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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금은 ‘K-스마트 건설’ 저력 보여줄 때
지난 14일 국토교통부에서 가덕신공항에 대한 2029년 12월 개항 로드맵을 밝혔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가덕신공항 개항 시기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가덕신공항 개항은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에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된다. 다음 달 2~7일 국제박람회기구 실사단이 서울과 부산을 직접 방문해 월드엑스포 준비 상황을 점검한다. 정부가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의지를 밝히는 시점으로도 안성맞춤이 아닌가 싶다.
부·울·경 지역민과 국민들은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와 동남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가덕신공항에 거는 기대가 크다. 신공항 개항으로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것뿐만 아니라, 신공항이 부산신항만, 남부내륙고속철도 등과 연계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물류교통 해양도시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국토교통부가 2029년 12월 개항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조기 개항에 대해 일부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공항 건설 로드맵은 현지 여건, 부지 조성 기간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사안으로 의구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항공운항, 연약지반개량, 발파, 항만물류, 해상매립공사 등 60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과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눈 결과다.
안전운항, 부등침하, 조기개항 가능성, 환경문제 등 여러 쟁점도 많이 도출됐다. 국토교통부와 기본계획 용역사는 전문가 그룹의 이야기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덕신공항은 국가와 사회발전의 백년지대계이므로 전문가 자문 논의 과정에서 도출된 여러가지 의견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특히 조기 개항을 이유로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국토교통부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기본계획을 고시해야 한다. 항공안전 확보, 부등침하 저감과 같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도 많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로드맵을 어떻게 일궈나가야 할지, 한 번 지켜봐 주는 것이 어떨까? 아직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방식이고 가보지 않은 길이다. 미리 걱정하고 서둘러 못 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며 비난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대한민국 건설업계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성공 사례를 손으로 꼽자면 수없이 많다. 70~80년대 대한민국의 건설 기술자들은 중동 사막을 두려워하지 않고 위대한 과업을 성공시켰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비롯해, 사우디 주베일 항만공사, 말레이시아 페낭대교, 튀르키예 보스포러스 제3대교가 그렇다. 사막에 장미꽃을 피워낸 카타르 국립박물관이 있고, 21세기 피사의 사탑이라는 싱가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 있다. 세계 18번째로 건설된 남극 세종과학기지, 세계에서 제일 고층인 부르즈 할리파 빌딩도 한국 건설기업이 해냈다.
가덕신공항 건설에서 제기되는 부등침하 문제처럼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 선배들은 도전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대책을 강구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큰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가히 K-건설의 기술력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K-건설은 디지털, 인공지능, BIM, 로봇 등과 같은 4차산업혁명 기술을 보듬고 K-스마트 건설로 거듭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로드맵을 발표하는 브리핑에서 “2029년 12월 개항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대수심 퇴적지반 위에 건설되는 정말 쉽지 않은 프로젝트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저력은 어렵고 험난할 때 더욱 빛이 난다. 각 분야 전문가의 집단지성이 필요하다. 또한 국익이 걸려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온 국민이 힘을 모으고 따뜻하게 손을 보태야 할 것이다.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국내외 대규모 공항건설 경험이 많은 민간으로부터 안전한 신공항의 적기 개항을 위한 창의적인 제안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민·관을 가리지 않고 창의적인 제안을 적극 수용해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제 다시 한 번 ‘K-스마트 건설’의 저력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2023-03-2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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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에 파크골프장 증설해 주세요
‘3 대 23 대 36’.
이게 무슨 수치일까. 부산과 대구 경남 3개 시도의 18홀 이상 정규 파크골프장 갯수이다. 인구 343만 명에 달하는 부산에 파크골프장 수가 3개(142홀)인 반면, 인구 243만 명인 대구에는 23개(567홀), 인구 338만 명인 경남에는 36개(757홀)가 개장 중이다.
무슨 숫자놀음을 하려는 게 아니다.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파크골프 인구를 감안하면 부산 시민들만 홀대당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부산과 가까운 인구 112만 명의 울산에 파크골프장이 8개(171홀)이며, 심지어 인구 55만에 불과한 김해에도 3개(144홀)나 된다. 물론 파크골프장이 인구비례로 세워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산시가 시민들의 건강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아 습쓸할 따름이다.
혹자는 가까운 김해나 울산 양산 등으로 가서 즐기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내용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해당지역 주민이 아니면 아예 예약이 제한되고, 입장료를 2~3배 더 부담해야 한다.
최근 들어 파크골프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등록 회원 수가 2020년 4만 5476명에서 2021년 6만 4001명, 지난해 말 10만 6505명 등으로 2년 동안 230%나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부산 협회에 등록된 인원은 5658명이다.
그럼 각 지자체가 앞다퉈 파크골프장을 설치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골프장에 비해 좁은 공간에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페어웨이 거리는 50~150m 정도로 골프장에 비해 짧고 폭도 2m 이상 정도로 좁아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도 강변이나 산자락 등에 손쉽게 세울 수 있다.
최근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노인에게 ‘걷기’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는 게 의사들의 조언. 초창기엔 65세 이상 노인층에서 주로 파크골프장을 찾았다. 지금 여성의 경우 40대부터 파크골프를 즐기는 등 연령층이 점차 다양화해 지고 있다.
이처럼 파크골프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접근성과 비용이라 볼 수 있다. 우선 골프를 치려면 비용이 최소 20만 원은 잡아야 한다. 반면 파크골프는 대부분 무료이거나 3000~5000원의 소액만 내고 즐길 수 있다. 대부분 지차체가 시민 건강 차원에서 시유지 등에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내에서 즐길 수 있으니 접근성도 좋아 일석이조인 셈이다.
그런데 부산에는 18홀 이상 정규 파크골프장이 낙동강 고수부지에 설치된 삼락, 대저, 화명 등 3개소가 전부다. 그렇다 보니 해운대 수영 기장 등 동부산지역 주민들이 파크골프를 즐기려면 60~70km를 이동해야 한다.
해운대구파크골프협회장을 맡고 있는 필자가 알아본 바로는 부산 지역에도 파크골프장을 설치할 만한 곳이 적지 않다. 해운대 수목원과 수영강변(과거 반여동에 파크골프장을 운영하다 태풍으로 훼손된 후 방치), 건설안전시험사업소 주변, 부산시민공원, 하수종말처리장, 삼락‧대저‧화명 낙동강변생태공원지역(하천 친수지구로 일부 조정 필요), 태종대 공원, 황령산 배수지, 어린이대공원, 을숙도 등등.
