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해체, 그 후] 예견된 해양치안 공백… 조직과 함께 수사 노하우도 '침몰'

지난해 해양 치안 공백은 예견된 일이었다. 해체가 결정된 해양경찰이 원활하게 돌아가기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 결과 바다 위에선 불법이 판치게 됐고, 해경의 수사와 단속 업무를 넘겨받은 경찰청과 국민안전처에겐 해이해진 해양 질서를 다시 세우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수사·단속 사라진 바다에선
2006년 6월 부산 사하구 북형제도 앞바다에서 승선인원을 초과한 낚싯배가 좌초돼 7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 기점으로
해상 검문검색 기능 무너져
국민안전처 흡수되면서
외형적 업무는 그대로
792명서 283명으로 축소
해양 수사·정보통 공중분해
경찰 TF 구성하겠다지만…
이 사건 뒤 해경은 낚싯배를 포함해 각종 어선의 승선인원 감독을 강화했다. 검문검색 뒤 추가로 승선을 하는 인원을 막기 위해 불시 검문도 늘렸다. 자연스레 승선인원 초과는 낚시꾼들 사이에서도 자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위기는 바뀌었고, 승선인원 감독은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바다낚시를 즐기는 정 모(56·사하구 하단동) 씨는 "지금도 강서나 사하 쪽으로 새벽 낚싯배를 타는데, 확실히 안전의식이 많이 약해졌다"며 "출발 직전 해경에 보고 없이 1~2명 더 올라타는 일은 예사다"고 증언했다.
출항을 하는 어선이나 낚싯배 등은 모두 해경의 검문 검색을 받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을 기점으로 해경의 검문검색 기능이 무너졌다는 게 해양업계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일선의 해양경비안전서 관계자는 "일할 사람도 빠지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닌데 누가 욕 먹으면서 철저한 검색을 하겠느냐"며 "승선인원 초과 같은 기본이 안 지켜지면 대형사고 위험이 커진다. 범죄자의 밀항도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어선 주인과 선원들 사이에서도 기강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의 모 어촌계 관계자는 "산란기간에는 조업을 해서는 안 되는데 어선도 낚싯배도 출어하는 걸 자주 봤다"며 "옛날에는 죄의식에 몰래 하던 일을 너무 당당히 하는 것 같아 우리 스스로 자제하자는 이야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사 분야의 공백도 상당하다. 어선 불법 면세유 사용, 수산물 불법가공, 수산업협동조합 관련 수사 등은 해경 전문분야이지만, 지난해 파견근무로 인해 인력난에 허덕이던 해경은 관련 수사나 첩보수집에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
부산의 모 경찰서 관계자는 "수협 조합장 선거를 관리하는데 올핸 해경 쪽 정보가 부족해 고생했다"며 "해경 조직이 와해되면서 해양 범죄 첩보망도 흩어져 같은 경찰로서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해경 해체 뒤 서해 NLL 주변에 출몰한 중국 어선이 2013년 같은 기간보다 월평균 600여척씩 늘어나는 등 곳곳에서 해경 공백이 드러났다.
■달라진 조직, 기강 세울 수 있을까
지난해 11월 19일 국민안전처가 출범했다. 이를 기점으로 해양수산부 산하에 있던 해양경찰청이 해양경비안전본부로 바뀌는 등 조직·인력 개편도 단행됐다.
국민안전처 산하에 설립된 해양경비안전본부는 해양 경비 및 오염방제, 해상 구조, 구난, 해상 수사 업무 등 기존 해양경찰청 시절과 외형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의 변화를 맞이했다. 수사 관할권 축소와 대대적인 인력 재배치다.
실제로 해경안전본부는 수사·정보 인력이 경찰청으로 넘어가고, 기존 해양경찰청 체제 때보다 인력이 대폭 감소했다. 해양경찰청 수사·정보·외사 업무를 맡던 인력 792명이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개편되면서 283명으로 대폭 줄었다.
이들 인력은 '안전'이라는 전 국민적 요구에 따라 해양경비안전센터(옛 파출소)와 함정 근무 인력 보강을 위해 차출됐다.
결국 수사·정보통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이들의 전문성도 상당 부분 손실될 가능성이 커졌다. 1954년 해양경찰대로 출범한 후 해양경찰청으로 성장하기 까지 쌓아온 해상치안과 수사와 관련한 전문성이 공중분해 돼 버린 것이다.
경찰청이 해양 관련 기획수사를 전담하게 됐지만, 해양 관련 전문 수사 기관으로 정립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해양경비안전본부와 일선 해경안전서도 인력이 감소되고 외형도 줄어들어, 옛 해경만큼의 단속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또 해양 관련 수사 기능이 두 기관으로 분산됨으로써 유기적인 협조체제 등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 관계자는 "조직 개편이 이뤄진 만큼 다소 느슨했던 해상 단속을 정상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다만 인력난과 사기 저하 등 극복해야 할 문제가 남은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경찰청도 해양 질서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올해를 '해양·수산 비리 척결 원년의 해'로 지정하고, 관련 수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부터 10월 31일까지 단속기능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하고 주제별 기획수사 확대를 검토 중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통계로만 봐도 지난해 해양 범죄가 많이 방치됐던 부분이 있다"며 "경찰이 강력하고 다양한 해양 관련 수사를 펼치면, 해양 관계자들의 긴장도가 올라가 바다 위의 질서도 재정립될 것이다"고 말했다.
민소영·김백상 기자 mission@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