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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부경남 출향인사들과 고향의 맑은 물
부산상공회의소 양재생 회장이 취임 후 가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임기 내 부산시민의 먹는 물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양 회장은 또 대통령께 건의해서 긍정적 답변을 얻었다면서 식수 문제와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민들의 깨끗한 물에 대한 갈증은 수십 년이 된다. 건설부와 환경처가 ‘부산시와 마산 창원 진해 김해 등 경남지역의 안전한 식수 공급 대책’을 내놓았을 때가 1994년이었으니, 그때부터 쳐도 30년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그 3년 전인 1991년에 부산 경남을 공포에 떨게 했던 최악의 환경오염사태, 낙동강 페놀 유출이 있었다.
1994년 당시 정부 계획은 합천댐 물이 흐르는 황강 하류에서 하루 100만 톤을 취수해 경남 4개 시(마산 창원 진해 김해)에 50만 톤, 부산에 50만 톤을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황강 하류 취수지점에서 매리취수장까지 86.8km에 이르는 송수관로를 매설해 1998년까지 광역상수도를 완공한다. 또 소요 예산은 전액 국고로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다목적댐을 건설해 낙동강 유지용수를 늘려나가겠다고 돼 있었다.
그런데 부산 경남의 수돗물은 정부 계획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중금속과 산업폐수가 섞여 들고,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독성녹조가 창궐해 오히려 더 악화됐다. 부산은 물론이고 경남 주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창원·함안·김해, 그리고 양산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수돗물은 식수에 부적합한 2·3급수이고, 심지어 4급수일 때도 있다.
2009년 진주의 출향인사들이 재부진주향우회를 재결성했다. 낙동강 수질이 자꾸 나빠진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져 하류 주민들은 남강댐 물을 나눠 먹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상류 주민들은 재산상의 불이익과 안정된 삶을 위협받는다고 반발하고 있을 때였다. 2012년에는 진주 출신의 부산지역 유력 기업인들이 진주의 재계, 교육계. 언론계 등 주요 인사들과 함께 ‘진주·부산발전협의회’를 결성했다. 필자와 진주상공회의소 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부산시장과 진주시장은 고문을 맡았다
두 단체의 창립 취지는 모두 진주 출신 부산 상공인들이 고향 진주 발전에 이바지하고, 부산과 진주가 상생해서 공동 번영을 꾀하자는 것이었다. 고향과 격의 없이 소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남강댐과 서부경남 물의 부산공급을 놓고 벌어지는 지역간 갈등이 해소되고, 물 문제 해결의 접점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에서였다. 부산만 하더라도 진주 인구보다 더 많은 40만 명 이상의 진주 출향인사들이 살고 있고, 서부경남 출향인사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아진다.
재부진주향우회는 산하에 ‘맑은 물 나눔운동 본부’를 설치하고 10년 넘게 노력해 왔다. 양정동 부산상수도사업본부 광장에서 진주 농산물 등을 싸게 파는 바자회를 열고 부산·동부경남 맑은 물 공급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재부경남향우연합회도 경남지역 신문에 ‘이웃 형제·자매에게 남강댐 남는 물 공급’을 호소하는 광고를 내는 등 힘을 합쳤다. 진상회(진주 상공인단체)와 남강회(진주 출신 부산기업인 모임)는 10년 넘게 골프 회동을 하면서 두 지역의 상생발전을 협의하고 있다.
최근 안동시가 낙동강 상류의 안동댐 물을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을 펼치는 대구에 공급하기로 원칙적 합의를 했다. 대구시가 상생협력금을 제공하는 한편 두 지역이 공동발전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대구는 ‘물의 공공재 성격’을, 안동은 ‘상류 물의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진주와 서부경남 출향인사들이 고향을 향해 맑은 물을 공급해달라는 호소에는 중동부경남과 비교해 발전이 더딘 고향에 대한 안타까움과 희망이 함께 들어있다. 양재생 부산상의회장의 고향도 서부경남인 함양이다. 또 경남향우연합회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애향심이 강한 분이다.
그 어느 때보다 맑은 물 공급에 대한 기대가 크다.
2024-04-1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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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능력개발 전담 주치의와 HRD 우수기업
부산은 한국의 주요 항구도시로서 산업과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경제의 변동성과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는 부산을 포함한 전 세계 도시들에 새로운 도전을 제시했다. 특히, 제조업, 조선업, 수출입 무역 등 전통적인 산업 분야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달로 인해 큰 변화를 맞이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종류의 직업 창출을 촉진하면서 동시에 재교육의 필요성을 많이 증가시켰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정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23년부터 능력개발전담주치의 제도를 시행하여 새로운 해결책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있음에도 자사에 가장 적합한 정보와 자원을 찾는 것은 많은 중소기업에 어려운 일이었다. 이 제도는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중소기업이 직면한 정보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다. 능력개발전담주치의는 기업의 현재 상황과 장기적 목표를 자세히 분석하여 가장 효과적인 훈련 지원 방안(사업주 훈련, 일 학습병행, 체계적 현장 훈련 등)을 제시한다.
제도 도입 첫해에는 전국 32개 한국산업인력공단 지부·지사에 188명의 주치의를 배치하였으며, 이들은 2023년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인적자원개발) 기초진단 컨설팅을 통해 9337개 중소기업을 지원하였다. 그 결과 69.4%에 해당하는 6481개 기업이 정부 지원 훈련제도(사업주훈련, 일 학습병행, 체계적 현장훈련 등)로 연계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 제도의 성공적인 결과로 올해는 주치의 수를 235명으로 배치하여 더 많은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제도의 확대는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훈련을 진행하고, 지역 내 HRD우수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를 위해 최대 3년간 기업 전담주치의가 1대 1로 밀착 지원하는 능력개발클리닉 사업을 도입하였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의 장기적 성장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오래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과정을 통해 제도는 단순한 기초컨설팅을 넘어서 기업의 특정 요구를 충족시키는 고품질 컨설팅으로 진화하였고, 이제 기업 맞춤형 훈련설계를 비롯해 훈련 성과분석과 피드백까지 포괄하게 되었다. 이러한 체계적인 지원 덕분에 기업은 실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으며, 훈련이 종료된 후에도 사후관리를 통해 지속적 학습과 개선을 할 수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산업 생태계의 정원사처럼 중소기업과 근로자를 위한 성장의 영양분을 제공한다. 능력개발전담주치의 제도를 통해 맞춤형 훈련과 성장의 조건을 조성하고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정원사가 식물을 세심하게 관리하며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는 것처럼 한국산업인력공단도 중소기업과 근로자가 각자의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리한다.