파크골프는 일반 골프와는 달리 잔디 상태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잔디 배양을 위해 농약 비료 등을 살포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환경에 나쁜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 급격한 노령화 현상과 어르신 국가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할 때 노인은 물론 시민들의 건강 차원에서 파크골프에 대해 부산시가 보다 전향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최근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낙동강 유역의 22개 파크골프장을 운영 중인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6월 말까지 시설 복원을 요청했다. 시설 복원을 요청한 이유는 있겠지만, 정부기관에서 조차 파크골프를 홀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먼저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부산시에 파크골프장 설치를 위한 정책적 배려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아울러 정부도 파크골프라는 생활체육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관련 정부 부처, 환경단체, 대한파크골프협회 등이 머리를 맞대 ‘파크골프장 설치 기준’을 마련하는 등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을 입안해 줄 것을 요청한다.
2023-03-2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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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덕도 신공항에 거는 기대
2005년 1월 말 부산일보에 실린 글 한 편이 아직도 생생하다. '동북아허브에서 멀어지는 부산항'이라는 제목과 '한국의 최대 무역 관문은 더 이상 부산항이 아니다'는 부제가 달린 글이었다. 무슨 이유로 이런 내용의 글이 실려야만 했을까.
이유는 이랬다. 2004년도 부산항과 인천공항·항만 물동량을 비교했는데, 부산항이 금액 면에서 인천에 뒤진 것이다. 부산항 수출입 물동량이 1445억 달러였으나, 인천권은 1835억 달러로 390억 달러나 많았다. 여태껏 중량과 금액에서 한 번도 뒤진 적이 없어 부산항으로서는 자존심이 꺾이는 일이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근본 원인은 2000년대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서 찾을 수 있다. 수도권의 반도체, 무선 통신기기 등 소형 첨단제품이 항공화물로서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것이다. 더구나 이것은 항공화물이 해상화물을 추월한 첫 사례로서 허브 공항의 위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가덕도신공항이 본래 계획보다 5년 6개월 앞당겨 개항한다고 한다.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2030엑스포와 관련 지어서도 필요한 인프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 지역의 오랜 숙원이었기에 기대가 더 크다.
오늘날 대부분의 물류 중심 국가는 20km 이내에 허브 공항·항만을 갖추고 있다. 중국의 상하이항은 푸동공항, 홍콩항은 첵랍콕공항을 두고 있고, 이들 항만은 우리와 경쟁 관계다.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항도 창이공항, 유럽의 로테르담항은 스키폴공항, 중동의 두바이항은 두바이공항을 인근에 두고 있다. 항만과 공항을 연계한 Sea & Air 복합물류체계의 구축은 ‘글로벌 물류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되돌아 보면, 개항 이후 "부산은 조선의 관문이고, 인천은 서울의 관문이다"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이 말은 조선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대부분은 부산에서 첫발을 내디딘 후 인천항을 거쳐 서울로 향했음을 의미한다. 선박이 인적, 물적 운송 수단으로서 힘을 발휘하던 때 항만은 중요 거점이었다.
정부가 수립되고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부산항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끈 물류산업의 메카였다. 1980년대 들어서는 환태평양시대를 맞아 부산항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컨테이너항만으로서 기염을 토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가덕도에 신항 건설과 항만 스마트화에 박차를 가해, 오늘날 세계 2위의 동북아 대표적인 컨테이너화물 환적항으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부산항은 세월 따라 성장·발전을 거듭해왔지만, 오늘날 이 곳에 사는 지역민들의 생활은 그렇게 윤택하지 못한 것 같다. 최근에 발표한 2022년도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에서 부산은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뒤에서 두 번째였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서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미래가 밝지 않으면 더욱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그만큼 도시는 늙어가기 마련이다. 그동안 부산이 수도권 중심 정책에 희생돼 계속 쇠락의 길을 걸어온 결과이기도 하다.
앞으로 가덕신공항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 속에 부산에 희망과 활기가 넘치기를 기대한다. 항만과 조선 산업의 전성기를 뛰어 넘어 경남 진주·사천 지역의 항공우주산업단지와 연계돼 좀 더 새로운 첨단산업이 주변에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항공기 1대에는 부품이 약 400만 개가 들어간다고 하니, 어디 이들 항공기 부품회사가 내수에만 치중하겠는가. 항공정비(MRO) 산업도 눈여겨 볼 만한 분야이다. 어디 그뿐일까? 크루즈선의 모항이 되는 것도 그만큼 기대치가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른 시일 내에 지역민들의 염원을 담은 신공항 공사 착수 축포 소리가 들려오길 기대한다.
2023-03-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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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디지털 전환으로 도약하는 부산
최근 전 세계는 ‘챗GPT’로 대표되는 AI(인공지능) 기술패권 경쟁이 뜨겁다. ‘빙’(MS), ‘바드’(구글), ‘어니봇’(바이두)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생성형 AI 모델을 선보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서치GPT’,‘코GPT’를 올해 상반기에 출시한다고 한다. 현재 우리는 ‘디지털 혁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주하고 있으며 디지털이 곧 국가와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별 기술과 산업의 영역에서 고도화되어 온 ICT(정보통신기술) 기술은 전 산업과 융합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산업 체질을 바꾸며 도시와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한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역시 기관의 역할과 기능이 IT와 콘텐츠 산업 내 기업 육성에 한정되어왔지만 최근 5년 전부터 지원하는 업종 분야가 조선해양, 제조, 전자상거래, 건설, 헬스케어 등 매우 다양해졌다. 이제 업종의 경계를 넘어 디지털 도입은 필수 과제이며 디지털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음을 몸소 느끼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산업 현장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부산은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데다가 지역 전통기업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준비와 인식 수준이 아직 걸음마 단계로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도 사실상 어려운 현실이다. 부산의 산업 구조를 살펴보면 70% 이상이 서비스 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비스 산업의 주요 업종은 유통, 음식, 도매, 소매, 운송 등으로 다양한데, 그중 물류 산업의 경우 부산지역 물류 사업체 수만 3000여 개, 종사자수는 4만 명을 넘는다. 물류 산업은 단순노동 기반의 저부가가치의 산업 환경에 머물러 있지만,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면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하고 고부가가치의 스마트 물류 산업으로의 전환이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디지털 전환이 제일 더디었던 농산물 도매시장에 디지털을 도입한 부산 식자재 B2B 유통 플랫폼 기업 ‘푸드팡’은 도매시장과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식당 등을 디지털로 연결하고, 빅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적용했다. 농산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고량과 공급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주요 식자재의 시세를 실시간을 제공하면서 지난해 11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고 매출과 고객수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부산의 제조기업 성창사는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을 통해 생산량이 월 20% 증가하고, 공정 불량률이 50% 가까이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역 제조기업과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과의 매칭을 통한 성과로, 지역 IT 전문기업 역시 지역 전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전통기업과 IT기업이 서로 윈윈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이렇게 부산은 다양하고 역동성 넘치는 산업 생태계를 가진 도시인 만큼 다양한 기업들이 타 산업과 융합하면서 디지털 전환의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그 시너지 효과와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지난해부터 지역 기반의 제조, 물류 등 기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 세미나를 개최하여, 디지털 전환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도입을 하면 좋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경영 환경에 맞는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빠른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부산을 넓히는 디지털 융복합 확산기관’으로서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고자 한다. 디지털로 산업과 기술, 기업, 사람을 연결해주면서 없던 길을 새롭게 개척하고, 업종 간 장벽을 허물고 서로 달랐던 길들을 연결해 나가면서 그 속에서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기업이 새로운 디지털 세상을 경험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도시, 우리 부산의 미래를 고대한다.
