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좋아하는 부산, 외국인 민원엔 ‘느릿느릿’ [부산은 열려 있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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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람 : 이방인을 이웃으로 ③ 외국인 친화 정책

행정·금융 서비스 이용 ‘높은 벽’
한국어·문화 교육 인프라 태부족
물품 보관·식당 내 포크 사용 등
관광객 눈높이서 환경 조성해야

지난 9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여행안내소에서 여행가방 보관 서비스를 이용한 대만 관광객이 보관한 가방을 찾아가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지난 9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여행안내소에서 여행가방 보관 서비스를 이용한 대만 관광객이 보관한 가방을 찾아가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외국인 관광객 300만 시대. 거리 어디에서나 쉽게 외국인을 만날 수 있을 만큼 부산 전역이 ‘관광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도로 곳곳에 캐리어를 끈 그들은 부산을 어떻게 생각할까. 부산을 진정 ‘열린 도시’로 생각할까. 관광안내소에서 부산을 찾은 외국인들을 만나고 ‘글로벌 도시’ 부산에서 살기로 결심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부산이 관광 도시, 외국인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일상 속 불편을 세심하게 살피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관광 도시지만 높은 캐리어 문턱

지난 9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방문한 광안리 관광안내소에는 관광객들이 맡긴 캐리어가 가득했다. 광안리 관광안내소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은 캐리어 무료 보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광안리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0·30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대부분이 소위 ‘뚜벅이’ 여행객인 만큼 캐리어 보관 수요가 크다는 것이 안내소 측 설명이다.

이날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만난 스웨덴 관광객 리나 레브챈코(26) 씨는 “부산에는 아름다운 관광지가 많지만 경사가 심하고 계단이 많아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 너무 힘들다”며 “캐리어를 들어 올린 채 해동용궁사 내 좁은 다리와 계단을 지나다니느라 여행 첫날부터 녹초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사하구 감천문화마을과 영도구 흰여울마을 등 부산 주요 관광지는 경사와 계단 탓에 캐리어 이동이 쉽지 않다. 물품 보관소가 있긴 하지만 자리가 없어 짐을 맡기지 못하면 무거운 짐을 들고 다녀야 한다. 관광객들은 기본적인 끼니 해결부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젓가락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식당에 포크를 요청해야 하는데, 관광지 인근 식당조차 포크가 없는 곳이 적지 않다.

동서대 권장욱 관광경영컨벤션학과 교수는 “부산시는 관광협회에 의뢰해 관광지 내 불편 사항을 확인·관리하고 있으나 다양한 문제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외국인 유학생에게 부산 여행을 체험 시키고, 그들의 문화와 경험으로 인해 겪게 되는 문제점을 조사해 개선하는 점검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전히 높은 ‘평범한 하루’ 문턱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제도 미비로 인한 장벽을 일상 전반에서 마주한다. 특히 행정·금융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본인 인증’ 벽을 넘는 것이 매번 고비다. 기관마다 띄어 쓰기와 대·소문자 구분 등 이름 입력 규정이 달라 스무고개를 해야 하고, 같은 기관이라도 웹 버전과 앱 버전에 적용되는 이름 규정이 달라 본인 인증에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비자 전환 과도기에는 ‘비자 미비’로 분류돼 금융·통신 등 기본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한국에서 5년째 거주 중인 네이트 켄달(38·동래구) 씨는 “지난해 기존 비자와 다른 종류의 비자를 신청했는데 처리 기간이 3개월이나 걸렸고, 그 사이에 기존 비자가 약 2개월 정도 먼저 만료된 시기가 있었다”며 “한국 체류는 허용된 상황이었지만 통신사 변경 등 비자가 필요한 모든 상황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비자 문제를 비롯한 부산 거주 외국인 민원 관리는 부산글로벌도시재단과 외국인주민지원센터,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등 3곳이 전담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외국인은 민원 처리를 위해 세 기관 중 어느 곳에 문의를 해야 하는지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달에서야 시는 통합 전화번호인 1600-0051을 마련했다.

일상 기반에서도 개선 과제는 많다.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법무부가 운영하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 과정 ‘사회통합프로그램’ 신청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켄달 씨는 “지난해 사회통합프로그램 레밸 테스트 접수 당일 부산 지역 정원 300명이 몇 시간 만에 모두 마감됐다”고 하소연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글로벌도시재단 내 한국어 교육 예산을 지난해 4800만 원에서 올해 5900만 원으로 늘렸고, 관련 프로그램도 매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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