앞으로도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산업 생태계의 정원사로서 K-HRD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한국의 인적 자원 개발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다할 것이다.
2024-04-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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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장년 위한 과학기술 프로그램 도입
우리나라의 저출산과 노령화는 전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피해 갈 수 없는 숙명이 되어 버렸다. 초저출산율로 생산 가능 인력 축소가 불 보듯 뻔해지고 지방 소멸 또한 우려되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100세 시대에 우리는 이전 아날로그 시대적 나이에 대한 인식 기준과 문화에서 벗어나 중장년층들도 과학기술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과 교육인프라를 새롭게 설계하여야 한다.
반도체 기술, 첨단 과학, 의료 등 분야에서의 전문교육은 현재까지는 20대 위주로 이루어져 왔다. 20대에 전문교육을 받고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살다가 은퇴 후 취미 여가 활동을 보내는 하나의 인생 주기에 익숙해져 있다. 100세 평균연령의 디지털 시대에서는 아날로그적 교육 설계와 달라야 한다. 의과학 기술의 발달로 소일거리나 일용직업으로 덤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전문직업인으로 재탄생하는 또 하나의 완전한 인생 주기가 충분히 가능한 시대에 이르렀다. 두 번째 인생 주기를 더욱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중장년층들도 과학기술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게 사회 인식 기반과 교육인프라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출산율로 예정된 핵심 생산 가능 인력의 축소 없이 오히려 초 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미래 소멸이 우려되고 필수 의료인력이 문제가 되는 지방에 중장년 이후 삶에서 새로운 전문인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의료 및 과학기술대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추가적 경제발전과 지방소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두 번째 인생 주기에서의 대학은 첨단 과학기술인을 양성할 수 있는 대학이어야 한다. 과학기술을 배울 수 있는 열정과 소양을 가진 사람들을 엄격한 기준으로 선발하여 반도체, 첨단공학, 의료 등에서 분야별 과학기술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지방 대학에 도입해서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 수 있다. 현재는 30, 40세를 지나면 반도체 기술 등의 첨단공학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인프라나 사회적 인식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 수도권으로 쏠리는 인구와 경제를 지방으로 돌릴 수 있는 답안은 맹모삼천지교에 있다.
우리나라는 정치 사회 모든 분야에서 나이를 지나치게 따진다. 나이는 벼슬도 아니고 장애 또한 되어서는 안 된다. 100세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시대의 문화·교육인프라는 저출산 노령화의 총체적 난국을 맞이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전면적으로 리엔지니어링 되어야 한다. 여태처럼 나이로 갈라 일하기보다는 전문성 잣대로만 소통하고 일하면 나이 노소를 따지지 않게 세대통합 또한 이루어질 것이다. 과학전문인이 많아지면 고급생산 가능 인력은 오히려 늘 수 있다. 은퇴 후의 인생이 취미 및 여가선용에서 제2 인생 주기의 전문가 지향적으로 바뀌면 국민총생산(GDP) 또한 배가될 것이다. 과학 전문기술인의 양성으로 늘어나는 국민소득은 일반 사람들이 더욱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쓰일 수 있다. 사회안전망이 두텁게 되어 복지 전반이 좋아지면 헬조선은 스러지고 저출산을 유발했던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는 선순환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
저출산, 노령화, 생산 가능 인력 축소, 지방소멸, 필수 의료인력 부족 등의 문제는 디지털 100세 시대에 맞도록 사회적 인식과 교육인프라를 재설계하여 제2 인생 주기를 사회 전체가 자각하고 잘 활용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그리하여 인재 강국인 대한민국이 가일층 성장하고 과학전문가 시대를 이루어 이전 한강의 기적을 뛰어넘는 경제도약을 이루게 됨을 그려본다.
2024-04-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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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22대 국회에 바란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을 내렸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목소리가 국회에 고스란히 전해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의 선택은 여야를 심판하는 것이 아닌 국민의 대변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한 것이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인물이 더 나은 국정 운영을 하리라 믿는다.
현재 국민과 중소기업이 처한 경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속되고 있는 고금리‧고물가에 더해 대내외 수요 감소까지 겹쳐 기업의 경영환경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한국경제의 역동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22대 국회는 여야의 소통과 협치를 통해 기업 현장에서 바라는 정책 입법으로 한국경제를 회복시켜 주길 바란다.
먼저, 노동규제 혁신이다. 경직적 근로시간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과도한 노동규제는 중소기업의 고용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고용이 있어야 노동도 있을 수 있지만, 현재 기업들은 고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중소기업의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지금까지도 적용되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의 처한 현실과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광범위한 책무를 부과하면서도 중대재해 발생 시 1년 이상의 징역형의 중벌만을 부과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처사이다. 그리고 주52시간제의 시행으로 중소기업은 납기 준수, 수주, 시장수요 대응 문제를 겪고 있다. 현장에서는 수위탁거래 비중, 산업의 특성, 수직적 거래문화 등으로 인해 주 52시간 이내에 업무를 끝마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2대 국회는 기업인의 경영 의욕을 떨어뜨리고, 근로시간 선택권을 제한하는 왜곡된 노동정책을 반드시 바로잡아 주길 바란다.
두 번째로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국내외 경제분석 기관들은 한국경제의 돌파구로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과감한 정책을 통해 세계 7대 강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ESG 경영과 디지털 전환 등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맞게 중소기업관계법을 개편하고, 스마트공장 확산 등 전폭적인 입법 지원이 시급하다. 2022년 스마트공장 구축 성과를 보면 생산성 27.9% 증가, 품질 42.8% 증가, 원가 15.9% 감소 등 생산성 향상이란 결과를 거뒀다. 그러나 스마트공장의 기초부터 고도화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구축하기에는 자금과 인력의 한계가 있어 수요에 비해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제조혁신의 마중물 지원을 위해 스마트공장 예산을 증액하고 대기업은 경영 및 생산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끝으로 21대 국회가 잘한 부분은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납품대금연동제 도입과 가업승계 제도 개선은 21대 국회의 대표적인 입법성과다. 하지만 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도 존재하는 만큼 제도가 현장에 잘 안착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계 현실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 납품대금연동제는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재료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전기료 등 경비는 연동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뿌리 중소기업의 경우 주조는 14.7%, 열처리는 26.3% 등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에너지 비용도 연동제에 포함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리고 가업승계 제도는 일부 요건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업종 변경 제한, 고용 유지 등 여전히 각종 까다로운 요건이 남아있는 탓에 기업들은 제대로 활용을 못 하고 있다. 가업승계가 원활하지 못 하면 중소기업의 성장이 정체되거나 오랫동안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 등 사회‧경제적 자산이 사장될 위험이 큰 만큼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성 제고, 일자리 창출의 관점에서 접근과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22대 국회의 입법 행보가 기대된다는 응답은 단지 21.0%에 그쳤다. 열 명 중 여덟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국회에 대한 기대가 이처럼 낮은 이유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 무산 등 과도한 노동규제와 무관치 않다. 기업인들의 간절한 호소를 외면한 국회의 모습에 그만큼 실망이 컸기 때문이다. 22대 국회는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민생경제의 역동성을 살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기업 현장에서 바라는 정책을 입법으로 실현하여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주기를 바란다.