2023-03-1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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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RCY 발상지 부산, 꿈과 희망을 심다
임시수도 부산! 그 당시 산야는 황폐하였고 사회는 온통 폐허와도 같았다. 재건을 위한 국민들의 어려운 고통 속에서 당시 서영훈 청소년국장(훗날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인솔 하에 청소년적십자(RCY) 간부 단원들이 1953년 4월 5일 식목일을 맞아 부산 서구 암남동 천마산에 1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이날이 청소년적십자(RCY)의 창립일이 되었다. RCY는 1953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서 탄생 되었다. 1917년 미국의 RCY가 탄생될 당시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미국적십자사 명예총재)가 특별 선언문을 발표하여 RCY의 첫 출발을 격려한 것과 같이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적십자사 명예총재 자격으로 우리나라 RCY의 조직을 재가한 것은 청소년적십자 운동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적십자사 뿐만 아니라 국가적, 사회적, 교육적 차원에서도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RCY 활동은 전쟁의 참화를 겪으면서 모든 것이 무너진 폐허 속에서 우리 사회가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임시수도 부산에서 행하여진 각종 봉사활동으로는 군 후송 환자복 만들기에 부산 시내 많은 여학교의 학생들이 땀을 흘려 봉사를 한 것이나, 민둥산을 찾아 나무 심기 봉사를 한 것이 초창기 RCY 조직에 크나큰 영향을 준 대표적인 활동이다. 또한 방학 기간 중 농어촌 봉사활동으로 낮에는 농사일, 저녁에는 농어민들에게 한글을 배우게 하여 문맹 퇴치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RCY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 호주, 캐나다 청소년들이 보내온 우정의 선물상자(각종 학용품 등)를 받아 취약 계층의 청소년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였으나, 지금 한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우정의 선물상자를 만들어 우크라이나 등 세계 곳곳의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RCY 창립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6월 3~4일 전국 RCY단원 1000여 명이 부산 서구 암남동 천마산에 기념비를 제막하고, RCY전국합동입단선서식을 가질 예정이다. 또한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태종대에 있는 'UN 의료 지원단 참전 기념비'에 추모활동을 진행하고 서면 롯데백화점 자리에 있는 '스웨덴 적십자병원 터', 대신동에 있는 '독일 적십자 병원 터' 유적지비를 탐방하는 등 1박 2일에 걸쳐 부산 전역에서 많은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최근 몇 년간 청소년단체 업무는 학교 외의 일이라 하여 RCY 지도교사가 되기를 기피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RCY 운동의 주축인 단원 수도 격감하였으며, 자연히 사회봉사 활동이 줄어들고 있다. 근년에 와서 청소년들은 휴대폰,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기와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개인주의로 흘러 단체생활의 협동심이 결여되고 사회봉사와 인도주의 인성이 부족하므로, RCY지도교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대학 입학 전형 시에 봉사활동의 가산 점수를 주는 것이 미래의 자산인 청소년들이 각종 봉사단체에서 많은 활동으로 사회의 등불이 되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160여 년 전 전쟁터에서 부상자를 차별 없이 도우려는 열망에서 탄생한 국제적십자운동은 현재 세계 192개국이 참여하는 범세계적인 인도주의 운동체로 성장하였고, RCY는 이러한 국제적십자운동을 이끄는 미래 동력이자 희망이다. RCY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학생에 이르는 과정에서 의로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여 그들이 배우며 자라나는 과정에서부터 배려와 봉사, 사랑의 높은 이념을 가지고 활동함으로써 그들 스스로의 장래를 준비하고 사회와 인류를 위하여 이바지하는 단체이다.
70년 전 폐허 위에 나무심기 활동으로 시작한 RCY는 나무만이 아니라 이 땅에 꿈과 희망을 심었다. RCY 창립 70주년을 맞이하여 그 발상지가 부산임을 상기하며 청소년적십자 활동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2023-03-1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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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본서기’ 임나 지명, 가야에 적용해선 안 된다
제국주의가 판치던 시기, 일본군 참모본부는 1882년 〈임나고고〉와 〈임나명고〉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야마토 왜의 식민지 임나를 가야와 동일시하면서 조선 침략의 근거로 삼았다. 〈일본서기〉에 의하면 임나는 숭신(崇神) 65년(기원전 33년) 이전부터 일본열도에 존재한 나라였다. 가야는 서기 42년에 건국되었으니 둘의 건국 연대는 75년 이상 차이가 난다. 임나와 가야는 건국 시기도 다르고 멸망 시기도 다르다. 2010년 한일역사공동연구회에서는 임나일본부를 포함한 한일간 공동역사에 관한 많은 논의가 있었고 공동연구보고서를 내놓았지만, 정작 임나를 가야와 동일하게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만약 광복 78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가야를 임나라고 주장하는 설이 혹시라도 우리 역사학계에 암묵적인 수용과 동의로 내재하고 있다면,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해방 후인 1949년 일본 식민사학자 스에마츠 야스카즈(末松保和)는 〈임나흥망사〉를 저술해 〈일본서기〉 임나 지명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조선 재침략의 논리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일본서기〉 신공여왕 원년(200)의 ‘삼한(고구려·백제·신라) 정벌 기사’를 정한론의 배경으로 삼았다. 신공여왕 49년(249) ‘임나 7국 정벌 기사’의 7국을 ‘비자발-창녕, 남가라-김해, 녹국-경산, 안라-함안, 다라-합천, 탁순-대구, 가라-고령’ 식으로 비정해 임나 지명을 가야에 심어 놓았다. 일본 우익 교과서도 가야 지역을 임나로 표현하면서 회복해야 할 역사의 땅으로 배우고 있다.
과연 임나 지명을 가야에 적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일본열도에서 찾아봐야 하는지 몇몇 지명을 살펴보자. 합천 다라리(다라곡촌)는 한글학회 〈한국지명총람〉에 따르면 마을이 달처럼 생겼다 하여 다라실, 다라동, 월곡으로 불렸고, 협소한 골짝 지역임을 알 수 있다. 규슈 사가현에 다라산, 다라촌이 있고, 야마구치현에도 다라마을, 다라강이 있는 등 일본열도에는 ‘다라’ 지명이 수십 개 있다.
