹 홍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가맹점 수를 폭발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는 B 업체는 이 업종이 ‘코로나에도 매출이 증가하는 아이템’이라고 홍보한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만큼 인건비도 들지 않고, 24시간 운영 가능하며, 운영비 대비 수익은 극대화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다. 이 브랜드는 무료 상권분석과 맞춤형 창업 솔루션도 제공한다는 점을 앞세워 가맹점주 모집에 나서고 있다. 신생 브랜드들도 기존 브랜드들과의 차별점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아이템이 ‘반짝 유행’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브랜드별로 가맹점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면서 이미 과경쟁 상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산 서면에서 포토 부스를 운영하는 50대 박 모 씨는 “지금은 손님이 많지만, 또 인기를 끄는 신생 브랜드가 생기면 쏠림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인형뽑기방도 우후죽순 생겼다가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 듯, 2~3년 뒤에는 아이템을 바꿔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창업 전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부산대 경영학과 김영희 교수는 “인건비가 들지 않고 기계만 들이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좋은 위치를 선점해야 하고 타 업체와 차별점이 분명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면서 “특히나 타겟 층인 MZ세대는 유행에 민감하지만 쉽게 싫증을 느끼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트렌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맹점의 경우 유연한 대처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