2024-04-1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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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0세 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
70대 이상 노인인구가 20대 청년인구를 추월했다고 한다. 부산 시민 2명 중 1명은 50세 이상 ‘장노년’으로 부산의 고령화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문기관들이 예상한다.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시설에는 일반석보다 경로석이 많아야 할 것 같다는 예견도 한다.
이러한 노인인구 증가는 부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2050년에는 우리나라 노인인구가 전체의 43.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저출생, 고령화가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노인들에 대한 비용이 급증해 가정과 사회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부담되지 않으려고 따로 사는 독거노인 가구가 전체 노인의 40%가 넘는다.
100세 시대, 우리 노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참으로 많다.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이 있다. 노인 일자리 참가자들은 올해 월 2만 원이 증액돼 29만 원을 받게 되지만 주거비, 병원비 등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노인들을 많이 본다. 그러나 만 65세부터 지하철 무료 이용, 국공립공원 무료 입장, 국철의 경로우대 이용은 빈곤 노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부모는 젊어서 자식 양육을 하고, 늙어서도 존재만으로도 자식에게 도움이 된다. 노인은 어려운 시절에 피와 땀과 눈물로 대한민국을 선진경제 부국으로 발전시킨 국가적 공로자이며, 가정과 사회의 어른으로 존경받아야 할 존재다. 그런데 OECD가 회원국인 미국, 영국 등 38개국 노인빈곤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9년부터 지금까지 1위 국가는 대한민국이었다고 한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무려 40.4%에 달한다고 한다.
노년의 4고(苦)는 빈고(貧苦), 병고(病苦), 주위 사람으로부터 소외되는 고독고(孤獨苦), 역할 상실에 따른 무위고(無爲苦)다. 나이 들어 겪는 가장 큰 서러움은 외로움과 쓸모없는 늙은이로 푸대접받는 서러움일 것이다.
유엔이 노인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1991년 10월 1일을 세계 노인의 날로 제정해 나라마다 노인의 날을 기념하도록 권장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8월에 처음 ‘노인의 날’을 만들 때 10월 1일이 국군의 날이어서 매년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노인의 날에 낭독하는 노인강령과 경로헌장에는 우리 노인들이 100세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한다는 노력과 다짐이 있다. 노인강령의 요점을 소개해 본다.
우리는 사회의 어른으로서 항상 젊은이들에게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지니는 동시에 지난날 체험한 고귀한 경험과 업적, 민족의 얼을 후손에게 계승할 전수자로서의 사명을 자각, 노력한다는 다짐이다. 첫째, 사회에서 존경받는 노인이 되도록 노력한다. 둘째, 효친 경로의 윤리관과 전통적 가족제도가 유지 발전되도록 힘쓴다. 셋째, 청소년을 선도하고 젊은 세대에 봉사와 사회정의 구현에 앞장선다는 다짐이다.
또 경로헌장에 따르면 노인은 우리를 낳아 기르고 문화를 창조 계승하며 국가와 사회를 수호하고 발전시키는 데 공헌하여 온 어른으로서 존경을 받으며 노후를 안락하게 지내야 하는 존재로 돼 있다. 그러나 시대 변화로 인해 노인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많이 못해졌지만, 우리 노인들은 늙음과 사회를 탓할 것이 아니라 노년의 지혜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선각자들은 노인들의 마음가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날로 진보하는 새 기풍을 충분히 이해하고, 후생들을 촉망(屬望)하고 북돋아 주어야 하며, 내가 관계없는 일은 간섭하지 말아야 하며, 과거나 현재에 원망스럽고 섭섭한 일들을 마음에 두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은퇴 후에도 지적(知的) 활동을 계속하여 떳떳한 노후생활로 멋진 노인, 존경받는 어른으로 지혜롭게 살아야 한다. 1000만 노인 시대에 살아갈 우리 노인들은 경륜과 지식 소유자로 시대변화에 적응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어른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2024-04-1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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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방소멸의 시대, 대학의 역할
‘부산 0.5 명대··· 바닥 모르는 출산율 추락’ 지난 2월 29일 자 <부산일보> 8면 기사의 타이틀이다. 1970년대 정부에서는 산아(産兒)제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유행했다. 당시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2명을 살짝 넘는 수준으로 당시 경제 발전 속도에 비해 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났으며, 인구 증가에 대비한 인프라가 부족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던 시기였다. 초등학교는 한 반에 70명의 아이가 있었고 그것도 부족해 오전반, 오후반으로 구분하여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던 시기였다. 고등학교 입시도 있었고, 대입 경쟁률은 하늘을 뚫었던 시기였다.
50년이 지난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저출생 문제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가 되었고, 특히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은 이제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요양병원과 노인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폐교되는 초등학교가 늘어나고 있고 소아과도 줄어들고 있다.
이제 지방소멸은 눈앞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이에서 청년들을 마주하고 있는 대학에서도 이런 문제들에 대해 한번 고민해 봐야 할 시기가 아닐까 한다. 대학은 낭만과 자유의 상징이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학점 관리와 스펙 쌓기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있고, 학자금 대출은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청년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학은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지만 사회로 진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회화를 교육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대학이 청년들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저출생 위기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대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할 시기가 되었다.
먼저,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일자리다. 지방에 있는 대학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인재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학협력을 통해 지방의 일자리를 더 만들어 내고자 했으나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제는 산학협력을 넘어 지자체들과도 더욱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지자체와 협력하여 수도권 기업들과 스타트업의 유치, 창업 활동 지원과 같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대학은 지방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유형의 수업을 제공하여 더 양질의 인재를 육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둘째로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위한 장을 마련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대학은 중·고등학교와 달리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수업을 선택할 수 있으며, 수업 간 공백도 있을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시간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은 그런 시간을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수업 외 다양한 활동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어느 정도는 기존 학교의 틀을 깨고 학생들의 자유로운 교류와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 학과는 물론 필요하다면 학교들을 초월하여 학생들끼리 자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만들고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많은 학생이 학업과 더불어 해외 활동이나 봉사 활동 그리고 창업이나 비영리 사회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 사회를 위해 청년들의 역할이 필요하고, 그것들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필요한 일이고 중요한 일인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은 지역사회와 같이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해야 한다. 학교 차원에서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과 상생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지역사회 서비스와 봉사활동 등에 참여하면서 지역 주민들과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교양 강의, 그리고 지역 문화 활성화와 예술 활동 전개를 위한 다양한 공연이나 전시회 개최 등 지역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며 지역의 경제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지역의 큰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사회에서 올바른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그리고 지역 사회에 대해 다양한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대학의 역할은 조금 더 변화할 필요가 있다. 대학을 단순히 학교와 교육기관이라는 범주에 가두기보다 좀 더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기관으로서 그 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대학의 구성원들도 변해야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청년들과 지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과 가장 가까운 대학이 함께 고민하고 투자해야 할 것이다.