함안은 어떠한가? 아라가야(아시량국, 아나가야)는 〈삼국사기〉에선 법흥왕(514~540) 때 멸망했고, 〈대동지지〉에선 법흥왕 24년(537) 이전에 멸망했다고 한다. 〈일본서기〉의 ‘안라’는 541년 이후에 나오는데 언제 망했는지 모른다. 현재 일본 교토 인근에 안라신사가 있고, 다른 지역에는 안라, 안라산, 안라성, 안라마을 등 안라와 관련된 지명이 있다. 남원은 어떠한가? 식민사학자 이마니시 류가 〈기문 반파고〉에서 남원의 옛 이름 ‘고룡’을 〈일본서기〉 ‘기문’과 음이 비슷하다 하여 기문을 마음대로 남원에 적용했다.
합천, 함안, 남원이 〈일본서기〉에 나오는 다라, 안라, 기문이라는 주장은 임나를 가야에 심으려는 식민사학자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일부 학자는 양직공도에 나오는 상사문(上巳汶)을 상기문(上己汶)으로 해석하고, 백제 22담로의 부용국이라는 기문과 다라를 한반도 잘못 비정하고 있다. 일본열도 오사카만에 담로도(淡路島)가 있는데, 차라리 이곳에서 기문과 다라를 찾아야 한다.
지금 뼈아픈 점은 우리 역사학계가 지난해, 합천을 〈일본서기〉 ‘다라국’으로, 남원을 〈일본서기〉 ‘기문국’으로 칭하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를 시도한 것이다. 이를 알고 ‘남원 시민연대’ ‘가야사바로잡기 전국연대’ 등 여러 시민단체는 강력히 항의했다. 문화재청은 2022년 4월 항의를 수용해 ‘다라국’을 ‘쌍책 지역 일대의 가야 정치체’로, ‘기문국’을 ‘운봉고원 일대의 가야 정치체’로 바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 보낸 바 있다.
〈일본서기〉는 기본적으로 일본열도에서 일어난 사건의 연대와 내용을 조작하고 부풀려 기록한 역사책이다. 고대 일본열도로 건너간 가야·고구려·백제·신라 세력의 활동 내용이 포함돼 있다. 우리 역사학계는 식민사학자의 논리에 의존하지 말고 일본열도에서 임나 지명을 찾고 복원해야 할 것이다.
2023-03-0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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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방소멸 대응기금, 청년기본법으로 ‘빌드 업’해야
‘빌드 업(Build up)’은 최종적인 결과를 위해 단계를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뜻으로 여러 분야에서 필요한 가치이다. 과업의 규모가 클수록, 기간이 장기적일수록 빌드 업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현재 정부에서 시행 중인 인구감소 위기 대응정책, 특히 지방소멸 대응기금 운용에 빌드 업이 필요하다. 2023년 대한민국은 30년 이내 전국 시·군·구 중 84곳(37%)이 소멸 수준의 인구감소 중이라는 진단을 받고 있다. 특히 부산광역시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K지방소멸지수’에 따르면 부산 내 16개 구군 중 절반이 소멸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위기지역에 대한 인구증가 대책 마련을 위해 국회는 지난해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정부는 지역 주도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하여 매년 1조 원씩 10년 간 예산 투자 계획을 세운 것이다. 총 10조 원 규모의 거대 예산 정책 대상지로 부산은 서구, 동구, 영도구가 선정됐다.
하지만 해당 기금이 본래의 취지였던 인구 증가가 아닌 다른 사업에 투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감소 위기 대응정책의 핵심은 당연히 인구증가를 유도하는 것이다. 인구증가 유도를 위해서는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인구를 줄이고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 지난 20년간 159만 명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입한 연령층, 생물학적으로 출산 적정기의 연령층을 우리는 청년이라 부른다. 따라서 인구감소 위기 대응정책, 특히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청년 계층의 권익 증진에 초점을 맞추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청년 계층 지원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해당 기금의 정부 정책지침에서도,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예산 사업 내용에서도 청년이라는 단어를 찾기 힘들다. 특히 부산에서 2023년까지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추진되는 사업에는, 전체 378억 원의 예산 중 청년인구를 위한 직접적인 사업에 배정된 예산이 0.16%로 60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인구증가를 위한 정책임에도 인구증가와 직결되는 청년 계층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 해 아이러니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 지방소멸대응기금의 바람직한 운용 방향은 ‘청년기본법’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로 제정된 지 3년 된 이 법률은 청년의 권리와 책무를 보장함과 동시에 각종 지원 사항을 담고 있어 청년지원의 가이드라인이자 플랫폼으로 비유된다. 여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할 청년의 권익증진 시책 사항이 명시돼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새로운 몫의 지자체 예산임과 동시에 그동안 추진하기 어려웠던 청년 시책 사항도 추진 할 수 있는 단비 같은 예산이다. 요컨대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운용에 있어 청년기본법에 입각한 사업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10년간 10조 원 규모로 집행될 지방소멸대응기금이라는 소중한 예산이 청년기본법의 적극적 시행으로 빌드 업되어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2023-03-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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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디 프로필 찍다가 섭식장애 올 수도
283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가수 김종국의 유튜브 채널 ‘짐종국’, 최고의 피지컬을 자랑하는 100인의 도전자가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대결하는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100’, 일반인이 등장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 각종 OTT와 SNS에서 아름답고 건강한 몸매에 대한 일반인들의 환상과 욕구를 자극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연예인은 아니지만 SNS를 통해 대중적 인기와 유행을 선도하는 인플루언서가 증가하면서 그들의 보디 프로필과 식단 등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보디 프로필이라고 하면 전문 트레이너나 연예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MZ 세대 위주로 젊을 때 아름다운 몸매를 기록하고자 하는 욕구와 SNS 파급력이 더해져 보디 프로필 열풍이 불고 있다. 문제는 전문 트레이너와 연예인의 경우 평소 몸매를 관리하는 직업이므로 전문적인 관리를 오랫동안 받으면서 촬영을 하지만 일반인의 경우는 짧은 기간에 무리해서 보디 프로필용 몸매를 가꾸려다 보니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이다.
