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오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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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짓는 것은 참 힘들다. 몸짓에 불과한 것에 소리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언어를 생각의 거푸집이라고 했나. '언어는 존재의 집'이란 말처럼 이름은 대상을 규정한다. 그래서 노자는 이름을 짓지 마라고 했다. '이름 지을 수 있는 이름은 참된 이름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저 다리를 건너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개똥아 소똥아 닭털아 소망아 희망아 사랑아~, 라면서 이름을 짓고 부른다. 하기야 노자에 맞서 공자는 이름과 명분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좋은 이름을 짓는 건 참 어렵다. 널리 통해야 이름이 된다. '광안대교'에 '다이아몬드 브릿지'란 공식 이름을 붙였지만 그 이름은 신통찮다. 그렇게 부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짓는다고 다 통하는 법이 아니다.

부산에 '오시리아'라는 이름이 새로 등장한다. 366만여㎡에 이르는 기장군 동부산관광단지의 공식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사업을 추진한 게 2005년. 10년 만에 비로소 이름을 부여한 것이다. 중간 과정이 많았다. '이스토피아' '스타누리'도 거론됐고, 미국의 화성 탐사선 이름을 따온 '큐리오시티'(호기심)도 거의 될 듯이 한창 거론됐다. '오시티'도 선정 직전까지 갔다. '다이아몬드 브릿지'처럼 외국어를 합성한 듯한 이름이 썩 좋지 않다고들 했다.

그래서 다시 만든 이름이 '오시리아'다. 오시리아는 동부산관광단지 안에 있는, 기장군의 유명한 '오'랑대와 '시'랑대의 머리글자를 따오고 '부산으로 오시라'는 의미까지 함축한 것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기장 명소와 부산 어감을 합성해 만든 토종 이름이다. 그런데 어쩐지 이국적인 느낌이 없지 않다. 발음 때문에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만든 '아시리아'가 연상되기도 하고…. 동부산에 새로운 도시(?)를 만든다면 문명을 개척한 종족과 발음이 비슷해도 무슨 상관 있으랴.

'오시리아 장미'도 있다. 꽃 색깔이 안쪽은 희지만 겉은 붉은 희한한 장미다. 아주 특이한 그 장미처럼 '오시리아'가 다양한 색깔로 활짝 피어나야 할 테다. 부산 동쪽의 큰 날개인 동부산관광단지는 거대한 '붕(鵬)새'처럼 비상해야 한다. 특히 새 노선의 동해남부선 동부산관광단지역도 '오시리아역'으로 이름 붙인다고. 사람들 입에 자꾸 오르내리는 것이 최고다. 오시리아! 자주 말해야 비로소 이름이 된다. 최학림 논설위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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