2024-04-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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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후보자·유권자의 아름다운 동행을 바라며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부산지역의 공직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정당 및 정치자금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정부·법원·헌법재판소와 같은 지위를 갖는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이다. 선관위는 공직선거 외에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과 개별법령에 따라 생활 주변 선거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농·수·축협 및 산림조합장 선거, 지방체육회장 선거 등을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 또는 정치 관여를 금지하여 중립성을 유지하고, 헌법과 법률로 임기와 신분을 확고히 하여 외부의 간섭과 영향을 배제함으로써 직무의 공정성을 보장받고 있다. 이런 법적 보장을 통해 부산시선관위 위원으로서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이어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산시선관위 주요 업무에 대하여 의결하고 사무처의 업무를 감독하는 등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해 오고 있다고 자부한다.
선관위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 불복을 조장해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부정선거 의혹 제기를 사전에 차단하고 선거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투표·개표 관리 절차 개선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투표지분류기에서 분류된 투표지를 심사·집계부에서 개표 사무원이 손으로 일일이 확인하는 수검표 절차를 추가한 것이다. 수검표 절차 추가로 유권자 입장에서는 개표결과를 늦게 알게 돼 불편할 수 있으나, 국민이 안심하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의 신뢰성과 정확성 확보에 최우선 가치를 두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아울러, 사전·우편투표함 보관장소 CCTV를 부산시선관위 청사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24시간 공개한다. 시민 누구나 언제든지 별도의 신청 없이 투표함 보관 상황을 CCTV 영상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으나 구·군선관위 청사에서는 청사 보안 및 원활한 선거관리를 위해 정규 근무시간 중에만 열람이 가능하다.
최근 사전투표소 설치 예정 장소에서 불법 카메라가 다수 발견되어 사회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런 범법 행위는 유권자의 자유로운 투표 의사를 위축시켜 선거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매우 크다. 이에 선관위에서는 사전투표 전날인 4일과 투표일 전날인 9일에 불법 카메라 탐지 장비를 활용해 불법 시설물 설치 등에 대한 최종 확인·점검을 실시하고, 사전투표 기간과 투표일에도 탐지 장비와 불법 카메라 탐지카드 등을 활용해 투표소를 수시로 점검할 예정으로 유권자들은 안심하고 투표하기를 바란다.
한편, 이번 선거가 후보자와 유권자의 아름다운 동행이 있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 선거의 아름다운 동행이란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 속에 후보자뿐만 아니라 유권자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함께 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후보자는 법을 준수하고 정책과 공약으로 깨끗하게 경쟁해야 하며 유권자분들은 지연·학연이나 친분이 아닌,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살펴 기권하지 말고 소중한 권리를 꼭 행사해야 한다.
그동안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60여 년간 헌법기관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해 왔다. 다시 한번 ‘공정한 선거관리’라는 헌법적 책무를 마음 깊이 새기고 정확하고 투명한 선거관리를 통해 후보자와 유권자의 아름다운 동행 속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과 국민통합으로 이어지는 선거를 만들 수 있도록 부산선관위 위원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4-04-0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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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울경 메가시티가 답이다
국토 면적 12%에 51%의 인구가 몰려 사는 곳이 우리나라의 수도권이다. 머리통은 절반 이상이고 몸과 팔다리는 힘없이 빈약한 극히 기형적인 가분수인 외계인 ET와 같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은 수십 년 동안 경쟁과 협력을 수없이 반복해 왔다. 그러는 동안 서울은 수도권을 먹여 살리고, 수도권은 서울을 먹여 살리며 거대한 글로벌 메가시티의 경제공동체로 변모했다. 24개의 지하철 노선은 수도권 구석구석에 거미줄같이 촘촘히 뻗어 있어 티켓 하나로 수도권 어디에도 닿을 수 있다. 수도권 전체가 일일생활권이 됐다. 2500만 명이 밀집해 사는 이 어마어마한 인적 파워는 전국의 모든 산업 인프라와 에너지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버렸다.
여기에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국토 제일 남단에 위치한 부산·울산·경남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역 소멸에 심각한 위기를 느낀 부울경의 시장과 도지사들은 주민들의 큰 호응을 받으며 지난 2020년 부울경 메가시티 프로젝트를 국내 최초로 추진했다. 그러나 시장과 도지사의 교체와 함께 지역 이기주의가 더해져 각자도생으로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아직 불씨는 남아 있지만, 부울경 특별연합이냐 행정통합이냐를 놓고 용어 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다.
메가시티는 세계적 화두이며, 성공한 사례들도 해외에 많이 있다. 수도권 쏠림 현상에 대해 지방 도시들의 방어책은 그 지역의 사활이 걸려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도권의 쓰나미와 같은 거대한 물결은 어느 한 지역의 힘으로 절대 막을 수가 없다. 그래서 미래 도시형 상징인 부울경 메가시티가 답일 수밖에 없다. 복어는 물에서 적을 만나면 자기 몸무게의 네 배의 물을 마셔 몸의 부피를 최대한 팽창시켜 대항한다고 한다. 촛불이 횃불의 힘을 이길 수가 없다. 그러나 세 개의 촛불이 모이면 하나의 횃불이 될 수 있다.
부울경은 메가시티 건설에 최적의 천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은 한반도 군사분계선에서 가장 먼 최남단이자 태평양의 출발점이며, 세계 5대항 중 하나인 부산 신항이 있다. 2029년 개항을 준비 중인 가덕도 신공항과 낙동강의 풍부한 수원, 국내 최고의 전력 생산지 고리원전이 있다. 북쪽으로는 2500만 명이 넘는 무한한 소비처인 수도권과 남쪽 근접한 곳에는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이 있다. 이같이 우리의 무한한 상상력의 퍼즐들이 널려 있는 곳이 부울경이다.