사진의 경우 우리 눈으로 보는 것보다 몸이 더 크게 보인다. 따라서 촬영을 위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서는 칼로리 제한을 위한 초절식을 하거나 체지방률을 낮추기 위해 지방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는 등 영양 균형이 맞지 않는 식사를 할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이런 식단을 유지하며 수시로 자신의 몸매를 보디 프로필에 성공한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등 강박이 발생할 경우에는 섭식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섭식장애란 정신적 문제로 음식 섭취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먹는 것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 폭식과 섭취 음식물 제거 행동을 반복하는 신경성 폭식증, 조절 불가한 폭식 후 죄책감에 빠지는 폭식장애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체중 변화에 극도로 민감해하며 마른 몸매만을 추구해 건강에 해로울 정도로 음식을 제한하다가 자제력을 잃고 폭식한 뒤에는 자신에 대해 환멸을 느끼며 한 번의 폭식으로 모든 것을 망쳤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등 기분이 엉망이 되기도 한다. 폭식한 후에는 억지로 구토를 하거나 설사제 복용 등 강제로 음식을 제거하려고 집착한다. 또한 자신에게 주는 벌이라는 생각으로 무리하게 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섭식장애는 본인 신체에 맞는 정상 체중 유지를 거부하는 경우, 표준 체중 또는 저체중임에도 비만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경우, 본인의 신체나 외모를 왜곡하는 경우, 반복적인 폭식과 단식 등 증상을 토대로 진단한다. 영양 상태에 문제가 있다면 영양 공급을 우선시하며 규칙적인 식사와 일상 활동 등 행동 수정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증상의 정도에 따라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등 약물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최근 SNS를 보면 우리 몸은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날씬한 몸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멘토식 피드들과 함께 본인의 성공기라며 과체중이었던 과거와 보디 프로필에 성공한 현재 모습을 비교하는 사진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노력에 있어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무조건 음식을 통제하고 단순히 마르고 체중이 작게 나가는 등 외적인 방법으로 자존감을 해결하려는 태도는 다른 문제를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타인에게 보이는 겉모습만이 나의 모든 것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며 아름다운 몸은 본인의 나이와 신장에 맞는 영양섭취와 건강한 식생활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섭식장애 등이 의심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다각적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섭식장애 예방 및 개선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습관을 가지고, 적은 양을 먹고 과식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더불어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 천천히 식사하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며 폭식을 부르는 생활습관을 인지하고 개선하는 게 좋다.
2023-03-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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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 도시브랜드, 디자인으로 완성하다
지난해 11월 초 초겨울 서울의 바람이 해운대 바닷바람을 연상시킬 때 부산시로부터 도시브랜드 리뉴얼 작업의 ‘총괄 디자이너’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요청 사항은 첫째, 부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비전까지 포괄할 수 있는 브랜드 디자인을 만들 것. 둘째, 세계 유수의 도시들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자긍심을 느낄수 있는 브랜드 디자인일 것. 셋째, 2030세계박람회 현지실사단이 방문하기 전까지 최종 디자인을 완성할 것. 한마디로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생각했다.
도시브랜드 디자인은 하나의 시그니처(심볼+로고) 안에 한 도시가 보유한 모든 무형과 유형의 가치와 더 나아가 미래 비전까지 담아내야 한다. 역사적으로 부산시는 해외 교류의 관문이자 전쟁 중에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로 구성된 최초(?)의 융합도시다. 샌프란시스코 만큼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환경, 맨해튼을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한 해운대 마린시티, 인간적 매력과 삶의 활기가 느껴지는 자갈치시장 등 팔색조의 매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자산 및 가능성’이 무한한 도시 또한 부산이다. 이처럼 엄청난 가치를 가진 도시의 브랜드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매우 큰 도전이고 그래서 설렜다. 디자이너로서의 도전정신과 긴장감이 차가운 서울 공기마저 따뜻하게 느끼게 했다.
한국인 유일 세계3대 디자인어워드 중 독일 레드닷(Red Dot: 잘 팔린다는 의미)의 제품디자인과 디자인컨셉 부문 심사위원을 15년째 맡고 있는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을 만나고 함께 심사하는 것도 즐겁고 유익하지만, 그 완성은 세계에서 출품하는 6000개 이상의 제품을 한 장소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작동해 볼 수 있는 점에 있다. 레드닷 디자인 심사위원을 하다 보니 최근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이번에 부산시 도시브랜드 총괄디자이너를 하고 있다던데, 부산의 새로운 도시브랜드 디자인이 세계적인 레드닷 디자인 심사에 출품된다면 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 물음에 자신 있게 대답한다. “당연하죠! 부산시의 새로운 슬로건이 ‘부산이라 좋다(Busan is good)’인데, 이에 걸맞은 디자인들이 정말 많이 나오고 있답니다.”
지금 부산시 도시브랜드 디자인은 시민 선호도조사를 받고 있다.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도시브랜드 전문가들과 부산시민 340만 명을 대표하는 도시브랜드 시민참여단이 한 자리에 모여 100여 분에 걸친 토론회를 벌인 결과 3개의 후보안이 선정됐다. 시민들의 다양한 선호도를 고려해 각 후보 디자인은 콘셉트와 구조를 달리했다. 1안은 부산의 영문 BS를 모티브로 해서 도시브랜드에 3D를 활용했다. 입체적인 디자인과 색상은 그러데이션(밝은 부분부터 어두운 부분까지 변화하는 농도의 단계)을 줌으로써 부산의 다양성과 포용, 화합, 더 나아가 미래 기술의 활용방안을 고려하여 시각화했다. 2안은 부산의 국문, 영문을 아이콘화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자유로운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툴로 역할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고, 또 제3안은 부산의 관문도시로서의 위상과 앞으로 나아가는 부산의 이미지를 시민들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제 최종 선정만이 남아 있다. 물론 선정만으로 브랜드 디자인 여정이 끝나는 건 아니다. 비로소 새로운 도시브랜드의 서막이 열렸을 뿐이다. 어떤 디자인이 선정되든지, 디자인 후보안 마다 전문가들과 부산시민의 깊은 고민들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도시 결정을 앞두고, 세계가 부산을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도시브랜드 디자인에 혁신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더한다면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로 부산이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훌륭한 팀워크는 가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부산의 도시브랜드 디자인 완성은 시민들에게 있다고 믿는다. 화끈한 부산시민들이야말로 가슴 뜨거운 디자이너일 것이다.
2023-03-0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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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갈수록 커지는 한류
요즈음 한류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지고 있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겨울연가’와 ‘대장금’에서 싸이와 BTS를 넘어, ‘오겜’ 등 숱한 콘텐츠를 좀 더 가까이 접하기 위해 한글을 배우며 우리나라를 동경하고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하다 보면 신기하고 의아하게 생각되면서 ‘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이란 책이 생각난다.
