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마스터플랜 없는 부산, 통합돌봄은 기회이자 과제” [함께 넘자 80세 허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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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다음 80년, 건강을 화두에

특별·광역시 중 유구한 건강 꼴찌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에, 격차마저 심각하게 벌어지는 현실은 무섭기까지 하다. 그러나 특효약을 고안할 예산도, 인식도, 거버넌스도 부족하다. 본질적인 꼴찌 탈출이나 격차 해소는 이대로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본보는 지난 12월부터 이달까지 부산의 유일한 보건의료정책 싱크 탱크인 ‘부산시공공보건의료지원단’의 전현직 단장 4인을 모두 만났다. 1대 단장을 맡았던 부산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황인경 교수(이하 황 교수)부터 2대 단장 윤태호 교수(이하 윤 교수), 3대 단장 부산대병원 김창훈 공공보건의료실장(이하 김 실장)과 현 4대 단장인 동아대 예방의학교실 김병권 교수(이하 김 교수)까지 본보는 부산의 건강 격차 원인과 해결 방안을 물었다.

■고질병 여전한데 개선 의지 실종

앞으로도 전문가들은 부산 시민의 건강 수준이 개선은 될지언정 전국적 꼴찌 탈출이나 격차 감소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김 실장은 “좋아질 리가 없다”며 “행태가 좋아져도 평균적 개선일 뿐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에 돈이 돌면 해결된다는 식의 안일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좋아져도 전국이 다 같이 좋아지는 것일 뿐이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병원을 짓고 침례병원을 해결한다 해도 그 사업 하나로 (지표가) 올라가겠냐”며 “전체적인 정책을 지표와 함께 들여다보며 끌고 갈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행태 개선에서 비롯된 사망률 지표 개선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 교수는 “건강행태가 과거보다 좋아졌기 때문에 10~20년 뒤에는 사망률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급성기가 되었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고, 그 대응을 지금부터 만들어가야 하나 현재 그런 연구 기능이 없어 한계다”고 밝혔다.

2015년 지원단 출범 당시 지자체 보건의료는 ‘정부 일을 그대로 받아서 한다’는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의 사업을 잘 수행하면 부산에서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는지도 몰랐다. 부산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산을 위한 연구와 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지원단이 출범했으나 현재도 지원단의 위상은 여전히 낮고 부산의 건강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다. 황 교수는 “부산에는 암, 심뇌혈관 등 센터나 각종 지원단이 많지만 각자 사업만 하기 때문에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통해 연계와 협력을 해보려 했다”며 “그렇지만 애초에 중앙에서 만든 모형인데다 시에서 지원단을 키우지도 못했고, 시민건강재단으로 방향 전환을 해보려도 했지만 ‘재단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에 실현되지 못 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2년 마다 위탁이 바뀌는 식이 아닌 법인이나 직제를 넣는 식으로 공적 조직이 되도록 노력했고, 지자체 차원에서 공공의료를 책임지고 심도있게 다룰 수 있도록 시민건강국 내 ‘공공의료정책과’ 등 이름으로 한데 묶으려는 시도 등을 했었다”며 “결과적으로는 당시의 고민이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인 상태다”고 말했다.

부산 안의 격차마저 크게 벌어지는 현실을 바꾸려면 과감한 투자와 정책적 전환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보건의료에 적극적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원인에 김 교수는 “소위 ‘뽀대’가 안 나고, 당장 효과가 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지역 단위 건강 격차를 줄이는 정부 사업이 부산에서도 시행됐었지만 전 정부에서 사라졌다”며 “그렇다면 지방에서 이어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예산이 정말 없느냐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도시 전체를 번쩍이게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혜택의 대부분이 중산층 이상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소생활권과 같이 지역의 가장 작은 단위로 내려가야 한다. 15분 도시가 그런 의미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정책이 그렇게 실현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예방 중심 통합돌봄·마스터플랜 필요

오는 3월 27일 시행될 통합돌봄은 ‘모두가 다같이 건강하게 사는 부산’을 만들기 위한 기회다. 그러나 발굴과 연계만 잘 하겠다는 관료 중심 사고를 벗어나, 소생활권 단위로 건강 악화를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나가야만 진정한 ‘부산형’ 통합돌봄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윤 교수는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인프라나 자연환경인 물리적 환경과 관계 중심의 사회적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며 “전통적인 건강과 복지 정책은 가장 취약한 사람을 잘 골라내겠다는 개인적인 접근이었고, 그 접근만으로는 건강이나 복지 수준 개선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통합돌봄은 대상자를 잘 선정해서 서비스 제공 기관이 어떻게 통합적으로 제공할지 정도의 개인적이고 제공자 중심인 접근에 그친다”며 “통합돌봄에서는 예방적 접근이 매우 중요한데, 의료 체계가 그러했듯 서비스 공급에선 예방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통합돌봄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시군구보다 규모가 작지만 동 단위 편차를 줄인 소생활권 단위에서 보건의료를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거점 센터를 규모 있게 두고, 여기에서 각 동의 통합돌봄과 같이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만의 건강 마스터플랜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황 교수는 “부산은 건강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없다. 지역보건의료계획은 종이로 시작해서 종이로 끝나는 작업에 불과하다”며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시와 전문가 그룹이 모여 지표를 관리하고 중간 평가도 하면서 전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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