메가시티는 부울경 3개 지역이 협의체를 만들고 센터 건물을 세우고, 실무자들이 수시로 만나 의논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헛소리요, 말장난이요, 면피성 정책에 불과할 뿐이다. 수도권의 대척점에 있는 남부지역에 강력한 도시국가 하나를 건국한다는 신념이 아니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지방 소멸 문제에 대한 절박함과 이에 대한 강력한 의지 그리고 상호 지역간의 희생과 양보만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이번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부울경 국회의원 후보들이 메가시티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어놓는 것을 볼 때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리는 것 같아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오는 10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국회의원 선택의 의미는 너무나 자명하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성공적으로 이루어 낼 수 있는 후보만이 선택되어야 한다. 이 무한한 상상력의 퍼즐들을 꼼꼼히 맞추어 10년, 20년, 50년, 100년 대계의 꿈을 우리 후손에게 물려 줄 수 있는 인물을 이번 총선에서 찾아야 한다.
2024-03-3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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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약한 연결에서 강한 인연으로
필자의 일은 아동을 돕는 후원자와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만나는 일이다. 얼마 전에는 부산 사하구에 있는 후원자의 사업장을 방문하다 들어가는 순간 공장 벽면에 필자의 재단 표어인 ‘어린이를 돕는 일 어린이재단이 합니다’라는 대형 간판이 부착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기업체 로고가 아닌 후원단체 로고가 왜 이곳에 부착되었을까 생각했는데 후원자를 만나면서 그 의문이 해소되었다. 이분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많은 후원금을 납부해 본 재단의 고액 후원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에도 가입된 분이다. 저소득가정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인재 양성사업 후원자로 몇 명의 학생들을 정기적으로 돕고 있고, 매년 돕고 있는 학생을 자주 만나 교류하고 이들의 멘토로서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분이다. 도움이 필요한 아동과 도움을 받고 있는 학생을 만나는데 이들 또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후원자와 결연아동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만나거나 전화나 문자로 안부를 전하는 등 정서적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관계를 설명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이론 중 하나로 ‘약한 연결의 힘(The strength of weak ties)’이 있다.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 스탠퍼드대 교수는 1973년 발표한 논문에서 약한 연결의 힘을 입증했다. 미국 보스턴 근교에 거주하는 직장인 수백 명을 대상으로 직업을 구한 경로를 조사한 결과 구직에 필요한 정보를 입수한 사람 중 30% 정도만이 가족이나 친구 등 강한 연결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고 70% 정도는 친밀하지 않은 약한 연결 관계의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와 같은 강한 연결의 관계는 그들이 속한 네트워크의 한정된 정보 내에서만 공유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지며, 기회나 정보, 생각의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정보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건너서 아는 사람 또는 우연히 알게 된 사람과 같은 약한 연결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개별적으로 속한 다른 네트워크상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더 정보 공유의 양이 풍부하고 공유와 확산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다.
후원자, 결연아동, 직원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은 어찌 보면 약한 연결에 가까운 관계이다. 그런데 이 약한 연결이 얼마나 강한 연결로 이어지는지 체감하니 필자는 약한 연결의 강한 힘을 누구보다 많이 실감한다. 후원자는 한 아이와 연결되니 이들을 제대로 돕기 위해 책임감을 느끼고 일하게 되고 이들의 멘토로서 좀 더 본이 되기 위해 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한다. 결연 아동은 도움을 주는 후원자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한다.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인척이 없는 상황에서 신뢰할 만한 어른으로서 자신을 돕는 후원자는 너무나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일을 하는 우리 직원은 후원자와 학생을 잘 연결해야 하고 그 연결이 강하게 결속되어 있어야 하니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후원자와 결연아동의 연결이 강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누구 하나 일방적인 희생이 없다는 것이다. 연결로 인해 자신이 조금 많이 가진 것은 나눠서 부족함을 채워주고, 받는 자는 감사를 배우며 그 도움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눠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서로에게 유익한 연결로 돌아오니 이보다 멋진 연결은 없다. 문득 연결을 거꾸로 바꿔보니 결연이 된다. 결연의 의미는 인연을 맺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인연이 많겠지만 이처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소중한 인연이 또 있을까? 한 아이를 살릴 수 있고 나 자신도 더욱 성장하는 이러한 인연은 경험한 사람만이 알기에 앞서 그 후원자는 지인들에게 그렇게 해서까지 함께 참여를 이끌고자 한 것이다. 필자는 약한 연결이 강한 힘을 발휘하고, 약한 연결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연으로 연결되는 가치에 공감하는 분이 많아서 그저 즐겁고 행복하다.
2024-03-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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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항에 이순신 장군과 부산대첩의 역사를 새기자
지금 부산항 북항은 개항 이래 천지개벽이 이루어지고 있다. 북항 기능을 부산신항으로 이전한 후 북항 앞바다를 매립하여 상업·업무지구, IT·영상·전시지구, 복합도심지구, 해양문화지구, 항만시설, 복합항만지구, 광장, 환승센터, 공원·녹지, 마리나시설 등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올해 연말이면 거의 마무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시설이 들어서는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 부지에 다양한 콘텐츠를 넣어 시민들의 즐길거리, 볼거리, 먹거리를 충족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북항 재개발사업 부지에 미래지향적 인프라나 활용 방안에 대해 고민할 때, 북항의 역사적 사실과 연계한 콘텐츠를 접목해 랜드마크화 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부산항 북항 일대는 1592년 10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적선 500여 척과 6만~7만여 명이 주둔하던 본진을 격파하여 육상으로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우리나라를 지켜낸 역사적 전투 현장이다. 이순신 연합함대는 10월 3일 밤 부산 가덕도 천성포구에 도착해 하룻밤을 지내고 4일 낙동강 하구에서 적선 6척을 불태운 뒤 가덕북쪽 동매산 아래서 1박하며 전략을 토의했다. 10월 5일 새벽에 출진하여 부산포로 진격하던 중 화준구미(다대동 화손대 북측의 내만)에서 적선 5척, 다대포에서 8척, 서평포에서 9척, 영도에서 2척을 순차로 격파한 뒤 부산포에 이르러 적선 100여 척을 격파했다. 그날 밤 다시 가덕으로 돌아가 1박한 뒤 부산을 떠나 전라좌수영으로 돌아갔다. 이러한 전투들 중 중심이 되는 부산포승첩에다 부산포로 진격하기까지 5차례에 걸쳐 적선 30척을 깬 나머지 전투를 통틀어 ‘부산대첩’이라 한다.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전라수군은 전쟁 첫해에 4차례 경상 바다로 출진하여 모두 승리를 거두는데 첫 번째 출진이 옥포승첩, 두 번째 출진이 당포승첩, 세 번째 출진이 한산대첩, 그리고 네 번째 출진이 부산대첩이다. 임진년 4대 승첩 중 한 번이라도 패전했더라면 제해권을 장악할 수가 없었다. 이 부산대첩의 격전지가 지금 부산진성 앞쪽에서 북항 쪽에 이르는 곳이고 부산 북항 터는 왜적의 해로 침략을 종결적으로 봉쇄한 국토수호의 성지라 할 수 있다.