외국인 저자 이만열(본명 :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잘사는 나라들은 모두 제국주의 경험이 있지만, 한국은 유일하게 그런 경험이 없는 선진 모범국가이며, 21세기 르네상스가 한국에서 꽃피는 상황이 생긴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창조적 융합의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사랑방 문화, 동양의 어느 곳보다도 인문학적인 요소가 많은 풍수지리, 세계적인 브랜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선비 문화 등 훌륭한 문화유산이 넘친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는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 6·25전쟁 언저리의 100여 년을 빼면 언제나 당당했던 나라였다. 수천 년간 독립을 유지해 온 슬기로운 나라였다. 가무를 즐기던 흥의 나라였고, 팔만대장경을 축조하고, 인류 최초의 금속활자로 불경을 인쇄 보급한 지식의 나라였다. 왕조실록을 유지한 기록의 나라였고,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쉬운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한 문명의 나라였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이며, 남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원조를 주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최근 우리의 한류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질 수 있는 이유도 우선 한국인과 문화의 우수성에 기원한다고 볼 수 있겠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머리가 좋다는 평가도 있다. 좁쌀도 골라내는 젓가락 문화와 표음과 표의의 이중 언어구조의 특성을 들기도 하고, 사계절의 존재와 근친혼을 엄금했던 혼인 문화를 원인으로 들기도 한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우리가 이룬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시화라고 생각된다. 도시는 인류가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하버드대 경제학과. E. 글레이저). 고대에서 현대까지 잘 사는 나라는 모두 도시가 발달한 나라였다. 이는 도시가 문명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Civilization(문명)’이란 말이, 도시라는 라틴어 ‘Civitas’에서 유래한 것을 보아도, 애당초 도시나 문명이 같은 개념이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이룬 최근의 업적들은 우리가 갖고 있던 인적 문화적 요소와 최근에 이룬 산업화와 민주화, 도시화를 통해 이룬 문명의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도시화율은 도시에 사는 인구의 비율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 20%대(세계 29%)의 농촌 국가에서 이제는 산업화를 통해 이룬 85.5%의 도시화율로 국민 대부분이 도시에 사는 나라가 되었다. OECD 국가의 평균이 47%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시화된 국가이고, 최고 수준의 문명국가가 되어 있는 셈이다. 과거 고대 로마가 상수도로 도시의 급수를 해결하고, 프랑스 파리가 하수도로 전염병에서 벗어나고, 영국 런던이 도심공원으로 여가와 일광욕을 즐겼다면, 미국 뉴욕은 거기에다 엘리베이터로 건물을 고층화하고, 유선전화로 정보화를 선도한 현대 도시였다.
21세기 한국은 5G 통신망을 통해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가 가장 빠른 새로운 정보화 사회를 구현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우리가 선도하는 순발력 있는 K-콘텐츠를 실으니 많은 나라가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연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인적 문화적 요소와 더불어 85.5%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시화가 만든 필연적 결과이다.
수도권을 묶으면 2000만 명 이상의 메가시티가 된다. 국토의 면적이 좁다 보니 도시끼리도 가까워 문명의 상승작용도 있어 보인다. 이제는 세계 6위의 강대국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그뿐인가. 외국에 나가보면 우리나라가 보인다. 공무원의 능력과 친절은 물론, 우리나라는 애프터서비스와 배달의 천국이다. 다채로운 문화와 즐길 거리가 많고, 치안이 좋고, 사람들은 또 얼마나 따뜻한가. 한 가지, 정치만 빼고 말이다.
2023-02-2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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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야기를 담아 세계로 뻗어가는 K푸드
2000년대 초 약 3년간 일본 생활을 하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향수 때문에 한국 음식점을 여기저기 찾아다니곤 했다. 그 당시 돌솥비빔밥(이시야키비빔밥), 너비아니 구이(야키니쿠)와 냉면이 일본 현지에서의 가장 일반적인 한국 음식이었다. 그런데 돌솥비빔밥에는 고추장 대신 간장이 들어갔고, 한국식 너비아니 구이는 일본식 '타래'를 찍어 먹는 방식이었다. 토종 한국인인 필자는 이상하다 여겼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일본 음식도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밥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아닐까 싶다. 일본의 김밥 마키는 밥을 단촛물로 간을 하지만 우리는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한다. 김밥은 소박한 서민 음식이지만 김밥의 소는 한국 궁중음식의 기본인 오색 재료가 모두 들어가 화려하다. 입안에서의 식감도 매우 역동적이다.
K푸드는 온라인 문화 콘텐츠 소비의 확산으로 K팝 스타, ‘먹방’ 등과 결합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상품성이 높아졌다.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 여주인공이 '치맥'을 즐기는 모습이 등장하면서 치맥을 먹기 위해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이들이 늘었다. 영화 '기생충'의 글로벌한 성공 덕분에 '짜파구리'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져 라면 수출이 급증했다. 몇 해 전 BTS의 RM이 라이브 방송 도중 "붕어빵 때문에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해 길거리 음식인 붕어빵이 영국 런던 소호의 비비고 매장에서 프리미엄 디저트로 개발돼 판매된 적도 있다. 생각해 보면 K푸드는 멋지고 화려한 음식이 아닌 한국인이 일상 식생활에서 즐겨 먹는 소박한 음식들이다. 그러면 외국인들이 K푸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식에 스토리가 담기면서 세계인들은 K푸드를 찾게 됐고 이를 매개로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K푸드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떡볶이, 제육볶음, 라면이나 냉면 같은 특정 요리나 음식으로 나갈 수도 있지만, 현지 음식에 맞는 소스로서 개발하고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K푸드를 밀키트 형태의 가정간편식으로 개발하거나 개개인의 건강 상태나 질환, 식문화와 종교 등의 사회적 환경을 고려한 현지의 식재료를 K푸드로 재해석해 소비자 맞춤형 레시피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하는 ‘2022 Korea Food Week’를 관람하기 위해 학생들과 함께 서울 코엑스를 찾았다. 푸드테크관에선 음식 주문이 키오스크로 이뤄지고, 밀키트로 바로 조리된 음식은 로봇이 서빙하고, 커피는 로봇 바리스타가 만들었다. 급성장한 ‘푸드 테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조리사를 꿈꾸는 우리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앞으로 조리사들은 조리실무 능력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 같고, 세계의 식재료와 음식을 이해하면서 K푸드에 적용해 해외 현지 입맛에 맞는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할 수도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푸드 테크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2023-02-2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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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BNK와 ESG 그리고 그 너머
5대 시중 은행들의 돈 잔치 보도에 시민의 상실감이 크다. 수익 배경에는 더욱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만히 앉아서 수십조 원을 번 데다 예대금리 차이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린 까닭이다. 게다가 그 돈이 은행 임직원 성과급, 퇴직금 따위로 소진됐다는 사실이 괘심하다. 은행의 이런 모습은 한두 번이 아니다.
때마침 부산에서는 BNK 금융지주 회장이며 은행장 선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참에 한마디 건네고자 한다. 예컨대 은행장이 ‘누가’ 되는가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BNK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자리는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부산 동구 범일동 옛 부산은행 본점 앞 중앙대로에 서면 은행이 내건 대형 옥외광고판이 보인다. 거기엔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 구조(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를 뜻하는 약자 ESG가 대문짝 만하게 새겨져 있고 각 단어의 앞 글자 뒤에 ‘E 이로운’, ‘S 세상을’, ‘G 그리다’ 는 작은 글자가 해석처럼 붙어 있다.
