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부산 대표기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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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를 지극히 짝사랑하면서도 '롯데는 부산의 대표기업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시민의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오후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앞을 시민들이 스쳐 지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야구 시즌을 맞아 '롯데'를 연호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야구 도시' 부산을 울리고 있다. 그러나 야구장을 나서는 롯데 팬들의 기분은 개운치가 않다. '롯데가 자이언츠에 대한 투자나 지역 사회 공헌에는 인색하다는데 짝사랑이 이렇게 심해도 되나.'

부산 사람들의 '지독한 롯데 사랑'과 달리 롯데 그룹의 부산 사랑은 사뭇 의심쩍다. 그래서 부산 각계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물었다. 부산시민들의 롯데에 대한 애정과 불만, 롯데가 부산에서 벌여온 사업과 지역 기여도를 살펴보고 지역과 기업의 상생 관계를 모색해 보기 위해서다.


부산 오피니언 리더들
대부분 부정적 인식
지역기여도엔 낙제점

"야구로 친밀감 높을 뿐
기업·제품 선호 아니다"


부산일보 취재진은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부산지역 각계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 4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동의대 사회복지학과 유동철 교수 등 학계 6명, 이동윤 시의원 등 정치·법조 5명, 부산경실련 차진구 사무처장 등 시민사회단체 7명, 공무원, 건설·건축 관계자, 기업인 등 총 40명의 의견을 들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부산=롯데'라는 통념과 달리 다수의 응답자들은 '롯데는 부산을 대표하는 기업일 수 없다'고 했다. 롯데가 부산을 대표하는 기업 혹은 향토기업이라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0%(32명)가 '아니다'라고 대답한 것. 50%에 해당하는 응답자는 '매우 아니다'라고 응답, 흔히 생각하는 롯데와 부산의 '끈끈한 인연'에 동의하지 않았다. '부산의 대표기업이 맞다'라고 대답한 사람은 고작 5%(2명)에 불과했다.

'롯데가 부산에서 차지하는 경제활동 비중만큼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97.5%(39명)가 부정적인 응답을 했다. 이 중 기여도가 '매우 낮다'라고 답한 사람이 67.5%(27명)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롯데의 지역 기여도에 사실상 낙제점을 준 것이다.

설문에 응한 한 국립대 교수는 "야구를 좋아하는 지역민의 특성으로 인해 롯데에 대한 친밀감이 높아진 것이지 롯데그룹이나 롯데 제품에 대한 선호도나 충성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부산 중구에 조성중인 107층짜리 부산롯데타운 공사가 착공 11년째 감감 무소식인 것도 응답자들이 롯데를 의심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부산시의 한 간부공무원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산시는 107층 롯데타운 사업이 중단될까 봐 롯데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시는 유·무형의 편의를 롯데 측에 퍼주고 있는데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부산롯데타운 공사 지연에 대해 "안전하고 좋은 건축을 위해 설계를 바꿨다. 설계변경 허가가 나면 곧바로 다른 공사도 진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무작정 기다려 달라는 말이다. 부산시민의 롯데 짝사랑, 언제까지 계속될까. 심층기획팀=

이재희 박세익 이자영 기자

dee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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