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에 하얀 눈 덮인 건선… 피부 아닌 면역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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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의 가정주부 K 씨는 30년째 건선을 앓아왔다. 처음에는 피부에 좁쌀 크기의 붉은 발진이 생기면서 그 위에 흰색 각질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심해져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양상을 보였다. 가장 흔히 나타나는 널빤지처럼 납작한 판상형의 건선 증상이었다. 김 씨는 처음엔 단순한 피부질환으로 생각하고 피부과를 다니며 연고를 바르고 약을 먹었다. 그러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민간요법 등에 의존해오며 평생 병을 안고 살고 있다.

■ 건선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
건선은 10대에서 30대 사이에 처음 발병해 긴 세월동안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피부층은 벌겋고 그 바깥쪽은 물고기 비늘처럼 각질이 겹겹이 쌓인다. 팔다리와 몸통에 생기는 것은 물론 생식기 주변이나 겨드랑이 등 신체 접힌 부분에도 생긴다. 두피 안에도 생겨 비듬처럼 보이기도 한다.


비이상적 면역 반응으로
온 몸에 붉은 발진과
비늘처럼 겹겹이 각질 생겨

약한 증상엔 바르는 약
심하면 전신·광선치료

최근 유발인자 억제하는
생물학적제제 개발
환자들 선택 폭 넓어져


얼굴과 같이 눈에 띄는 부위에 생기는 건선은 혐오감을 주기도 해 환자의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준다. 환자가 심한 우울증을 보이기도 한다. 건선 환자의 절반 정도는 가려움을 동반한다. 또 건선을 오랫동안 앓다보면 건선관절염, 심혈관질환, 대사성질환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이 일조량이 적고 건조한 환절기에는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건선의 증상은 피부에 나타나지만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병이다. 우리 몸에 상처가 나지 않았는데도 상처가 난 것처럼 딱지와 염증이 발생하고 혈관이 과도하게 발달해 붉게 변하는 것이다. 비이상적인 면역반응이 온 몸에 일어나는 것이다.

아토피피부염, 습진, 알레르기와 같은 다른 피부병과 종종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피부질환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래서 건선을 방치하거나 잘못된 치료로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 생물학적제제 치료제로 효과 크게 좋아져

건선 치료법은 병의 정도나 부위에 따라서 다양하다. 건선이 경증에서 중간 정도일 경우 주로 약을 바르는 국소치료법을 쓴다. 중간 정도 이상일 경우에는 광선치료법, 전신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그러나 기존의 건선 치료법들은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정도에 그쳐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또 장기간 사용할 때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부산대병원 피부과 김병수 교수는 "건선이 만성질환이다보니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등에 의지해 오히려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들이 많다. 최근에 생물학적제제가 나와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어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도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 건선은 치료가 안된다?

건선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치료가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고를 바르고 약을 먹어도 재발이 잦기 때문이다. 또 약을 오래 먹으면 간과 콩팥이 안좋아져 부작용이 생기고 인체의 면역력도 떨어진다.

그러나 최근에 생물학적제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생물학적제제 치료방법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한 가지는 면역체계에서 종양괴사인자(TNF)를 억제하는 방법이고, 다른 한 가지는 건선 유발인자인 인터루킨 활동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특히 인터루킨을 억제하는 치료방법은 건선 치료를 주목적으로 개발된 것이라 주목된다. 생물학적제제는 지속적인 치료가 원칙이지만 환자의 경과를 보면서 중간에 조절도 가능하다.

김병수 교수는 "건선의 치료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환자 개인에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건선치료만을 위해 개발된 생물학적 의약품이 나와 환자가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새로 나온 생물학적 의약품은 3개월에 한번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으면 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 매우 편리해졌다. 임상결과 부작용도 거의 없어 장기간 치료해도 안전하다. 건선이 신체의 10% 이상 침범한 경우와 기존 약으로 3개월 이상 치료한 환자의 경우는 보험혜택이 주어진다.



■ 건선은 감염성이 있는 전염병이다?

현재 세계 인구 중 2~5%가 건성 환자로 추정된다. 건선은 남녀 모두에게 동등하게 발생할 위험이 있다. 모든 연령층에서 발병하지만 성인기 초반에 더 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얀 각질이 내려앉은 건선 증상을 보면서 전염성이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옮거나 옮기지 않는다. 건선은 바이러스나 세균으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고 면역질환이기 때문에 감염성이 없다.

다만 건선은 유전성 질환이지만 유전적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 부모가 건선 환자이면 자녀에게 건선이 일어날 확률이 약 25%이다. 김병군 의료전문기자 gun39@busan.com

도움말=부산대병원 피부과 김병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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