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농업을 만나다] 수경재배 "우리 집 베란다엔 새싹인삼도 있어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내가 길러 매일 따먹는 즐거움이야말로 수경 재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하는 한국수경가드닝협회 정경혜(맨 오른쪽) 회장이 수경 재배 식물로 가득한 부산도시농업박람회 부스를 지키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바쁜 현대인이다 보니 텃밭 활동을 잘할 순 없잖아요. 멀리 안 가고 비어 있는 내 베란다에서 키운 작물을 바로바로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도시농업으로 관심을 모으는 수경 재배의 장점을 묻자 한국수경가드닝협회 정경혜 회장이 들려준 말이다.

누구나 한두 시간 배우면 가능
흙 없이 물과 배양액이면 충분

재배 환경 깨끗한 데다
내 집에서 키운 신선한 작물
바로 먹을 수 있어 정말 좋아

지난 21일 부산도시농업박람회 개막 이후 폐막하던 24일까지 오전과 오후 조로 나눠 10명씩 부스를 지켜야 할 만큼 방문객이 넘쳤다. 도대체 수경 재배가 뭐길래 사람들로부터 이렇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것일까?

"수경 재배는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수용성 영양분으로 만든 배양액 속에서 식물을 키우는 방법을 말합니다. 물재배 또는 물 가꾸기라고 말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진짜 물만 있으면 되는지 거듭 물었다.

"물만으로 키울 수도 있지만 식물을 키우는 데는 기본적으로 물, 영양분, 공기, 빛, 온도가 적절해야 합니다. 이 중 어떤 것이 빠져도 순조롭게 자라지는 않습니다. 특별한 기술 없이 한두 시간만 배우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배양액 조성이나 병해 오염 방지 대책 등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계속해서 미심쩍은 반응을 보이자 정 회장은 새싹인삼(묘삼) 하나를 돌돌 말아서 입에 넣어준다. 그리고는 말을 이어갔다.

"새싹인삼은 일반적인 인삼 효능과 아주 유사하면서도 사포닌 성분 함량은 6배 이상 많다고 하잖아요. 인삼은 수년간 재배를 해야 하지만, 새싹인삼은 수개월이면 실내 식물공장에서 대량 생산도 가능합니다. 방울토마토는 수경 재배로 얼마나 많은 양이 나온다고요."

'식물공장'이란 말에서 잠시 흠칫했다. 그러잖아도 앞으로 우리 식탁에 오를 채소 대부분이 식물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건 아닌가 싶어서 오싹하던 참이었다.

수경 재배의 하나인 윈도 팜으로 식물을 재배하고 있는 모습. 강원태 기자
"각 가정에선 어차피 대량생산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수경 재배 방법 중에는 담액식·순환식·분무식 수경 재배, LED기계순환식, 윈도 팜(Window Farm) 등 여러 가지가 있어요, 최근엔 아쿠아포닉스(Aquaponics)도 관심을 모으고 있고요. 어항과 수경 재배 원리를 합한 건데 수경 재배하는 물에 물고기를 키우고 그 배설물로 다시 식물을 키우는 순환농법이에요."

이번에는 수경 재배로 키운 한련화 잎을 한 장 뜯어서 맛보라며 건넨다. 쌉쌀한 맛이 났다. 정 회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수경 재배를 통해 기른 한련화. 강원태 기자
"한련화는 잎과 꽃 모두 식용할 수 있어요. 잘게 찢은 잎을 샐러드나 샌드위치에 넣어 먹으면 맛있어요. 그런데 며칠 만에 이 꽃도 꽃 주인처럼 골병이 들었네요. 집에만 있던 호박은 아주 잘 자라고 있는데 말이에요. 하긴, 요즘은 애완동물처럼 '반려 식물'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식물도 사람처럼 상호 작용을 주고받는 것 같아요. "

수경 재배의 인기가 궁금해 이것저것 묻던 참이었는데, 뜻밖에도 식물 공장과 반려 식물 이야기까지 나누었다. 수경 재배 사랑이 지극한 정 회장은 한 마디라도 더 보탰다.

"부산에는 아직 수경 재배 전문 숍이 없어서 불편해요. 가급적 돈 들이지 않는 방법을 강의하지만 초기 시설비가 과다하게 드는 것도 맞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배 환경이 청결하고 악성 노동을 줄일 수 있으며, 신선한 채소를 연중 대량으로 안정 생산할 수 있어 도시민에겐 최적이에요. 부산시 도시농업팀에서도 육성 의지가 강해 수경 재배 인구는 갈수록 늘어날 겁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