부산시는 손재식 시장 재임 시에 부산시민의 날을 제정하고자 각계 여론을 수렴한 결과 동래부사 송상현공 순절일(5월 25일), 부산대첩 승전일(10월 5일), 부산항 근대 개항일(2월 27일), 부산부에서 부산시로 승격일(8월 15일), 부산시민헌장 제정일(8월 1일), 부산직할시 승격일(1월 1일) 등 6개 안이 제시되었다. 이들 중에서 시민들의 제의가 가장 많았던 부산대첩 승전일을 부산시민의 날로 결정해 1980년 9월 10일 확정·공포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으나 대다수 시민은 제정 취지나 유래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이제 부산시민들은 부산시민의 날이 왜적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낸 자랑스러운 날임을 알아야 한다. 그날을 기념하면서 부산대첩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산대첩의 역사적인 현장인 북항 재개발 지역의 친수공원 명칭을 ‘부산대첩기념공원’으로 정하고 부산대첩의 역사적 의미를 교육하고 전시할 기념관을 건립한다면 우리 부산이 호국·문화도시로의 면모를 갖출 것이다.
때마침 지난 1월 31일에는 북항재개발 지역의 주 간선도로인 이순신대로가 개통됐다. 부산대첩기념공원과 기념관이 조성된다면 UN평화기념공원과 더불어 ‘전쟁과 평화’의 역사적 연결 고리를 통해 세계에 ‘평화’를 알리는 부산의 확실한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남해안 시대를 새롭게 열어갈 북항에 부산대첩의 역사를 심고 2029년 개항 예정인 가덕신공항이 이순신공항으로 명명된다면 부산의 기운이 웅비하여 세계로 뻗어 나가리라.
2024-03-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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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직원을 존중하면 기업 평판이 올라간다
기업의 평판과 브랜드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브랜드는 회사가 고객에게 약속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중점을 두는 ‘고객 중심적’ 개념인 반면, 평판은 회사가 고객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신뢰 등에 초점을 맞추는 ‘회사 중심적’ 개념이다. 따라서 좋은 브랜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얼마나 고객과의 약속을 잘 충실하게 이행됐는지에 따라 만들어지는 반면, 좋은 평판은 이해관계자의 존중, 경영진의 역량, 재무적 성과, 혁신성, 직원에 대한 처우, 윤리적 이슈에 대한 대처 등 회사에 초점을 맞춰 종합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그간 기업들은 자사의 브랜드를 높이는 데 치중했고, 그 결과 수많은 마케팅 이론과 실무 등을 통해 브랜드파워를 강화해 왔다. 이에 반해 평판은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며 동시에 주변 이해관계자 등에 의해 수동적으로 평가받거나, 판단되어 오면서 사실 구체적인 개념이나 정교한 전략을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브랜드 못지않게 평판도 적극적으로 관리, 경영할 때이다.
기업평판을 측정하는 요소는 평판을 평가하는 ‘개인’이나 ‘기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대표적이 조사기관인 포브스지는 ‘Rep Trak’이라는 툴을 활용했는데, 이 툴에는 제품과 서비스, 혁신성, 근무 환경, 지배구조, 시민정신, 리더십, 성과로 분류해 판단한다. 여기서 지배구조란 경영의 공정성, 투명성, 윤리성을 강조하는 것을 말하며 시민의식이란 기업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각각의 측정 요소를 바탕으로 공통점들이 발견되었는데 바로 제품과 서비스, 리더십, 혁신성 및 성과, 직장 근무 환경, 사회적 책임, 인력관리였다. 이 요소들에는 기능적, 윤리적 책임을 평가하는 사회적 측면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에 대해 갖는 감정적 측면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으로 인력관리가 어떻게 평판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자면 외부에 비치는 평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내부 평판이다. 여기서 내부 평판이라는 것은 직원들이 자기가 속한 기업에 대해 갖는 평판을 의미한다.
따라서 좋은 내부 평판은 기업에 가지는 직원의 만족도와 상호 존중으로 만들어진다. 내부 평판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이 직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하며 정당한 대가도 지불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권한 위임, 즉 ‘임파워먼트’를 통해 고성과가 나오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여기에는 자율성이 보장되는 만큼 냉정한 평가도 뒤따라야 한다.
이를 잘 실천하는 넷플릭스는 성과에 대한 보상을 늘 공정하게 하면서 휴가나 출장 등에서도 자율성을 보장해 준다. 실제로 직원들에게 ‘넷플릭스의 최고 이익을 위해 행동하라’라는 지침을 제시했는데 일일이 간섭하지 않을 테니 회사의 비용을 자신의 비용으로 생각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라는 의미였다. 결과적으로 책임감을 강조하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침이었다. 평판 경영이라는 것은 늘 일상적인 경영에서 이뤄진다. 만약 기업이 직원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대한다면 기업 평판에도 곧바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경직된 기업문화 속에서 기업이 직원들에게 위임과 존중, 그리고 공정한 평가를 하지 않는 경우 기업의 의도와 관계없이 내외부적으로 악평이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외부 평판만큼이나 내부 평판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오늘부터 평판 특정 요소를 기반으로 내부 평판을 높이는데 관심을 가져보길 바란다.