BNK는 이 내용을 어떤 용도로 활용하고 있으며, 실제 그 집행은 어떤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로운 세상을 그리다’는 얼핏 그럴듯하다는 느낌은 주지만 정작 BNK의 ESG는 국내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천명하고 실천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쉽게 말하면 튀지도 않고 뒤처진 상황도 아니지만 BNK의 ESG는 기후위기의 메시지로부터 실천하는 기업으로 자기변화를 적극적으로 도모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냥 적당히 A(한국ESG기준원-S, A+, A, B+, B, C, D 2022 통합등급평가) 정도면 자족한다는 수준이다. 과연 그러한가. BNK는 앞으로 어떻게 세상이 작동되는가를 예의주시하고 전략의 재편을 도모해야 한다. 적극적 대응이 답이다. 그저 그런 ESG는 기후위기 체제와 생물종다양성 보전이라는 지구 미션에 마지못해 떠밀리듯 채택하는 시늉에 불과하다. 선언적 ESG는 그야말로 그린워싱이다. BNK 금융지주 역시 원치 않는 그림일 것이다. 이 때문에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의제에 BNK가 이름을 걸고 동참하라는 주문이다. 진정으로 앞서가는 기업들은 그 대열에 동참하면서 기회를 선점하고 있다.
실제 유럽연합은 2021년 시행한 지속가능가능금융공시규제 6·8·9조라든지, 넷 제로(Net Zero), RE 100(Renewable Energy) 등 기후변화에서 생물다양성을 핵심과제로 채택하고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에 가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그룹, KB금융그룹 등 금융권 기업이 선도하고 있다. TNFD는 기후변화 리스크를 정량적으로 수치화하고 이를 재무적으로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2015년 발족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보다 생물다양성에 무게중심을 둔 협의체이다.
자연의 손실은 현재와 미래의 경제활동에 위험과 기회를 모두 제기한다. 현재 세계 경제 생산량의 절반 이상은 자연에 의존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유감스럽게도 국내 기업 이익 도모 현장은 여전히 파괴적이다.
얼마 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UNCBD COP15)에서 2030년까지의 새로운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인 ‘포스트-2020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가 채택되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우리금융그룹이 생물다양성 손실을 멈추기 위한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채택을 지지하고 협약 이행을 약속하는 성명에 동참했다. 성명 발표에는 우리금융그룹을 비롯해 UBS, AXA 그룹 등 글로벌 150개 금융회사가 참여했다. 이런 세상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이익추구 기업이지 환경단체가 아니다.
BNK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통찰력과 지도력을 가진 사람이기를 희망한다. 나아가 사회적 통합에 기여하면서 지역사회의 한 그루 큰 나무가 되기를 희망한다.
2023-02-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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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라질 위기의 우리 문화재
우리 국악 중에서 대금산조는 판소리를 바탕으로 발전한 '한주환류대금산조'와 시나위를 바탕으로 강백천이 만든 '강백천류대금산조' 두 분류로 크게 대별할 수 있다.
한주환류대금산조는 판소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락이 다양하고 화려한 편인데 이를 '소리더늠대금산조'라고 일컬으며 이생강류·서용석류·원장현류 등 대부분의 대금산조들이 여기에 속한다.
강백천류대금산조는 시나위를 바탕으로 가락이 짜여 졌는데 시나위는 가락이 다소 즉흥적이며 무가를 따라 연주하므로 애원성이 많다. 그래서 강백천류대금산조를 '시나위더늠대금산조'라고 일컫는다.
한주환류 계통의 산조들에 비해 강백천류대금산조의 경우는 모든 면에서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그 음악적 색깔이 근본부터 다르다.
강백천은 1971년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예능보유자로 인정되었다. 전북 남원 출신인 강백천은 1970년부터 부산에 정착했으며 1982년 4월 30일 세상을 떠난 후 그 뒤를 이어 김동표가 1993년 8월에 보유자로 인정되어 말년까지 활동하다가 2020년 6월 타계하였다.
필자는 1970년대 말부터 김동표 선생의 지도하에 있었고 1996년 7월 전수교육조교로 선정되어 현재까지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으니 '시나위더늠대금산조'인 강백천류대금산조는 50년이 넘도록 국가무형문화재로 그 맥을 쭉 이어 오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소리더늠대금산조'는 서용석과 이생강, 이렇게 두 명이 보유자 후보로 있다가 이생강이 1996년 12월에 대금산조 예능보유자로 인정되었다.
따라서 1996년 12월 이후부터 대금산조는 예능보유자가 2명이 되었다. '시나위더늠'인 강백천류대금산조 예능보유자는 김동표, '소리더늠'인 한주환류대금산조의 맥을 잇는 예능보유자는 이생강, 이렇게 '강백천류대금산조' 와 '한주환류대금산조' 두 유파의 맥을 잇는 각각의 보유자가 존재하게 되었던 것이다.
강백천류대금산조는 김동표 대에 이르러 그 성음이 많이 바뀌고 여러 면에서 심하게 변형되었는데 그 세부적인 요소들은 다 설명할 수가 없다. 다만 김동표 선생께서 강백천 선생의 연주 녹음테이프를 필자에게 건네주면서 스스로 연구해보라고 했던 1990년대 중반 이후 줄곧 연구 분석해 온 결과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하여 김동표 연주의 대금산조는 원래의 강백천의 성음과 많이 다른 모습으로 변질되었던 것이다.
예능보유자가 세상을 떠난 지금, 강백천류대금산조를 제대로 연주하는 사람이 없다.
강백천이 연주한 산조와 다르게 변질된 김동표제대금산조를 연주할 엄두를 못 내는 까닭은 화려하고 세련되게 들리는 '소리더늠대금산조'의 유파들에 비해 고형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시나위더늠대금산조'가 우직한 모습으로 비치기 때문에 골동품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가 더 클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들이 실제로 ‘무형문화재는 그 대상의 형체가 없기 때문에 사회적·문화적 환경 변화에 노출되어 변형되거나 급격히 사라져 갈 수 있다’라는 우려의 목소리와 맞물리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 일례로 국악 계통의 다른 분야 전문가들조차도 대금산조는 서로 비슷하므로 유파의 개념이 필요 없다는 식으로까지 인식을 하게 되었다.
국가무형문화재는 굿이나 농악 판소리와 같이, 같은 종목이라도 지역의 특성과 음악적 성격에 따라 분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따라서 대금산조도 '소리더늠대금산조'와 '시나위더늠대금산조'로 크게 구분하여 보전되어져야만 한다.
오랜 세월 국악에 전념해 온 필자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국가의 문화정책을 이끌고 있는 위정자들이 이러한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여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2023-02-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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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정시설 통합이전 부산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부산의 교정시설인 구치소·교도소 통합 이전문제에 대한 용역결과 발표가 어떻게 결론이 나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용역결과 발표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는 지난 달 언론보도에 따르면 교정시설을 서로 안받으려는 강서구와 사상구 두 지역의 물밑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9년 당시 오거돈 부산시장과 법무부는 사상구의 부산구치소와 강서구의 부산교도소를 강서구로 통합이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었다. 이 스마트 법조타운 조성계획은 강서구민들의 강한 반발에 답보상태가 되고 말았다.
