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주례하듯 좋은 말만 떠벌리는… '주례사비평' 이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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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비평의 글 한데 묶은 '주례사비평을 넘어서' 출간

문단을 떠도는 '문학의 위기'라는 망령은 '비평의 위기'와 더불어 찾아왔다. 출판의 상업주의와 대학의 분파주의에 편승해 작품성이라는 '꽃'을 달아준 비평은 이제 '주례사 비평'이라는 악명과 대면할 수 밖에 없다.

비평가적 양심보다 출판사 학연 등 특정한 이해관계에 얽혀 마치 결혼식 주례를 하듯 작품과 작가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해주는 비평행위. 주례사 비평을 일컫는 말이다.

이같은 주례사 비평을 겨냥한 비평,그러니까 메타비평의 글들을 묶은 '주례사 비평을 넘어서'(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펴냄)는 '비평 없는 비평이 몰고 온 비평의 타락과 문학의 위기'라는 부제만큼이나 선명하게 다가온다. 문학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는지,같은 문학평론가의 입장을 넘어 주저없이 까발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하상일(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위원)은 문학평론가 정과리의 비평집 '무덤 속의 마젤란'을 놓고 '무덤 속의 비평'이라는 글들을 양지 속으로 끄집어낸다. 정과리의 비평집은 동어반복에다,그 동어반복 만큼이나 '문학과 사회' 출신의 문인들이 비평대상으로 반복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과장된 제스추어,대상에 대한 과잉해석 등 '해석의 독점'을 문제삼으면서 비평의 비판정신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김진석(인하대 교수)은 미당 서정주를 둘러싼 불온한 소문의 진상찾기에 나선다. '초월적 서정주의에 스민 파시즘적 탐미주의'. 문학텍스트와 사회행위 사이에 존재하는 내밀하고 복잡한 관계들을 유종호 이남호 오세영 천이두 김재홍 등의 비평을 통해 해부한다.

김명인(국민대 겸임교수)은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신경숙이라는 작가를 둘러싼 신화의 속살을 건드린다. 조남현 황종현 정과리에 비한다면 박혜경 남진우 임규찬 김병익 신수정 등이 신화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권성우는 '현학과 과잉,그리고 비평의 감옥'을 통해 황종연의 비평세계를,고명철은 '메이저에서 상품화된 마이너들의 농담'에서 소설가 은희경을 둘러싼 비평을,이명원 홍기돈 신철하 진중권 등은 비평의 비판 없음을 날을 세운채 지적하고 있다.

'문학과 제도'로부터 함몰되고 소외된 '문학과 정신'. 이같은 과제를 씁쓸하게 붙들고 있는 주례사 비평에 대한 이들의 비평은 과장된 수사의 폐해를 지적하면서도 메타비평의 또다른 비평을 불러오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임성원기자 forest@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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