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한국사회의 유교적 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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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티나 도이힐러

서구 한국학계의 기념비적인 저작 중 하나인 '한국 사회의 유교적 변환'(이훈상 옮김/아카넷/2만3천원)이 출간됐다.

제임스 팔레,에드워드 와그너 등과 함께 서구 한국학 대가로 손꼽히는 마르티나 도이힐러 영국 런던대 명예교수 92년 저작을,이훈상 동아대 인문학부 사학전공 교수가 11년에 걸친 꼼꼼한 번역 작업 끝에 펴낸 것.

이 책으로 93년 '위암 장지연상'(한국학 부문),2001년 '용재학술상'을 받은 도이힐러 교수는 책에서 조선왕조 창건을 주도한 사대부들의 이데올로기였던 신유학(성리학)이 조선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사회인류학은 물론 사상사,사회사,또 중국,일본과의 비교사 연구를 통해 규명하고 있다.

'80년대 서구에선 아날학파 등을 중심으로 가족문제로 인한 사회해체 연구가 주요과제로 떠올랐지만 한국사 연구자들은 거대 담론에만 매몰된 채 가족이나 친족제도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게 책의 중요성에 대한 역자의 해설.

책은 '조선을 건국한 사대부는 고대 중국에 있었다고 믿어지는 이상적인 사회를 당시 조선에 재건하려고 하는 강한 비전을 갖고 있었으며 '한국의 유교화'가 바로 그 비전의 결과물'이라고 말하면서 특히 조선 후기에 확립된 부계 중심의 친족제도의 형성을 '한국사회의 유교화'라는 맥락에서 파악하고 있다.

또 중국 등과의 비교사적 접근을 통해 들여다 본 책은 '고려 사회와 조선 사회의 중요한 차이점들은 제사와 족보 편찬 등에서 중국의 종법(宗法)제도를 수용한 신유학에서 비롯됐지만 중국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조선시대 친족 구조나 조상 숭배,가계 계승,상속 제도,여성의 위치,혼인 관계 등이 중국의 유교적 질서에 따라 변화했지만 고려시대 가족제도에서 보이는 유교화 이전의 특징,여성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고려 등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 후기에 접어들면서 장자우대의 불균등 상속제도로 변형되면서 한국의 특수한 유교문화,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전통으로 자리잡게 됐다는 것.

'석사 시절,제임스 팔레 교수의 탁월한 저작에 감명받은' 역자는 그 후 10년에 걸쳐 팔레의 '전통 한국의 정책과 정치'를 번역한 데 이어,다시 10년 동안 이 책의 번역에 매달렸다.

또 그는 와그너의 '조선왕조 사회에 있어서 성취와 귀속' 번역도 마무리한 상태. 서구 한국학 주저 3권을 모두 번역하는 성과를 통해 한국사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한 셈이 됐다.

김아영기자 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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