부산시는 2021년 용역을 발주했고 2022년 말에 이전 확정계획안을 최종발표할 예정이었다. 이미 용역은 끝났지만 두 지역간의 갈등과 마찰로 최종결과 발표를 못하고 있는듯 하다.
부산시민의 입장에서는 상호 조금씩 이해하고 양보해서 부산시정의 중요과제가 해결되고 오랜기간 침체된 서부산권의 발전을 이끄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두 교정시설 모두 부산시민이 이용하게 되는 곳인만큼 시민에게 사랑받는 교정쉼터가 되어야 한다.
부산구치소는 1961년 부산시 서구 서대신동에서 1973년 현 사상구 주례3동으로 이전한 지 50년이 다 되어간다.
현재 부산구치소는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는 약 1900명을 수용하고 있다. 더욱이 너무 오래되고 노후된 시설로 겨울 한파에 속수무책이다. 교정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늘 수용자 식구들에게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다.
2000명에 육박하는 과밀 수용상태에서 수용자들을 관리감독하는 교정공무원(교도관) 역시 적정인원이 최소 700명이지만 실제로는 이에 훨씬 못 미친다.
부산구치소의 이런 노후화된 시설과 부족한 직원 인력으로는 수용자의 인권보호와 권익신장은 물론 질좋은 교정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우리 교정정책과 교화사업, 교정행정도 예전과 많이 변화했다. 사랑과 감성이 담긴 감동적 교정·교화행정을 통해 수용자들이 사회에 복귀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수용자들은 교정시설에 들어와 있는 동안 보다 질좋은 교정·교화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몸과 마음이 아플 때에는 언제든지 치료받고 어려움과 마음적 고통을 교정기관 직원(교도관)과 항상 터놓고 애기할 수 있어야 한다.
교정시설의 수용자들은 단속과 감시의 대상이 아니라 교정·교화와 갱생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을 다시 우리 국가와 사회의 일원으로 재교육하는 것이 교정시설의 역할이다.
또한 부산구치소와 부산교도소는 부산시민들이 하루에도 수십·수백명씩 찾고 이용하고 오가는 공공시설이다.
부산 교정시설의 노후화된 실태는 사회 전체적으로도 또다른 피해 발생의 요인이 될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부산교도소와 부산구치소의 통합이전 논의가 하루빨리 마무리되고 교정시설 노후화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부산의 두 교정시설의 통합이전이 님비현상에 막혀 불가능하다면 부산구치소의 경우 현 위치에 고층아파트형 새로운 시설을 조성해 주민들을 위한 체육공원을 겸한 새로운 법조타운으로 거듭나는 등의 대안도 필요하다. 올바른 대안 마련을 위한 법무부와 정치권, 그리고 시민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2023-02-1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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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기’의 꿈
1970년대 미국 사회를 흔들었던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로 더 알려진 주인공 '조나단'은 생존이 아닌 자아를 실현하는 갈매기다.
2023년, 지금의 부산은 그 시절 미국과 많이 닮아 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적 여건 속에 부산 청년의 꿈과 희망은 더 많은 미래의 기회를 필요로 한다. 지역 청년의 80%가 ‘부산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갖고 고향에 남아 열심히 살면서 ‘갓생’하는 이 시대 부산 청년들에게 위안과 희망이 필요한 시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위안과 희망을 전할 수 있을까? 부산시가 찾은 해법은 ‘소통’이었고 그 결실이 2021년 탄생한 소통 캐릭터 ‘부기(boogi)’다. 부산갈매기의 처음과 끝 글자를 따서 이름 지은 ‘부기’는 2m의 큰 키와 백자 항아리를 연상케 하는 유려한 자태,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보는 사람마다 호기심과 유쾌함을 선사하고, 특히 부산을 상징하는 스마트 안경과 동백꽃 커스텀 슈즈, 시원하게 터지는 부산 사투리와 프로 참견러의 성격은 영락 없이 부산사람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부기는 상품으로 치면 명품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21년 우리동네 캐릭터 대상’ 전문가 심사에서 최초로 디자인상 등 5개 분야를 모두 휩쓸었다.
치솟는 인기만큼이나 부기는 바쁘다. 시민 소통 행사에는 빠짐 없이 등장하고 동백전 등의 홍보 모델로도 활동한다. 특히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마스코트로 국제박람회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까지 활동 반경을 넓혔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아니 이제 겨우 시작 단계다. 부기는 부산의 미래와 기회가 되어야 한다.
캐릭터 산업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지난해 대구MBC 빅벙커 방송을 보면 전국 지자체에 338개의 캐릭터가 있지만 성공한 사례는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사례 중에는 2010년 탄생한 일본 구마모토현의 ‘구마몬’이 2011년 말 캐릭터 상품 판매 회사가 400여 곳에 이를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경제적 가치는 2022년 기준 한화(韓貨)로 약 78억 원을 쓴 반면, 수익 창출은 2021년 약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등 이 지역을 대표하는 하나의 큰 산업으로 성장했다.
부기의 꿈은 유일하면서도 명쾌하다. 부산을 대표하는 캐릭터 상품이 되겠다는 것! 부기 역시 시작부터 지역 소상공인에게 저작권을 무료 개방했고 현재 30여 곳에서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아쉽게도 아직 대표 상품이나 히트작이 없는 현실이지만, 부기가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 인기 캐릭터 ‘펭수’를 넘어 ‘구마몬’의 길을 갈지, 아니면 흔한 반짝 캐릭터의 사례가 될지 운명의 갈림길은 이제부터다. 그리고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부기를 향한 시민들의 ‘무한한 팬덤’이다. 아울러 부기의 개성을 더욱 돋보이게 할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완성하고 인지도를 수직 상승시킬 수 있는 특색있는 홍보 이벤트를 펼쳐야 한다.
멀지 않은 부산의 미래에 활약할 부기를 상상한다. 햇살 좋은 가을에 부산역과 국제시장에서 부기 상품을 구매하는 관광객이 줄지어 서 있고, 벡스코에서는 지스타(G-STAR)의 새로운 게임 히어로가 되어 유난히 용감스럽다. 늦은 밤 센텀시티 스마트밸리에서는 지역 청년이 근무하는 수많은 벤처기업이 부기 관련 콘텐츠와 제품 아이디어로 고민을 하고, 부기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진다. 마침내 갈매기의 꿈을 이룬 ‘조나단’처럼, 꿈을 이룬 부기는 부산 청년들의 희망으로 우뚝 선다. 부기의 열성 팬 중 한 사람으로서 그날을 손꼽아 기대해 본다.
2023-02-09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