2024-03-2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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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사가 의사사회를 비판하다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협과 정부 간의 갈등이 대통령의 뜬금없는 의대 2000명 증원 발표로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 결의로까지 비화되었다. 의대 증원이 의사의 존재 가치를 의사 스스로 부정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가? 생명의 절대적 가치를 수호하는 종교계는 왜 이번 사태에 침묵할까? 많은 의료기관을 거느린 종교계의 이해관계 때문일까? 낙태에 대해서는 그토록 강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던 종교계가 아니었나? 이런 의문들은 의대 증원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고 의료계에 내재된 불합리한 건강보험제도와 잘못된 의료 관행 및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들이 한계 상황에 도달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의협은 “의대 증원이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전공의들이 의사직 자체를 그만두고 의료 현장을 떠나게 함으로써 한국의 의료를 근본적으로 붕괴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의대생, 전공의, 교수들까지 동조하고 나선다. 의대 증원으로 초래될지도 모를 미래의 의료 붕괴를 사전에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진료 거부로 현재의 의료를 붕괴시킨다? 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심지어 의협은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정의로운 행동이라 주장한다. 사회의 정의가 위협받을 때마다 정의의 수호를 외치던 정의구현사제단은 의협의 정의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공의들은 36시간 연속 근무하고 많을 때는 주 120시간까지 격무에 시달린다. 체계적 교육 시스템 없이 밀려오는 환자들을 보기만 하고, 이런 극한 상황에서 필수의료 전공의들은 그만둘 생각만 한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져 분노하고 좌절하고 있는데, 의대 증원 발표는 여기에 방아쇠를 당겼다.” 전국전공의협의회 회장의 주장이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열악한 업무 환경 때문이고 의대 증원은 단지 집단행동의 불쏘시개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전공의들의 근무 환경은 상당 부분 비합리적이고 위계적인 수련 과정에서 기인한다. 1년 차에서 4년 차까지 수직적으로 위계화된 전공의 체계는 당직이나 일상적으로 행하는 많은 일들을 거의 전적으로 저연차들의 몫으로 돌리고 고연차로 갈수록 이런 업무에서 자유로워지게 한다. 4년 차가 되면 전문의시험을 핑계로 병원 업무에서 거의 벗어난다. 36시간 연속 근무와 주 120시간 근무 등과 같은 비상식적인 노예적 상황이 발생하는 조건들이다. 이런 과정을 이미 거치고 지도전문의가 된 교수들은 극한적인 노예적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고 수련 과정에서 겪어야 할 당연한 통과의례로 여긴다. 이런 과정을 견디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고생에 대한 보상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의대 증원 반대의 진짜 이유다.
서울대 한승희 교수는 지적한다. “이번 사태는 의료문제를 넘어 의사를 길러내는 의학교육 전반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의대 교수들이 집단사직 결의에 앞서 깊이 자성해야 할 지점이다. 전근대적인 봉건적 수련 체계를 개선하지 않는 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언제든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 교육병원의 비합리적인 수련 체계와 과도한 전공의 의존이 문제의 핵심이다. 필수의료 전공의에 대한 임금 보조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한다.
의대생들은 왜 증원에 반대할까? 저학력자들의 의대 진입이 자신들의 자긍심에 생채기를 낼까 봐서일까. 의학교육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 때문일까. 의대 증원이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져 결과적으로는 국민의 건강권을 헤친다는 주장은 의사와 의대생들의 전형적인 엘리트 의식에서 나온다. 상위 5% 정도의 학력이면 의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충분하다. 상위 0.1%의 학력자가 의대로 몰리는 게 오히려 비정상적이고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미래의 의료계를 이끌어가야 할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교육을 책임진 교수들이 이들의 교육현장 이탈을 방조하고, 심지어 집단사직 결의로 이들의 집단행동을 방조하는 행태는 교육자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의협, 의대생, 전공의, 교수들로 이루어진 의사사회의 견고한 이익공동체의 집단의식 발로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모 국립 의대 보직교수들의 삭발 퍼포먼스는 교수들의 비교육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한 편의 블랙코미디다. 의대졸업식에서 의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성찰을 구하는 학장이라도 있어 그나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이번 의료위기는 그동안 누적된 의료적폐 해소와 의료개혁의 기회가 될 수 있다.
2024-03-2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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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문가 지방 의원의 중요성
국회의원, 지자체 단체장 등 선거에서는 내놓으라 하는 사람들이 몰려 경쟁이 치열하다. 이는 이런 자리들이 많은 특권을 누리기 때문이고 그들이 국민을 바라보고 오롯이 봉사만 하겠다는 것은 허울 좋은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지방자치 의원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에 비할 바 아니다. 특권이 없는 만큼 봉사할 수 있는 양도 적어서 지방 의원은 하지 않는다고 국회의원 출마 후보자들은 강변할까? 지방 의원은 현재 내가 사는 고장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크고 작은 정책 및 사안을 심의하고 필요한 조례를 만들 수 있다. 매의 눈으로 살필 수 있는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내가 사는 고장이 잘되게 하려면 지자체 단체장, 국회의원을 올바른 사람을 뽑는 것도 방법이지만, 올바른 지방 의원 선출도 중요하다. 다만 이 자리는 국회의원, 단체장에 비할 바 없이 특권이 낮으므로,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큰 업적이 있는 사람들은 지방 의원 공천을 받기 위해서 목을 매지 않는다. 특권은 없어도 오롯이 실질적인 봉사를 위해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지방자치 의원을 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세 가지가 갖춰져야 한다.
첫째, 자기가 사는 지역이 잘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봉사 정신이 투철해야 하고 열정 또한 있어야 한다. 봉사하겠다는 열정 없이 전문직급에 있는 사람들이 지방 의원 할 리는 만무하다. 둘째, 본인이 하는 현업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시간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생계를 도외시하고 봉사계급장만 받기 위해서 지방 의원을 할 수는 없다.
셋째, 현재 지방 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소위 당의 공천을 받고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본인의 시간을 희생하고 거기에 대해 특권보다는 오롯이 봉사만 해야 하는 자리를 위해서 전문가가 국회의원에게 잘 보여서 공천을 받고, 또 표를 받기 위해서 선거운동을 치열하게 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지방 의원의 추천권은 그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결정한다. 지자체의 정책을 심의하고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여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무소속으로, 그리고 선거운동하러 시장 골목을 다니지 않고 출사표만 던져도 오로지 봉사만을 위해서 지방 의원 선거에 나왔다는 것을 부산시민들이 잘 헤아려서 전문가를 응원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이 현재보다 나아질 것이다. 지방 의원이 맡은 책무는 막중하다. 그에 대한 봉사 또한 비례하여 가치가 있다. 지자체가 어제보다 발전하고 싶다면 각 분야의 전문가가 나서야 하고 전문가가 봉사 하나 만을 보고 나설 수 있도록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과 대등하게 지방 의원이 그 고장을 위해서 토론하고 봉사하고 같이 노력을 기울일 때 내 고장이 좋아지고 국가 또한 발전할 것이다. 따라서 전문지식, 열정, 지역 시민의 자각, 이 세 가지가 있으면 오롯이 봉사하여 내가 사는 지역을 바꾸고자 하는 전문가가 지방 의원에 발을 디딜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제안해 본다. 결국은 시민이 주인이고 시민이 부산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
2024-03-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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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소방 구현
지난 1월 30일 국제투명성기구에서 2023년 전 세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총 100점 만점에 63점으로 조사 대상 180개국 중 32위를 차지했다. 동시에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8개국 중 22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은 2016년 9월 28일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위 평가에서 ‘매우 부패’로 시작해 2023년 ‘상당히 청렴’으로 평가받아 절대적인 점수에서나 주변국과의 상대평가에서도 비약적인 국가청렴도 성장을 이뤄냈다.
