菜食(채식) 차근차근 바꿔가면… 어느새 푸릇푸릇 살아나는 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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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이런저런 잔병치레가 많아진 주부 조옥순(44) 씨. 지난달 모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할머니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합창단 공개 모집 행사에 나온 그 할머니는 75세의 나이로는 불가능하지 않나 싶을 정도의 소녀같은 미성을 뽐냈고, 얼굴빛은 맑았으며, 검은 머리카락이 새로 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돋보기를 껴야 했던 시력도 어느날 좋아져 안경을 벗어버렸고, 무엇보다 오래 전 멈췄던 월경이 다시 시작해 한동안 계속되다 최근에야 끊겼다고 했다. 그런 놀라운 현상을 가능케 한 것은 바로 채식이었다. 그 할머니는 20년간 꾸준히 채식을 했단다.

조 씨는 자신도 채식을 해보리라 마음 먹었지만 정작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 때문. 조 씨같은 이를 위해 '베지닥터'(www.vegedoctor.com), '한국채식연합'(www.vege.or.kr), '비건(VEGAN) 채식하는 사람들의 모임'(cafe.daum.net/yogivegans) 등 단체나 모임으로부터 초보 채식자를 위한 관련 정보를 받아 봤다.


생선·계란·우유 채식 등 방법 다양
흰 쌀·설탕 등 '五白 식품' 피해야
신선 채소·발효식품 충분히 섭취



# 채식, 어떻게 시작하나

고기를 단번에 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는 담배 끊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자신의 형편에 맞게 단계적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1908년 설립된 국제채식연맹(IVU)이 제시하는 '채식주의자(vegetarian)'의 정의는 그런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소, 돼지 등 육지의 동물은 물론, 물고기도 먹지 않는 사람들. 우유나 계란은 개인적인 이유로 먹을 수도 있고 안 먹을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채식주의자라고 해도 그 속엔 여러 분류가 있다. 먼저 '생선채식인(Pesco)', 육고기는 먹지 않지만 우유, 계란, 물고기는 먹는 경우다. 그 다음으로 '계란채식인(Lacto-Ovo)'은 육고기와 물고기는 먹지 않지만 우유, 계란은 먹는 경우다. '우유채식인(Lacto)'은 육고기, 물고기, 계란은 먹지 않지만 우유, 유제품은 먹는 경우이며, 끝으로 '완전채식인(Vegan)', 육고기와 물고기는 물론 우유, 계란 등 일체의 동물성을 배제하는 경우다.

일순간 완전채식인이 되기가 힘들다면 앞에서 든 단계를 밟아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채식인들 사이에는 "네 발 달린 거 먼저 끊고, 다음에 날개 달린 거 끊고, 그 다음에 헤엄치는 거 끊고…, 그러면 어느덧 완전채식인이 돼 있다"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가 통한다.



# 영양 불균형 혹은 영양 부족?

미국인 전문의로 대만에서 활동하던 밀러 박사라는 이가 생쥐로 실험을 했단다. 생쥐는 육식과 채식을 다 하는 동물. 한 마리의 생쥐에겐 채식 만을, 다른 한 마리에겐 육식 만을 줬는데, 성장·발육은 비슷했으나 채식 생쥐의 수명이 훨씬 길고 병에 대한 저항력도 더 강했다고 한다. 채식한다고 해서 몸이 약해지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처럼 채식 만으로도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다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이다. 가장 우려되는 단백질도 콩이나 두부, 견과류, 잡곡 등에 충분히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단백질이 가장 많이 필요한 성장기때 먹는 모유의 칼로리당 단백질 함량은 7%인데, 현미는 8% 함유돼 있어, 현미 단백질 만으로도 성장기보다 많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 몸에도 좋지만 맛도 좋아야

문제는 맛이다. 채식을 한다고 해서 생쌀, 생풀을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채식 요리는 어려운 게 아니다. 일반 요리에서 동물성을 제외하면 된다. 식단은 콩류, 채소류, 나물류, 구근류, 버섯류, 해조류, 견과류 등을 골고루 이용해야 영양 편중을 예방할 수 있다.

고기맛을 끊지 못하는 사람은 콩고기, 콩햄 등 고기대용식품을 만들어 먹도록 한다. 콩고기를 비롯해 이런저런 다양한 음식과 그 조리법, 식단 구성 등에 대한 정보는 '한국채식연합' 홈페이지에 상세히 실려 있다. 두부쿠키, 떡탕수, 현미브라우니빵, 미역감자죽, 밀크티아이스크림, 호두베이글, 고구마타르…, 그렇게 생소한 요리들도 많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오래 굳어진 식단을 한꺼번에 바꾸기는 어렵다. 그럴 경우 주말 점심 등을 간단한 채식으로 만들거나, 직장인의 경우 스스로 채식 도시락을 만들어 다니는 등 점진적으로 채식에 입맛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영선 '베지닥터' 부산지역 대표는 "채식 브런치같은 경우 큰 노력 없이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단호박토마토수프, 오색궁중떡볶이, 채소주스 등으로 차려내면 아이들도 좋아한다. 이도저도 어렵다면 채식 전문음식점(표 참조)을 찾아 외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했다.



# 잠깐! 이런 점은…

식물성 재료라 해서 다 몸에 좋은 건 아니다. 채식하는 사람들은 '오백 식품'은 피하라고 한다. 오백(五白), 즉 흰 쌀밥, 흰 밀, 흰 설탕, 흰 소금, 흰 화학조미료다. 이들은 몸에 좋지 않은 것이니 현미나 통밀, 천일염 등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나물이나 찌개류만 먹는 것보다 신선한 채소와 발효식품의 비율을 충분히 늘리는 게 효과적이다. '베지닥터'에 따르면 박테리아에 의해 동물의 장에서 만들어진다고 하는 '비타민 B12'(모든 세포기능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완전한 채식을 할 경우 부족해질 수 있다고 하지만 유기농의 신선한 채소와 해초류, 된장·청국장같은 발효식품에 풍부하다고 한다.

채소와 현미 등 채식을 통해 칼슘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지만,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 D'는 햇빛을 쬐어야 인체에서 합성된다. 적당한 야외활동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다. 또 채식으로 체형이 지나치게 마르는 것이 걱정된다면 견과류를 꾸준히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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