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20년 희망을 캐자] 공천·선거 錢의 전쟁 선거공영제는 '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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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부산지역 모 기초단체장 유력 후보였던 A 씨는 최근 출마를 포기했다. 그는 한때 한나라당 공천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천을 받으려면 선거자금으로 10억원이 있어야 한다"는 지역구 당협 관계자의 말을 듣고 꿈을 접었다. A 씨는 아무리 해도 돈을 마련하기도 어려웠고, 설사 마련한다 하더라도 앞으로 이 돈을 갚을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A 씨는 "구청장에 당선되더라도 선거때 쓴 돈을 갚으려면 결국 남의 돈을 받아야 하는데 그 짓은 도저히 못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례2  또다른 부산지역 기초단체장 후보인 B 씨는 얼마 전 국회의원으로부터 "당신은 돈이 없어 구청장 공천을 주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결국 돈이 적게 드는 시의원 출마로 방향을 틀 수 밖에 없었다. B씨는 "자질과 능력에 상관없이 돈이 없으면 단체장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감과 회의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공천 헌금 · 운동 비용에 출마포기 속출
선거 후 비용 보전 받더라도 수억씩 날려


6·2 지방선거 후보들이 돈 때문에 출마 꿈을 접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요즘 개그프로의 유행어로 표현하자면 '돈이 없으면 출마도 못하는 더러운 세상'이다. ▶관련기사 3면

정당 공천부터 선거까지 결국 돈이 좌우하는 왜곡된 선거풍토는 아직도 심각하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양질의 후보를 뽑기위해 선거비용을 보전해주는 선거공영제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이때문에 '공천 헌금'과 '고비용 선거구조'를 뿌리뽑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방선거 후보 및 지역 정치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나라당 기초단체장 공천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최소 5억원에서 10억원의 돈이 있어야 한다. 일부 지역구에서는 노골적으로 공천 대가로 거액의 선거자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당직자 출신인 C 씨는 일찌감치 출마를 포기했다. 그는 "선거판을 가까이서 지켜본 입장에서 최소 10억원이 없으면 기초단체장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초단체장의 경우 3억~5억원의 기본적인 공천 헌금에다 추가 선거비 등으로 10억원 이상이 들고, 시의원도 일부 선거구는 기본적으로 1억~3억원의 공천 헌금이 필요하다는 게 '정설'이다"고 말했다.

교육감 선거도 마찬가지다. 20억~30억원의 자금이 없으면 선거일까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법정선거비용은 부산 기초단체장의 경우 1억6천만원 안팎에 불과해 당선된 후 선거비용을 보전받는다 하더라도 결국 후보자는 수억원의 돈을 선거과정에서 날릴 수 밖에 없다.

공천이나 선거가 이처럼 '錢(전)의 전쟁'이 될 경우 피선거권이 사실상 돈에 따라 좌우됨으로써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당선자의 입장에서도 검은 돈의 유혹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비리구조를 조장하게 된다.

따라서 사정당국의 강력한 단속과 함께 법정선거비용 조정, 후원회를 통한 선거자금 모금액 상향, 경선 및 국민배심원제와 같은 상향식 공천 시행 등의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손영신·김영한 기자 ze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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