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넘어 세계로] 유압기기 전문기업 ㈜제일유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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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 브랜드·유통망 손잡고 해외시장 개척

㈜제일유압 김도환 대표가 굴삭기에 들어가는 유압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병집 기자 kbj@

지난 7월 부산지역 경제계에 깜짝 뉴스가 날아들었다. 부산의 향토기업이자 우수 중소기업인 ㈜제일유압이 미국의 전기, 전력 및 시스템 전문기업인 이튼코퍼레이션에 인수됐다는 소식이었다.

사하구 신평동에 있는 제일유압은 1978년 설립된 부산의 대표적인 강소기업이다. 2010년에는 부산중소기업 대상, 2011년에는 부산 향토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천88억 원, 영업이익은 162억 원으로 재정 건실성도 높은 기업이다.

지난 7월 이튼코퍼레이션에 인수
유압 펌프·모터·밸브 전문 생산
풍력·태양광 등 신분야 진출 계획


이튼코퍼레이션은 전기, 유압, 기계 동력 관리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160억 달러(약 16조 원)였다. 1911년 설립된 이튼코퍼레이션은 전 세계 150여 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고용인원만 해도 7만 2천여 명에 달한다.

이튼이 제일유압의 손을 잡으면서 제일유압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튼의 인수를 계기로 제일유압의 새로운 CEO에는 이튼의 3개 한국법인 중 2개 법인의 대표를 맡고 있던 김도환(49) 대표가 임명됐다.

제일유압은 유압 펌프, 모터, 밸브 전문업체다. 지난 4, 5년 전부터는 굴삭기(포클레인)에 들어가는 유압장치와 부품을 특화해 생산하고 있다. 굴삭기가 전진, 후진할 때 필요한 유압모터, 굴삭기 상부가 회전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선회 유압모터, 체인과 체인바퀴가 연동돼 주행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주행 유압모터를 비롯해 굴삭기의 구동에 필요한 부품인 유압밸브 등도 생산한다.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중공업 등과 거래하고 있으며 해외에는 주로 중국의 건설장비 생산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을 통한 간접 수출을 포함해 해외 수출 비중이 70%나 된다.

김 대표는 "제일유압은 선박, 농기계 등에 들어가는 유압장치와 부품을 생산하다 굴삭기 분야로 사업을 특화해 1.5t짜리부터 80t짜리의 굴삭기에 들어가는 다양한 크기의 유압장치와 부품을 만들고 있다"며 "제일유압은 높은 품질 경쟁력과 신속한 제품개발 능력, 고객 위주의 밀착영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고 밝혔다.

제일유압은 해외 시장에서는 지금까지 중국 시장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은 최고의 기술력과 내구성을 바탕으로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동남아와 미국, 유럽 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튼의 인수를 계기로 중장비 유압기기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가진 제일유압은 이튼의 브랜드와 유통망을 통해 더 넓은 세계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튼은 인도에 연구개발자 1천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제품도 생산해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일유압은 강점을 가진 유압기기 생산 기반을 토대로 선박, 자동차를 비롯해 풍력,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분야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중장기 계획도 세웠다.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제일유압은 김 대표를 중심으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선 기업의 생산 및 근무 환경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공장과 사무실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새 기숙사와 직원 복지시설도 만들고 있다. 미흡했던 방화 등 안전 기준과 직원복지와 처우를 글로벌 표준에 맞추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직원 교육도 강화했다.

지난 1일에는 26개 소사장업체 계약직 생산직원 15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노사 상생을 실천했다. 소사장제는 사업장 내에 근무하던 근로자가 생산라인의 일부를 맡아 경영책임자가 돼 생산활동에만 전념하는 협업 형태다.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이 인력 구조 조정과 고용 축소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일유압은 두 발짝 더 나가기 위해 상생의 길을 택했다.

김 대표는 "고객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해 세계시장에서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여 나가는 한편 지역의 우수한 인재를 채용해 회사를 성장시키고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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