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개구리는 왜 소리 높여 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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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교향곡 / 권오길

'달팽이박사' 권오길 선생의 글에 백남호가 세밀화를 덧붙였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어제 밤새 저희 집 뒤에 있는 논에서 개구리들이 왁자지껄했습니다. 그 소리는 20여 일 전부터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청아한 달빛과, 개구리들의 울음인지 노래인지 웃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는 참 잘 어울리더군요.

그런데 개구리가 왜 소리를 내는지 생각해 보셨는지요? 불효 막심한 개구리가 어머니의 묘를 잘못 써 빗물에 떠내려갈까봐 운다는 옛이야기나, '개굴 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로 시작하는 동요는 있지만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생명교향곡'을 펼쳐 보니 옛이야기나 동요 모두 틀렸습니다. 울음도 아니었습니다. 논에 벼가 자랄 무렵, 건강하고 멋진 상대와 짝짓기를 하기 위해 자신의 목청을 한껏 자랑하는 수컷들의 구애행위라는 겁니다. 해 질 녘 시작한 합창이 어느 순간 딱 멈췄다 다시 일제히 노래를 시작하는 것도 참 신기했는데, 합창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매미처럼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군중심리가 작용한 것이더군요.

텃밭 가꾸고 생물 관찰
몸이 얻는 기쁨 글로 서술
삭막한 도시인에 깨우침


생명교향곡 / 권오길 '스스로 그런 것'이 자연(自然)이라고 하지요. 그럼 자연이 왜 스스로 '그런' 것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을까요? 자연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그들 삶의 방식을 우리는 극히 일부분만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입니다.

요즘 항산화물질로 각광받는 안토시아닌을 보면 자연이 왜 그런 삶을 사는지, 이유는 모르면서 그 효용만을 이용하는 데 급급한 것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열매나 꽃에 붉은 계열의 예쁜 색을 내게 하는 안토시아닌은 그 예쁜 색깔로 동물을 유인해 과실을 먹게 해 씨앗을 널리 퍼뜨리거나, 곤충을 유인해 수분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답니다.

속세에 물들지 않는 군자를 상징했다는 연꽃은 요즘 잎과 줄기, 뿌리, 열매 등 하나 버릴 것 없어 '작물'로도 널리 재배됩니다. 이달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달팽이 박사'로 유명한 저자 권오길 선생은 우리가 밥 먹을 때 쌈 재료로도 애용하는 연잎에서 다음과 같은 깨우침을 얻었던 모양입니다.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빗물만 품고 있다가 조금만 넘쳐도 금세 머리 숙여 미련없이 부어 버린다! 비움과 낮춤이다. 차면 기울고 비면 찬다, 물극필반(物極必反) 아닌가. 욕심을 버리고 담백한 삶을 살 것이요, 집착 말고 겸허히 살라는 맑은 가르침을 주는 꽃이 연꽃이다."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텃밭을 가꾸고, 생물에 대한 관찰을 끊임없이 계속하며 생명과 자연이 들려주는 교향곡을 찾아 듣고 있습니다. 그는 밭갈이와 농사의 노동으로 몸이 얻는 기쁨까지 얹어 끊임없이 글로 써 삭막한 도시인들에게 전해 주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게시했던 글에 살을 붙이고, 세밀화를 더해 이 책을 낸 것입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며 인간 스스로 인간을 치켜세우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그들의 종족을 보존하고 퍼뜨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작은 이파리 하나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거기서 삶의 철학까지 깨우쳐 전하는 저자의 깊고 넓은 혜안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지구상 모든 자연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만용을 버리고, 작은 생명과도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열어 가고자 하는 시민들을 위한 교양서로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권오길 지음/사이언스북스/253쪽/1만 3천 원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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