이는 청렴과 관련된 법 제정으로 공공, 민간 모든 분야에서 반(反)부정부패의 인식이 높아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위 지표는 정부와 국회의 부패 정도를 수치화한 의미가 크며 국가에 대한 신뢰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자국 기업 활동뿐 아니라 외국 기업 활동의 안전을 보장하는 지표로 평가받는다. 극단적인 예로 기관에서 하는 결정에 청탁, 비위 등의 외부 요소 개입으로 결과가 바뀐다면, 어떤 기업과 나라에서 믿고 투자를 하겠는가? 부패인식지수의 점수와 단계 상승은 국가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요소이다.
국가 청렴도의 비약적인 성장은 단순히 법 제정뿐 아니라 정부의 관리 노력 또한 필요하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2002년부터 매년 국민, 기업인, 전문가, 외국인, 공무원을 대상으로 ‘부패인식도 조사’에 대한 설문을 실시하고 있다.
경찰, 세무, 병무·국방 등 11개 행정 분야 중 소방은 조사가 시작된 이후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는 행정 분야’ 1위의 자리를 매년 지켜와 앞서 말한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인식지수 등의 국가청렴도 평가에서 선두를 지키는 청렴의 선봉장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소방이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고 청렴한 행정기관으로 평가받는 원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중앙의 소방청에서부터 각 시도본부 및 소속 소방서의 친절과 봉사의 민원 응대와 청렴의식을 높이기 위한 각종 노력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부산소방재난본부와 소속 소방서에서는 부패방지권익위법에 근거하여 모든 직원들에게 매년 의무적으로 청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건물의 소방시설 설치와 점검, 위험물 관리를 하는 공사업체와 관리 업체 등을 대상으로 소방관의 업무처리 만족도에 대한 평가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소방관들은 자기의 업무처리에 부정부패와 비위의 요소가 있었는지 매달 자기진단을 통해 스스로 되돌아 보고 평가하고 있다. 위 결과를 바탕으로 부산 소방에서는 우수 청렴 유공자로 선정된 소방관 대상으로 표창과 근무평정 우대의 인센티브를 주는 피드백을 거쳐 직원들의 청렴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장 일선에서 밤낮으로 활약하고 있는 소방·구조·구급대원들의 헌신적인 모습에 존경을 표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우리 소방에 대한 청렴도 평가의 결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북부소방서는 지난해 8월 1일 문을 연 이후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온전히 한 해를 평가받는 시간을 맞이했다. 올해 갑진년(甲辰年), 호수에 숨은 잠룡(潛龍)이 꿈을 이룬 후 하늘로 올라 멋진 청룡(靑龍)이 되듯이 ‘부산소방 최우수 청렴 소방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북부소방서 구성원 모두는 위 목표를 향해 합심하여 노력할 것이다.
2024-03-1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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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구~광주 '달빛철도'를 바라보며
국회의원 261명이 공동발의한 ‘달빛철도 특별법’이 지난 1월 25일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 총구간은 198.8㎞이며 사업비는 4조 5000여억 원에 달한다. 2027년 착공해 2030년 달빛철도가 완공되면 대구~광주를 1시간대 생활권으로 묶고 2030년 개항 목표인 대구경북 신공항과 연계되면 500만 호남 여객과 물류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올해 초 시정 인터뷰에서 ‘광주~대구 달빛철도’를 연계해 영·호남 중부권을 아우르고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남부권 중심의 국제공항을 신설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부산 시민으로서 허를 찔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2002년 중국 국제항공이 김해공항 돗대산에 부딪혀 12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다. 이로 인해 김해공항의 지형적 안전성 확보와 승객 수요 팽창에 따라 2006년 노무현 정부는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을 추진했다. 마침 인접한 곳에 세계 5대항 중의 하나인 부산 신항만도 개항했다. 부산 신항만과 연계해 영·호남권 물류와 승객 이동 수요를 충족하는 남부권 중심 국제 신공항이라는 큰 꿈을 안고 시작한 것이 지금 가덕신공항의 출발점이 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가덕도와 밀양을 두고 갈등이 있었다. 밀양은 산지로 형성돼 공항이 들어서기에 최악의 지형이었고 가덕도는 바다를 끼고 있어 24시간 소음에도 지장이 없는 최적의 위치였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지역 이기주의 표심에 편성한 편 가르기로 인해 극단의 갈등으로 치달았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원천 무효라는 이상한 결정을 선언해 부산 민심의 원성은 극에 달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갈등이 심화됐다. 외국인 조사기관의 보고서를 핑계로 대구시는 K2 공군기지를 민항과 함께 의성 쪽으로 이전하는 것을 허락했다. 대구시가 독자적으로 공항을 유치할 길을 열어 주었고 이는 지금 TK공항의 기초가 됐다. 그러나 부산시는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에선 부산 엑스포 유치 공감대 형성과 시민 열망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2021년 3월 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를 위해 2년 동안 혼신의 힘을 쏟고 있을 때, 대구시는 인천상륙작전하듯 TK공항을 추진했다. 달빛철도마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상태로 국회를 통과한 상태에서 TK공항 개항을 2029년 이전으로 서두르고 있다. 부산 가덕신공항 개항이 2029년 12월이라 먼저 개항해 화주들과 물류회사 유치를 선점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가덕신공항은 바다를 메우고 다지는 토목공사라 공기가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달빛철도가 부산지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결코 작지 않다. 홍 대구시장은 달빛철도와 TK공항 착공으로 임기 내 사업은 이것으로 모두 끝났다고 한다. 서울, 평양, 대구가 중심이었던 조선 시대의 영화를 다시 되돌려 놓는 것이 본인이 대구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철도와 공항을 연결할 때, 그곳에 인력과 동산이 모이고 이로 인해 제3의 역사가 일어난다. 주변의 모든 산업 인프라를 흡수하는 블랙홀 현상도 일어나고 지역 양극화 해소 정책에도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부산 입장에선 결코 편하지 않다. 몇 년 전 부울경 메가시티가 지역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부울경 산업 클러스터들이 상호 협력해 수도권에 대적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역 이기주의에 의해 각자도생으로 끝나 버렸다.
부산이 남부권을 선도하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그 주도권이 대구로 옮겨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면 기우일까. 한번 고착화된 국가기간산업 시스템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 부산도 ‘달빛산(부산산)’ 철도를 통해 남부권의 상생과 대의를 내세우며 이익을 극대화할 수는 없었을까.
2024-03-14 [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