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블부블-부산 블로그] 소고기 더 맛있게… 맛있게 굽기 '팁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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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육향에 뒷맛은 깔끔… 입안엔 황홀함 가득

김치냉장고에서 17일간 숙성한 소고기. 막 진공 포장을 뜯어 검붉은 색을 띤다.

사실 고기를 맛있게 굽는 방법은 한둘이 아닐 것입니다. 굽는 사람마다 나름대로 방식이 있고, 익힘에 대해서도 각자 취향이 다릅니다. 여기서는 그런 것을 떠나 '어떻게 하면 소고기를 향긋하고 맛깔나게 구울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여러 사람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소고기 맛있게 굽는 법'은 딱 세 가지만 알면 됩니다.

■ 집에서 웨트 에이징 숙성을 하자

사실 우리가 정육점에서 사다 먹는 고기는 전부 웨트 에이징(Wet Aging·습식) 숙성육입니다. 도축한 지 2~3일 만에 가져다 쓰는 직영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다 먹는 마트, 정육점 고기는 5~7일간 숙성된 소고기입니다. 이를 덩어리째 사들여 집에서 좀 더 숙성하는 것입니다. 구매할 때는 덩어리째로 '진공 포장'해서 달라고 하십시오. 요즘 어지간한 정육점에서는 진공포장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김치냉장고 1도에서 20일 숙성
로즈메리 생잎·통마늘 필수
물방을 맺힐 때 한 번만 뒤집어


그렇게 포장된 고기는 평소 잘 열지 않은 김치냉장고에 넣어 열흘에서 보름간 추가 숙성합니다. 그러려면 놀러 가는 날짜를 정하고 그 전에 미리 사놔야 하겠지요. 조금만 부지런하면 됩니다. 가정에서 할 경우 총 숙성 기간은 20일 전후가 알맞습니다.

고기를 구매할 때 도축 날짜가 언제였는지 확인하세요. 만약 열흘 전이었다면, 앞으로 열흘만 더 숙성하면 됩니다. 잡은 지 하루 이틀밖에 안 됐다면, 앞으로 보름 이상 숙성하면 됩니다.

숙성할 때 온도는 1도로 맞추는 게 적당합니다. 일반 냉장고는 냉기가 고르지 못해 김치 냉장고를 추천합니다.

총 숙성 기간 17일 정도 된 고기를 개봉하였습니다. 소고기가 검붉은 색을 띠는 이유는 이제 막 진공 포장을 뜯었기 때문입니다. 공기와 접촉하지 않은 면은 이렇게 검붉은 색을 띠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선홍색으로 되돌아가니 안심하십시오. 키친 타월로 두드려 핏기를 닦아줍니다.

이것을 적당한 두께로 썰어야 합니다. 고기 재단을 안 해보신 분들은 이 작업이 무척 어려울 것입니다. 칼이 안 들면 일정한 크기로 썰어지지도 않습니다. 그야말로 낭패입니다. 그래서 소고기에다 미리 냉을 받쳐야 합니다. 먹기 전에 냉동실에 넣어 약 5시간 동안 냉기를 받도록 합니다. 고기가 크면 클수록 냉기를 받는 시간은 더 늘어나야겠지요. 속까지 깡깡 얼면 곤란하고 그렇다고 표면만 살짝 얼면 살이 물러 썰어지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그 정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감'입니다. 1.5㎏짜리 덩어리면 영하 20도에서 5시간 정도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썰 때 두께는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취향 차이도 있고, 굽는 환경(불판, 숯불, 화력 등)에 따라서도 두께는 달라집니다. 저는 일반 숯으로 구웠습니다. 두께는 1.5~2㎝ 정도로 맞춰서 썰었습니다.

마늘과 로즈메리를 곁들여 구워낸 고기.
■천일염, 통후추, 통마늘, 로즈메리를 준비하자

소금과 후추의 질을 따지지 않고 그냥 시판되는 제품을 사용하였습니다. 다만, 소금은 입자가 굵은 천일염을 사용했고 간이 부족한 이들이 추가로 소금을 찍어 먹을 수 있게 미네랄 소금을 준비하였습니다. 후추도 그냥 시판되는 통후추 분쇄기를 사용했습니다. 중요한 건 로즈메리(생잎) 몇 줌과 통마늘을 준비하는 게 소고기를 향긋하게 굽는 핵심 비법입니다.

고기를 불판에 올립니다. 소고기가 공기를 쐬면서 호흡하기 시작하니 검붉은 색에서 선홍색으로 돌아왔습니다. 제일 먼저 천일염을 뿌립니다. 집에 있는 가루 타입의 허브가 있다면 뿌리고, 없어도 그만입니다. 사용된 숯은 싸구려 숯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강원도산 참숯에 황동 철판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클지도 모릅니다.

■소고기는 딱 한 번만 뒤집고 후추는 맨 마지막에

고기 표면에 물방울이 살짝 맺힐 때 딱 한 번만 뒤집습니다. 이유는 숯불 화력이 세고 조절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고기 판에다 구울 때는 땀이 충분히 맺혔을 때 뒤집지만, 숯불 위에서 그렇게 했다가는 뒤집는 타이밍을 놓쳐 고기가 탈 수 있습니다. 정 미덥지 못하겠다면, 집게로 고기 밑면을 살짝 엿본 다음 갈색이 됐다 싶을 때 뒤집는 것도 방법입니다.

뒤집은 소고기에 천일염을 뿌립니다. 찍어 먹을 소금 혹은 소스가 준비되었다면, 조금만 뿌립니다. 이 상태에서 으깬 통마늘을 소고기 표면에 쓱쓱 문질러줍니다. 일명 '마늘 마사지'로 마늘 향을 배게 한 것입니다. 마늘을 으깰 때는 미리 도마에 놓고 칼 옆면을 올려 손바닥을 눌러서 으깹니다. 으깨지 않은 통마늘로 문지르면 향이 잘 배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로즈메리(생잎)를 몇 줌 뿌린 후 후추를 뿌려 마무리합니다. 후추를 맨 마지막에 뿌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기를 재울 때 소금, 후추를 함께 뿌리지만, 이는 건강에도 좋지 않을 뿐더러 후추 향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처음부터 후추가 뿌려지면, 결국은 후추가 타게 됩니다. 이때 후추에서 몸에 해로운 발암 물질이 많이 나옵니다. 또 다른 이유는 후추 향 때문입니다. 향을 살리기 위해 통후추를 분쇄해 뿌렸지만, 이것도 타게 되면 향이 줄어듭니다.

제가 구운 소고기는 숙성육입니다. 숙성육의 특징은 한우 1++ 에 버금가는 마블링은 없지만, 수일간 숙성되면서 응축된 아미노산이 진한 맛을 냅니다. 그러므로 이 고기는 마블링(지방)이 녹아서 수분과 결합한 육즙 맛보다 고기 자체에서 나는 육향의 맛을 즐기는 형태입니다. 전자의 경우 많이 먹으면 느끼하고 금세 물리지만, 후자는 많이 먹어도 물리지 않고 뒷맛이 깔끔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릅니다. 자를 때는 고기가 탈 수 있으니 불판 가장자리로 가져와 자르십시오.



김지민
(입질의 추억)

바다낚시와 생선회
칼럼을 쓰고 있는 블로거

바다가 주는 이야기 속으로

http://slds2.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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