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돌아온 '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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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입에 댄 채 벌컥벌컥 술을 들이켜는 것을 가리켜 '나발 분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나팔 분다'고 해야 할까. 어떤 사실을 자백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은 '나발을 불다, 나팔을 불다' 가운데 어느 것일까.

무척 헷갈리겠지만, 알고 나면 쉽다. 사실, '나발(을) 불다'와 '나팔(을) 불다'는 같은 뜻. 그러니 어느 걸 써도 상관없다. 이 말들에는 이 밖에 '터무니없이 과장하여 말을 하다'나 '어린아이가 소리 내어 시끄럽게 울다'라는 뜻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발=나팔'은 아니다. '나팔'은 사전풀이가 이렇다.

'금속으로 만든 관악기의 하나. 군대에서 행군하거나 신호할 때 쓴다.'

여기에다 '끝이 나팔꽃 모양으로 된 금관 악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는 뜻도 있다. 반면 '나발'은 풀이가 이렇다.

'옛 관악기의 하나. 놋쇠로 긴 대롱같이 만드는데, 위는 가늘고 끝은 퍼진 모양이다. 군중(軍中)에서 호령하거나 신호하는 데 썼다.'

'옛 관악기'에서 알 수 있듯이, 요즘 악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기상나팔, 진군나팔'이란 말은 있어도 '기상나발, 진군나발'이 없는 건 그 때문이다. 거꾸로 "이순신 장군의 지휘에 따라 진군하라는 나팔을 불었다"고 해도 좀 어색해지는 것.

이처럼 헷갈리는 악기 이름에는 '장고, 장구'도 있다. 특히 이 말들은 국립국어원과 여기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 때문에 헷갈리는 것이어서 더욱 아쉽다. 지난 1999년 국립국어원이 찍어낸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장고'가 '장구의 잘못'이라고 풀이돼 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국립국어원이 종이사전 찍어내기를 포기하고 대신 인터넷에 올린 웹사전에서는 이렇게 바뀌었다.

'장구의 원말.'

여기서 '원말'은 '본딧말'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예전엔 '장구'만 표준어였지만, 이젠 '장고'와 '장구' 둘 다 써도 된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홍보가 덜 돼 아직도 우리말 전문가들조차 "장고는 틀린 말이니 장구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현실이다.

'사잇길'도 비표준어에서 표준어로 지위가 바뀌었다. 종이사전에선 '샛길의 잘못'이라고 했지만 웹사전에선 '샛길의 본말'로 설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본말' 역시 '본딧말'이라는 뜻이다.

이진원 기자 jinw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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