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불명 기호·암호…네티즌은 '외계어族'
본보취재진 남녀 중학생 155명 조사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인터넷채팅 온라인게임 등 시간을 다투는 인터넷문화의 확산에 따라 처음에는 언어축약 등의 단순한 형태로 나타나던 언어파괴 현상이 최근에는 아예 기호화 암호화해 또래끼리도 알아보지 못하는 '외계어'로 둔갑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방가! 나 알쥐? 얼간마네 일케 편지 버낸다. 훔~냐 내눈 빨뤼 2학끼가 끈나씀 저케타' '요새 겅뿌 잘 하고 있남? 우쒸 열라 열바다!! 니 폰 샀다미! 추카추카 이버네 셤 치면 잘 할끄쥐? 빠이당~~~' '하이룽~~ ㅋㄷㅋㄷ 시험 절라 실타! 니눈 셤겅부 하거 있낭? 어늘 포2(포트리스2) 함 뜨까? 낼 학겨서 보자 빠빠룽~'.
본보 취재진이 지난달 22일부터 3일간 부산 영도구 모 중학교 1·2학년 5개반 155명의 남녀 중학생을 대상으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게 한 뒤 얻은 결과물 가운데 일부이다.
대상 학생들의 글을 국어교사 3명의 협조를 얻어 분석한 결과,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인터넷 채팅 전자우편 등에서 이용하는 국적불명의 통신언어를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 국어교사 김모(30·여)씨는 '아이들의 잘못된 글을 발견할 때마다 고쳐주지만 워낙 광범위하게 퍼진 사회현상이라 역부족을 절감하며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지낸다'면서 '우리 말과 글이 파괴되면 어떤 형태로든 청소년들의 사고방식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한 언어파괴 현상이 청소년들의 실제 언어생활에까지 깊숙이 침투하는 등 우리 말과 글이 급속히 파괴되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대구대 국문학과 이정복 교수팀에 용역을 의뢰,최근 발표한 '바람직한 통신언어 확립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각종 게시판 등 PC통신과 인터넷을 사용하는 20대 네티즌의 83.3%가 비속어를 사용하고 있으며,10대의 39.1%가 은어를 상습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인터넷문화의 익명성과 기성세대의 접근을 거부하는 신세대의 비밀주의 문화가 청소년들의 한글파괴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연구에서 이 교수팀은 △학교 문법교육 강화 △국어교육 속에 통신언어 포함 △인터넷 운영자들의 지속적인 홍보 △바른언어 사용을 위한 시민운동 강화 등을 비뚤어진 언어파괴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유행처럼 번지는 청소년들의 한글파괴 현상을 막을 뾰족한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국어학자 등 전문가들은 최근 인터넷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언어파괴 현상을 대단히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를 방치할 경우 세대간 의사소통의 단절은 물론 또래집단끼리의 '왕따현상'을 부추기는 등 걷잡을 수 없는 부작용이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세익기자 run@p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