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와 마니아 사이] 게임에 비친 한국 이미지 개발사에 따라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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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해외 PC게임 엠파이어즈.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마상 편곤과 마상 쌍검을 구사하는 기병이 조선군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고증이 충실한 편이다.

해외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한·중·일 동북아시아 3국의 전통 모습을 들여다 보면 한국인으로서 씁쓸함을 느낄 때가 많다. 중국은 만리장성이나 자금성 등 웅장하고 화려한 대륙문화의 극치를, 일본은 사무라이나 오사카성의 천수각, 다도 등으로 대변되는 섬세함과 신비로움을 간직한 '동양의 지팡구'로 그려진다. 반면 한국은 중·일 두 나라의 문화가 혼용,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거나 이도 저도 아닌 것으로 묘사될 때가 많다.

게임 상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1997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만든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는 백제가 일본의 속국으로 묘사된 '임나일본부설'을 반영해 국내 게이머들의 비난을 샀다.

2년 후 발매된 후속작에서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영웅으로 등장시켰다. 이에 한국MS 측에서 침략전쟁의 원흉을 영웅으로 내세우는 것은 다시 한 번 한국인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하고 근거 자료까지 제시한 끝에 결국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이 등장하는 노량해전 미션이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부산과 남해에 진주해 있어야 할 일본 수군이 북쪽에서도 쳐들어오고, 왜의 수군 주력이던 세키부네가 함포 사격을 하는가 하면, 명의 지원군이 제주도에 있는 등 역사적 고증은 여전히 부실했다.

2005년 출시된 미국 매드독사의 '엠파이어 어스2'는 역사 왜곡의 절정이었다. 게임 내 한국 미션을 선택하면 지도자로 등장하는 단군이 몽골의 칸 복장을 하고 있다. 한국 기병이 사무라이로 나오고, 게임 내 한국지도가 엉터리인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전체 미션 내용이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독립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 기껏 한국을 등장시키고도, 한국 게이머들로부터는 외면을 받았다.

반면 2003년 작 '엠파이어즈-근대의 여명'은 한국이 가장 잘 고증된 게임으로 국내 게이머들의 찬사를 받았다. 조선의 이순신 장군이 영국의 리처드 왕, 미국의 패튼 장군과 함께 3대 캠페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게임 내 등장하는 건물이나 복식, 병종 등에 대한 고증도 치밀했다. 국내에서 제작된 역사 드라마나 영화에도 조선 보병이라고 하면 으레 포졸 복장에 당파창을 들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 게임에서는 승병이나 화승총병은 물론이고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마상 철곤과 마상 쌍검을 구사하는 기병까지 등장한다.

'문명' 시리즈에서 한국의 위상 변화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문명3'와 '문명4'에서 한국 지도자는 왕건인데 흉노족의 인상을 하고 있고, 플레이 자체가 어려울 만큼 약체 문명으로 나온다. 당시 국내에서 대하 사극 '태조 왕건'이 인기를 끌면서 제작사측이 왕건을 지도자로 넣었다고 한다. 반면 '문명5'에서는 자애로운 모습의 세종대왕이 등장하고, 과학력과 전투력도 여느 문명들과 비교할 때 최강 수준으로 꼽힌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으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 위상을 충실히 고증해 놓았다고 해야 하나?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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